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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년 만의 금리 인하, 왜?] 美 금리 인상 늦추자 경기 부양 지원사격 

1.25%로 사상 최저 수준... 추경 편성 등 정부 후속 대책 주목 

서경호·조민근·김경진·하남현 기자 praxis@joongang.co.kr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6월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절벽 대응 방안은 공기업의 투자 확대, 지방자치단체의 추경 편성 등이 있다. 대신 내년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확대 편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조조정을 대비한 재원 역시 내년 예산에 본격적으로 편성하겠다는 생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이 3조8000억원 가까이 쌓여 있어 당장 실업 대책을 감당하기엔 충분한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하반기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정부도 자신 없는 표정이다.

이날 새누리당과 정부가 국회에서 개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관련 당정 간담회’에서 추경 편성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상훈 새누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민간 부문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정부 예산 지원을 통해 선박·군함 건조 등 공공부문 일감 규모를 유지·증대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반기에는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우려가 큰 만큼 추경 편성과 6월 종료되는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연장과 같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재정을 집행할 시기는 아니라는 견해도 나온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구조조정을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빚부터 늘려 재정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며 “추이를 지켜본 뒤 추경 편성을 해도 늦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금통위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는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금리 인하의 ‘깜박이’를 미리 켜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다만 5월과 6월의 금통위 발표문을 비교하면 한은의 경기 판단이 시간이 갈수록 비관적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경제에 대해 5월 ‘선진국 중심 완만한 회복세 지속’으로 표현했다가 6월엔 ‘미약한 회복세 지속’으로, 국내 내수경제는 ‘내수 및 경제심리 완만한 개선’에서 ‘내수 개선세 약화 및 경제심리 부진’으로 경기 판단이 나빠졌다.

올 하반기는 더 문제라고 봤다. 금통위는 세계 교역 부진에 기업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하방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가 오름세가 둔화한 가운데 성장세가 회복되지 않고 있고, 본격화될 기업 구조조정이 실물경제와 경제 심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선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여론의 압력에도 한은이 그동안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못했던 큰 이유는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과거와 달리 금리를 인하하면 외자 유출 가능성이 크다는 외부 전문기관의 스트레스 테스트(충격 흡수 능력 테스트) 결과를 받아보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의 달러 약세 흐름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금리 인하의 부담이 한결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선진국과의 금리 차이보다는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이 좋아지는 게 자본 유출을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지 남겨

이번 결정으로 한은도 구조조정과 경기 부양에 적극 동참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주열 총재는 정부와 샅바싸움을 하면서도 구조조정의 실탄으로 쓰이는 국책은행자본확충펀드 조성에 협력했고 위기가 심해지면 직접 출자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겨뒀다. 물가 안정과 함께 금융 안정이라는 한은의 책무에 충실하게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재정·통화정책과 구조조정이 함께 가야 한다는 ‘3박자론’을 이날도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며 “이 원칙은 조금도 바뀐 게 없으며 금통위의 일관된 스탠스”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는 더 내려갈 수 있을까. 이주열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 실효하한(선진국과 비교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한계치)에 당연히 가까이 갔다”면서도 “그렇다고 이게 추가 인하 여지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 서경호·조민근·김경진·하남현 기자 praxis@joongang.co.kr

1339호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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