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대통령의 자전거 

 

이상호 참좋은레져 사장

권위·근엄의 상징인 대통령과 근면·검소함의 상징인 자전거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런 역설 때문일까. 자전거는 이런저런 이유로 권력자의 소품으로 자주 등장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제왕적 대통령의 존재가 자전거와 맞물려 소탈한 모습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릴 때 자전거가 연상되는 대통령을 꼽으라면 단연 고 노무현 대통령일 것이다. 재임 중 편안한 모습으로 자전거 타는 모습을 인터넷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에서는 그가 평소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즐기던 곳에 ‘대통령의 자전거 길’을 개장했다.

개인적으로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밀짚모자를 쓰고 한적한 시골농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더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어릴 적 시골의 추억과 오버랩되어 그렇게 이미지가 형상화된 것인지, 아니면 어려운 시대를 극복하며 살아온 고도성장기에 대한 아련한 향수 때문인지 모르겠다.

4대강과 연계된 자전거도로가 떠오르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실제 자전거 타기와는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이 전 대통령 역시 시골 출신이지만 대기업 생활로 다져진 도회적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가 “퇴임 후 4대강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우리 강산을 둘러보고 싶다”고 말한 것을 실천하듯 몇 년 전 북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엉뚱하게 4대강 관련 찬반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리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 기거할 때 경내에서 손녀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어느 일간지 기자가 우연히 찍었는데, 무심히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당시의 상황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미국 대통령은 취미로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MTB광으로 유명하다. 달리기가 무릎 관절에 나쁘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산악자전거를 즐기다 넘어져 코와 턱이 깨진 모습으로 언론 앞에 등장한 적도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우리나라를 방문하면서 자전거를 갖고 올 정도로 자전거 타기를 즐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스스럼없이 자전거를 즐겨 탔다. 마초 이미지로 각인된 푸틴 대통령도 자전거를 즐겨 타는 지도자다. 경호원을 대동하거나 정치적 동반자인 메드베데프 총리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자전거 타는 모습도 얼마 전 공개됐다. 어린 자녀를 뒷자리에 태운 사진에서 부녀의 풋풋한 정을 느끼게 했다. 굳이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자전거를 소탈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정치인이 많다. 특히 선거의 계절이 오면 전통시장과 더불어 반드시 자전거가 등장한다. 자전거 매니어인 이재오 의원은 자전거 유세의 원조격이다. 낡은 자전거 유세로 지역벽을 뛰어넘은 이정현 의원도 기억에 또렷하다.

대선이 내년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에서 차기 후보를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차기 대통령과 자전거는 어떤 함수관계가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 이상호 참좋은레져 사장

1337호 (201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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