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빈 방 여니 새로운 청춘 열려 

 

이준규 에어비앤비 코리아 대표

‘나이 드는 것이 아니라, 멋이 드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며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에게 투자하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노년층은 이제 사회에서 소비활동의 주체로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당연히 이들을 위한 사업과 서비스가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소비시장에서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했던 노년층이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소비층의 다원화가 일어나는 사이, 자본주의도 기존의 모습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다른 방향으로 진화 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진화의 중심에는,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존재한다. 공유경제라는 용어는 2008년 로런스 레식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리믹스]에 등장하면서, 그리고 이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2011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소개하면서 급격히 퍼지기 시작했다.

공유경제는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바꿔 쓰는 교환(Swap)의 개념부터 공동 소유(Common Own)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내게 필요하지 않은 것은 남에게 빌려주고, 거꾸로 내가 필요한 것은 남에게 빌려 쓰는 것이 바로 공유경제다. 과잉 공급이 만들어낸 폐단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공유경제는 선순환적인 구조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과 색다른 체험이라는 부수적인 가치도 창출해내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새로운 경제시스템의 도래는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으로 대표되는 소비 주체의 변화와 맞물리게 됐고, 수많은 접점 중 하나로 ‘숙박공유’가 있다. 고령층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이용해 소비 주체로 떠올랐으나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30년 이상을 무직 상태로 보내는 건 부담일 수밖에 없다. 부수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자신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수익활동을 하길 원한다는 점에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남는 방이 있는 집을 숙박공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에어비앤비 사용자 중 100만 여명이 60세 이상의 고령층이며, 전체 호스트의 10%를 차지한다. 이들은 이들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의미 있는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으며, 세계인들과의 사교활동으로 삶의 활력을 되찾기도 한다.

에어비앤비에서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사명은 세계 70억 인구가 어디에서나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 중 60세 이상 연령층이 적어도 10억 인구를 차지한다. 그들은 수십 년 간 쌓아온 연륜과 스토리로 현재 세계 에어비앤비 커뮤니티에서 최고의 호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에어비앤비 코리아는 올해 5월,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하고 시니어 호스트 발굴과 지원에 힘쓰고 있다.

‘빈 방을 열었더니 새로운 청춘이 열렸다’. 아들과 딸이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떠나 보내고 빈 집에서 외로워하던 한 시니어호스트가 에어비앤비를 접한 후 전해온 인사다. ‘소통’과 ‘연결’, 그리고 ‘경험’으로 대표되는 에어비앤비의 가치가 계속 노년층의 여생에 새로운 의미를 가져다 주길 기대한다.

1340호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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