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주부 경력 여성’의 경쟁력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지사장

통계청이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중 약 42%가 여성이다.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여성 비율도 75% 이상으로 조사돼 과거에 비해 여성의 교육수준도 높아졌다. 이런 덕에 사법·행정·교육 등 국가 경쟁시험의 합격자 다수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도 여성이 사회에 진출해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혼·출산·육아에 부모 봉양 등 가정에서 발생하는 대소사의 대부분을 여성이 담당하고 있고, 여성의 책임 비중이 크다. 가정 일을 하느라 본인의 커리어가 중단되는 경력 단절 여성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주부 경력’도 여성 경쟁력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가정 일에 최선을 다한 여성은 문제해결 능력, 커뮤니케이션, 헌신, 응용력, 인내심 등 비즈니스 업무에 필요한 자질도 높기 때문이다. 기업은 주부를 ‘경력 단절 여성’으로 볼 것이 아니라 ‘주부 경력 여성’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특히 이들이 회사에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을 제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만약 여성이 결혼 후에도 계속 일을 한다고 해도 ‘유리천장’ 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과 맞닥뜨리게 된다. 유리천장은 성별·출신·학력 등의 차별을 묵시적으로 조장하는 일종의 사회 병폐현상이다. 기업이 유리천장을 불식시키려면 공정한 인사제도, 여성에 대한 멘토링, 유연한 근무여건 보장 등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나 역시 대학원 진학과 경력 개발을 하는 것과 관련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페덱스에서는 P-S-P(사람-서비스-수익) 경영철학을 중시하기 때문에 여성이라서 받는 부당한 차별은 경험하지 않았다. P-S-P는 회사가 직원을 존중하면, 이 직원이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회사의 수익이 높아진다는 경영철학이다.

사회 진출을 앞둔 여대생이나 자신의 더 큰 이상을 펼치고 싶은 여성 직장인들에게 셰릴 샌드버그의 <린인>을 한번쯤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혁명을 내면화하자’는 서문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 여성 리더가 그동안 있었던가?

저자는 ‘성공하려는 의지,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며, 여성들이 더욱 야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며, 더 좋은 보상을 당당히 요구하라고 주문한다. 나 또한 외부 강연에 참석할 때마다 여성들이 자신감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많은 기회가 오도록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과 제도에 비춰볼 때, 아직은 가사와 육아의 책임이 여성에게 지워져 있어, 여성은 남성보다 10배 이상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악조건에 있다.

사회는 여성들에게 정글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여성들은 두려워하거나 겁을 내지 말고 더욱더 세상에 부딪치며, 적극적으로 꿈을 향해 정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나와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는 것이 ‘야망’을 품는 첫걸음일 것이다. 지금도 가정과 사회 곳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1341호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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