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동방실용지국으로 변신하자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

초등학교 시절 가장 싫었던 기억은 아침 조회 시간이었다. 아침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서있는 것도 너무 싫었지만, 더욱 싫었던 경험은 조회가 끝나기 전까지 줄을 똑바로 맞추어서 부동자세로 있는 것이었다. 그때는 줄을 똑바로 서지 않으면 혼을 내는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에 줄 맞추어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부동자세로 줄을 서서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교육적 의미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려왔다. 그래서 그런지 수많은 격식과 형식을 따진다. 조선 시대에는 예를 너무나도 중시한 나머지 장례절차에 대한 논쟁 탓에 수많은 사람이 죽는 사화를 몇 차례 겪는 어이없는 일도 곧잘 벌어졌다. 백성들이 먹고 사는 문제보다도 왕과 양반들의 권위를 나타내는 예의와 형식이 더 중요한 나라였고, 그러한 악습의 잔재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높은 사람이 참석하는 행사에서는 내용보다는 앉는 순서와 식순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불필요한 인원이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행사에 참석한다. 또한 높은 지위 사람들이 움직이면 관련이 있던 없던 수많은 수행원이 같이 움직인다. 종종 해외 유명 인사가 수행원 없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소탈하다고 찬양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렇게 변화할 의지가 없는 듯하다. 우리에게는 예의가 중요하고 격식과 형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례하거나 예의가 없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행동이다. 그러나 지나친 격식과 의전은 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해서 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게 분명하다. 지나친 의전을 의식하고 격식을 차리는 게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특권의식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 양반은 나라를 다스리는 계급이면서 수많은 특권을 누렸다. 병역과 세금 의무에서 면제되었고, 치외 법권적인 특권을 누렸다. 우리 사회는 이제 봉건 시대가 아닌 민주사회가 되었지만, 여전히 조선 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봉건주의적인 문화가 남아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은 더 많은 책임과 일을 하기 위해서이지만, 거기에 비례해서 가지고 있는 특권도 같이 생기게 된다고 종종 착각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것을 당연시 여긴다. 대접받는 것에 익숙해지고 특권에 익숙해지면 사람들은 더 많은 특권을 원하게 된다. 그러한 특권 의식은 부정과 비리를 정당화시키고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열심히, 그리고 많이 일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생산성은 서구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필자는 특히 우리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일에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는 많은 자원과 사람의 시간을 지나친 격식을 지키기 위해서, 때로는 남들 눈에 보기 좋은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것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동방예의지국을 벗어나서 동방실용지국으로 변화하길 기대해본다.

/images/sph164x220.jpg
1342호 (2016.07.1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