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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스마트농업] 스마트팜 도입 농가, 총수입 31% 늘어 

농축산업에 ICT 접목해 생산성 높여 … 전문가·소프트웨어 부족, 농가 빈부격차 숙제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충남 논산의 1만6000㎡ 규모 축사에서 어미돼지 3600여 마리를 키우는 하이포크 봉동농장은 4년 전 200억원을 들여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장에 도입했다. 온도·습도와 환기량을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악취를 유발하는 공기는 정화한 후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축사 환경은 다른 곳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쾌적해졌다. 자동으로 처리되는 돼지 분뇨는 비료로 판매해 제2의 수익도 생겼다.

이처럼 농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노동 집약적인 산업에서 벗어나 ICT를 접목해 노동 효율성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스마트농업이다. 스마트농업은 농촌 인구와 노동력 부족, 농지 감소, 기상이변에 따른 각종 재해 빈발 같은 문제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더불어 생산·유통·소비 부문에 신성장 동력원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효율성·품질 향상 등 농업에서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곡물 자급률 24% 수준

식량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 5조8000억 달러가 넘고 13억 명의 인구가 종사하는 거대 산업이다. 2050년까지 세계 인구는 90억 명으로 증가한다고 예측된다. 그러나 유엔에 따르면 식량 수요를 만족할 수준으로 공급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국내 사정은 더 걱정스럽다. 국내 농가 인구의 41.8%가 60세가 넘는 고연령층으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이들의 평균 경지면적은 0.6ha로 대부분 소규모 자작농이다. 국내 농가의 비효율성은 커지는데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국내 곡물 자급률은 24%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2위다.

최근 이렇게 농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 분야에 ICT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생산·관리·가공·유통에 이르는 농업의 전 과정에 적정 ICT를 적용해 자동화와 빅데이터가 기반이 된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스마트농업은 생산·유통·소비 각 단계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생산 단계에서는 ‘스마트팜’이 대표적이다. 비닐하우스·축사·과수원 같은 곳에 주로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해 원격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하는 농장이다.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사물인터넷과 근거리무선통신을 이용해 농장 주인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쌓이는 정보를 분석해 농축산물이 잘 자라는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농업뿐 아니라 봉동농장의 사례처럼 축산업의 생산 과정에서도 스마트팜을 적용할 수 있다.

농사를 짓는 것만 스마트해 진 게 아니다. 농부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플랫폼 등 유통과 소비 단계에 걸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농산물 직거래는 보편화됐다. 최근에는 농산물 SNS 마케팅도 늘었다. 생산자와의 소통,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평가를 활용하는 것이다. 또 품질 모니터링이나 이력 추적 시스템 같이 소비안전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생산 단계에서 스마트농업을 도입하면 센서를 비롯한 다양한 기기가 사람의 몫을 대신해줘 노동투입 시간을 줄이고도 양과 질이 풍부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드나들어야 할 논이나 밭에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시간적 여유도 생긴다.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도 주목을 받는 이유다. 또 농사가 쉬워지니 영농경력이 짧아도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게 된다. 농사를 처음 시작한 창농인들은 물론이고, 귀농·귀촌을 하고 싶지만 농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였던 도시민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유통 단계에서는 적정 가격 책정과 마케팅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혀 중간유통의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세계 농업 선진국에서는 앞다퉈 스마트농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농업 기술투자는 지난해에만 4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다. 경작 규모가 큰 미국은 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농경관리 소프트웨어(SW)가 발달했다. 벼농사를 재배하는 지역의 토양과 수분상태, 날씨, 작물의 특성을 고려해 공급량을 산출하고 수요량을 확률적으로 계산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미국 경제지 포춘 등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투자에서 농축산업과 식품 관련 투자가 급증했다. 지난해 농업 및 식품 분야에 투자된 벤처캐피털 자금이 전 년 대비 54% 늘어난 4억8600만 달러다. 대부분 클라우드 기반의 농장관리 소프트웨어(SW) 개발 및 각종 농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들이다.

로봇 강국 일본은 ‘식물공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일본의 채소회사인 스프레드는 2017년까지 로봇이 농사를 짓는 로봇농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농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농식품부는 2021년까지 스마트팜 관련 R&D에 총 1075억원을 투자해 온실·축사 구조를 표준화할 방침이다. 또 스마트팜 확산을 위해 ‘스마트팜 가속화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펀드 조성도 추진 중이다. 기업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저마다 스마트팜 솔루션 제공과 서비스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기의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스마트팜 도입 농가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 결과 2014년과 비교해 생산량은 25% 증가했고, 고용 노동비는 10% 절감돼 농가 총수입이 31% 늘어났다. 스마트팜을 도입한 온실 면적은 2014년 60㏊에서 2015년 364㏊로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스마트팜 도입 축사는 2014년 30농가에서 2015년 156농가로 늘었다.

귀농·귀촌 진입장벽 낮추는 효과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ICT 장비를 들여오는 것 자체가 결국엔 투자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많은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만만찮다. 그나마 돈을 투자할 여력이 있는 농가는 사정이 괜찮다고 볼 수 있다. ICT 설비에 투자할 수 없는 영세한 농가는 앞으로 점점 더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비싼 돈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 살림에 큰 부담이 된다. 이에 따라 농가간의 빈부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농업 ICT 분야의 전문가와 SW 경쟁력도 부족하다. 스마트 농업은 단순히 장비만 설치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농사와 ICT 관련 기계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SW가 필요한데 국내에는 아직 그 수가 많지 않다. 김태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생산·유통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축적 및 활용을 위한 통합정보체계를 구축하고 선진 외국기술을 단순 적용하는 게 아닌 소농·고령화 등 국내 실정에 맞는 스마트농업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1337호 (201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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