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여성 우위의 시대 어리석은 남성들에게 

 

김해동 비브라운코리아 사장

가장 경쟁력이 있는 자가 우두머리가 되게 마련이다. 힘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면 힘센 자가, 일의 양이 경쟁력이라면 부지런한 자가, 전략이 경쟁력이면 머리 좋은 자가 우두머리가 될 확률이 높다. 수렵시대에는 가장 힘이 세고 민첩한 자가 가장 경쟁력이 있었을 것이다. 힘으로만 따지면 청년이 유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용감하게 나서다가 오히려 위험에 빠지거나, 지지를 얻기에 경륜이 짧아 장년층이 무리의 우두머리 역할을 했을 공산이 크다. 물론 청년들이 호시탐탐 도전했을 것이니 노년까지 버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사자 무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자들은 우두머리 숫사자에게 두려움은 있으나, 늙은 사자에게 공경심 따위는 없다.

1만년 전부터 이어진 농경시대에 경쟁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농사를 짓는 데 큰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근면하고, 인내심 많고, 많은 경험에서 얻은 지혜로움이 아니었을까? 경륜 높은 노인들이 우두머리가 되었는데, 작물의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그것을 지키기 위하여 질서가 생겼다. 우두머리를 몰아내기도 어렵게 되면서 노인들이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연공서열이 생기고, 경노사상이 널리 퍼진 것은 당연하다.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는 그 당시 유일한 학습은 옛날 선인들이 어떤 상항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가를 읽고, 비슷한 상황에서 과거의 현인들처럼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걸 배우는 것이었다. 산업사회에서 기술과 자본력이 경쟁력이라면 역시 경험이 풍부하거나, 자본을 축적한 나이 많은 사람이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었지만 청년이 있어 노인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오늘날 엄청나게 빠른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환경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 변수가 되어 사회가 바뀌고, 그에 따른 사회통념이나 가치도 계속 바뀌니 과거경험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기 힘들다. 지금과 다른 과거 환경, 과거 사회통념, 과거 가치기준을 근거로 내린 판단이 계속 통할 리 없다. 나이 많고, 경험이 많은 사람이 상관이라고 과거 이야기만 계속한다면 젊은 사람들에게 존경은커녕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연공서열이 무너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진다. 그것이 바로 경쟁의 속성이다. 대학 입시도, 회사 입사도 과거에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워졌다. 따라서 공부도 훨씬 치열해졌다. 젊은 날의 필자가 우리 회사를 지원했으면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다. 남녀관계도 마찬가지다. 힘과 노동이 생산의 원천이었을 때는 남성의 경쟁력이 여성을 압도했지만, 사고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여학생이 공부를 더 잘하고, 인생에 대한 태도 또한 더 진지하다면 여성 우위는 정해진 수순이다.

관념과 제도의 변화는 가장 늦게 따라오게 마련이어서 아직 대부분의 조직에서 연공서열, 남성 중심 제도 아래 경쟁력을 잃었을 수 있는 오래 근무한 남자가 거의 자동적으로 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머지않아 제도가 현상을 따라 갈 수밖에 없다. 아니 이미 세상이 바뀌었다. 여성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통치하고, 여성 총리가 독일을 다스린다. 미국에도 조만간 이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나라는 그렇다 치고, 가정에서도 안사람 눈치만 보면서, 아직도 남성 우월을 턱없이 믿고 있는 어리석은 남성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

- 김해동 비브라운코리아 사장

1336호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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