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한국의 친환경차 어디까지 왔나] 2020년쯤 ‘제네시스 전기차’ 나올 듯 

정부, 친환경차 대폭 확충 계획... 국내 자동차 제조사, 전기차 라인업 확대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6월 말 선보일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지난 6월 3일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대책의 핵심은 ‘경유차 때리기’였다. 경유차를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와 수도권 운행 제한, 경유 버스의 친환경 버스로의 대체, 경유차의 저공해차 지정 기준 강화(사실상 혜택 폐지) 등이 대책에 포함됐다.

경유차를 줄이는 것만큼 주목받은 대책이 하이브리드차·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신차 판매의 30%(연 48만대)를 친환경차로 대체해 150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전기차 충전소도 주유소의 25% 수준인 3100곳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정부 대책이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시장 수요가 경유차·휘발유차에서 친환경차로 이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경유차 개발에 주력해왔던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에 따라 경유차를 대거 개발해왔던 데서 친환경차로 미래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현대·기아차와 한국GM·르노삼성차·쌍용차 등 국내 자동차 제조사의 친환경차 수준이 관심을 모은다.

미세먼지 대책 핵심은 ‘경유차 때리기’


▎르노삼성의 2인승 도심형 소형 전기차 ‘트위지’.
권문식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은 지난 6월 1일 부산모터쇼에서 “2020년까지 28개 차종의 친환경차를 개발해 친환경차 시장에서 글로벌 2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친환경차 로드맵을 최초 공개하면서 밝힌 22개 차종보다 6개 늘어났다. 올해 선보일 첫번째 무기는 6월 말 선보일 ‘아이오닉 일렉트릭’(전기차)이다. 5월에 정부 연비 인증 결과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191㎞를 인정받았다. 국내 판매 중인 전기차 중 가장 길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기준의 주행거리는 206㎞, 고속도로 주행거리는 173㎞다. 급속 충전하는 데 30분, 완속 충전하는 데 4시간 30분이 걸린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3월 인증 전 주행거리를 보수적으로 잡아 180㎞로 발표했지만 실제 측정한 결과 기대치를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28㎾h(킬로와트시) 고용량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 강하면서도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 등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자동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AEB), 주행 조향 보조 시스템(LKAS) 같은 첨단 안전 사양도 갖췄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정부 보조금을 받을 경우 2000만~2500만원에 살 수 있다.

현대차는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순수 전기차 모델도 선보일 전망이다. 아이오닉과 함께 저가부터 고가 모델까지 전기차 수요를 다양하게 아우를 수 있는 틀을 만들 계획이다.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제네시스 전략담당 전무는 부산모터쇼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는 분명히 친환경차 시장에 진출할 것이다. 전기차는 이 계획에 확실하게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전기차 개발을 언급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현대차의 전기차 개발 계획을 종합하면 현대차는 앞으로 크게 3단계에 걸쳐 전기차 로드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엔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하며 초기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2018년까지 1회 충전 시 320㎞를 주행할 수 있는 SUV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모델은 테슬라 모델3와 GM 볼트 등 4000만원대 가격에 300㎞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과 경쟁한다. 포르쉐와 벤틀리,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고급차 브랜드가 수억원에 달하는 ‘럭셔리 전기차’를 출시하는 시점인 2020년쯤엔 제네시스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GM은 미국GM 본사에서 개발한 전기차 라인업을 속속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기존 유일한 전기차 모델이었던 ‘스파크 EV’에 이어 올 하반기 국내에 선보일 전략 차종은 ‘볼트’다. 볼트는 내연기관을 장착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속성을 지녔지만 일반 PHEV를 넘어선 전기차 주행모드를 통해 주행거리연장전기차(EREV)로 분류되는 차다. 1회 주유·충전 시 676km에 달하는 최대 주행거리가 특징이다. 순수 전기 주행거리도 89km에 이른다.

쌍용차는 현재 친환경차 출시 계획 없어


▎주행거리 연장전기차 (EREV)로 분류되는 한국GM의 ‘볼트’.
운전대 뒷면의 패들 스위치를 통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전기 모터를 충전하는 것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온 디맨드 리젠 시스템’(Regen on Demand_TM)을 채택했다. 실내엔 운전석·조수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 총 10개 에어백을 적용했다. 차선 이탈 경고 장치, 차선 유지 시스템도 탑재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볼트를 PHEV로 분류했다. 전기차로 인정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최대 2200만원에 달하지만 PHEV는 최대 600만원 밖에 지원받을 수 없는 게 걸림돌이다. 한국GM은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말리부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올 하반기 중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차는 택시를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왔다. SM3 ZE가 대표적이다. 올해 총 4000대의 전기차가 보급되는 제주도에서 SM3 ZE를 1000대 판매할 계획이다. 또 부산·대구·제주를 비롯해 전기차 보급을 추진하는 지자체와 함께 전기 택시 보급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올 하반기엔 ‘틈새시장’을 노린다. 도요타 ‘아이로드’와 비슷한 2인승 도심형 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하반기 중 국내 출시한다. 유럽에서 2012년 이후 2만 대 가량 팔린 인기 모델이다. 트위지는 LG화학의 6.1㎾h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고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까지 달릴 수 있다. 최고 시속은 80km다. 가정용 220V 전원으로 충전할 수 있다. 업무용 모델의 경우 최대 180L, 75kg까지 적재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트위지는 1인 가구 증가로 초소형차와 도심 무공해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대중교통의 보완 수단으로서 주목받고 있다”며 “관광용 뿐만 아니라 물류업, 도심 배달업과 카셰어링 같은 분야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위지 역시 볼트처럼 전기차로 분류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가 안전상 이유로 트위지의 고속도로 등 주행을 막기 위해 이륜차로 분류한다면 전기차 정부 보조금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SUV의 명가’인 쌍용차는 현재로선 친환경차 출시 계획이 없다. 소형 SUV ‘티볼리’ 출시를 계기로 부활하고 있는 만큼 경유차를 중심으로 한 현재 판매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친환경차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연구개발엔 투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출시 시기는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자동차 업계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가 친환경차 개발 지원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1339호 (2016.06.2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