Inside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오 헨리作 [경찰과 찬송가]의 ‘전망이론’ 

의사결정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며 손익 체감 정도 역시 달라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사람 마음만큼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또 있을까. 하지 말라면 하고 싶지만, 막상 하라면 하고 싶지 않다. 내 마음도 갈피를 잡을 수 없는데,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그래서 어렵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아야 하는 마케터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일지도 모른다.

오 헨리는 기똥차게 사람의 심성을 꿰뚫어본다. 사람은 선할까 악할까. 이런 복잡하고 난해한 물음도 구구절절 풀지 않는다. 아주 짧고 간명한 단편소설로 마치 내 마음속을 저격하듯 쏴댄다. 이 단편소설 꾸러미들은 모여서 장편 같은 큰 힘을 발휘한다. 오 헨리의 본명은 윌리엄 시드니 포터(William. S. Porter)다. ‘오 헨리’라는 이름은 그가 기르던 고양이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어렵게 살았다. 목동도 했고 우편물배달인도 했다. 그의 삶의 반전은 감옥에서 일어났다. 1896년 은행 공금횡령죄로 3년 간 복역하던 중 그는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게 큰 반향을 끌어냈다. 그는 출옥하자 전업작가가 된다. 그가 쓴 소설은 10년 간 300여 편이다. 자신의 삶에 극적인 반전이 있어서 일까. 오 헨리 단편소설은 ‘반전’을 담고 있다. 그가 밑바닥 삶을 거치면서 체험한 인생이란 누구나 ‘숨겨놓은 한방’이 있다는 사실이었는지 모른다.

[경찰과 찬송가(The Cop And The Anthem)]도 인간의 심리를 통찰력 있게 꿰뚫어 본 오 헨리의 대표작 중 하나다. 배경은 뉴욕시 메디슨광장에 있는 벤치에서 시작한다. 노숙자인 소피는 이번 겨울 석 달은 블랙웰섬에 있는 감옥에서 보내기를 희망한다. 감옥은 하루 세 끼 뜨끈한 식사와 매일 따뜻한 잠자리가 보장된다. 민간이나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자선기관보다도 낫다. 그 섬에 가려면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멋진 식사를 한 후 돈이 없다고 하면 경찰이 잡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급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몇몇 웨이터들로부터 끌려나왔다. 실패다. 이번에는 6번가 모퉁이에 있는 가게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깼다. 소피는 경찰에게 자신의 체포를 요구하지만 거부당한다. 경찰은 진짜 용의자라면 그 자리에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소피는 맞은편 평범해 보이는 식당에서 커다란 스테이크, 팬케이크, 도넛, 그리고 파이 한 조각을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경찰을 부르라”고 했지만 두 명의 웨이터는 그를 길바닥에 내던질 뿐이다. 체포되는 것은 아득한 꿈이고, 섬은 머나먼 낙원이 되는 것일까.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1335호 (2016.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