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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상장하는 세계 4위 네이버 ‘라인’ 경쟁력은] 현지 문화에 호흡 맞추며 승승장구 

네이버와 별도로 플랫폼 갖추고 빠른 전략 수행 … 방대한 서비스 제공도 강점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아리야 바노미옹 라인 태국 법인장(왼쪽)이 ‘라인맨’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라인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 진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을 만드는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7월에 미국과 일본에 동시 상장한다. 국내 인터넷 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건 2011년 넥슨에 이어 두 번째다. 상장의 1차 목표는 신주 발행 등으로 1조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간 라인은 네이버가 지분을 100% 갖고 있어 독자적인 자금 마련에 한계가 따랐다. 2차 목표는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강화, 해외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특히 지금껏 일본을 중심으로 태국과 대만 등 아시아에서 주로 사업을 키웠지만, 미국 상장을 계기로 북미에서도 사세를 확장할 계획이다. 라인 관계자는 “이번 상장은 ‘제2의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시아→북미로 사세 확장 계획


지난 2011년 일본에 출시되면서 해외 공략에 본격 나섰던 라인은 현재 세계 230개국 2억2000만 명(월간 순이용자 수 기준)의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로 거듭났다. 왓츠앱·페이스북메신저·위챗에 이은 세계 4위다. 라인이 첫 선을 보일 때만 해도 국내 시장은 카카오 ‘카카오톡’의 독무대였다. ‘카카오톡이 선점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통하겠느냐’는 세간의 의문에 라인은 해외 진출로 답했다. 일본 출시 직후 5만 명에 그쳤던 가입자는 입소문을 타고 눈덩이처럼 불었다. 누적 가입자가 2013년 1억 명, 2014년 4억 명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네이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2011년 14%에서 2013년 24%, 지난해 33%로 매년 커질 만큼 신성장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 집중했던 전략이 그대로 통했다.

라인의 경쟁력은 우선 철저한 현지화(localization)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 지시로 2008년부터 일본 사업을 맡아온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가 “라인의 역사는 현지화의 역사”라고 자평할 정도다. 실제로 시작 단계에서부터 현지화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 당초 일본 내 개발진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라인을 기획했다. 그러나 2011년에 동일본 대지진으로 통신 환경이 나빠져 현지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자, 개발진은 이를 보고 SNS 대신 모바일 메신저로 다가서기로 방향을 바꿨다. 지진으로 전화 연결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빈번한 일본에선 중요한 순간 온라인 기반 모바일 메신저의 필요성이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자국 중심주의가 강하던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최근 라인 태국 법인이 최초 공개한 신규 서비스 ‘라인맨’도 이 같은 현지화의 산물이다. 라인맨은 음식 배달과 퀵서비스, 편의점 제품 배달 등을 아우르는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서비스다. 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라인맨이 언제 어디서든 배달해준다는 개념이다. 신 CGO는 “라인맨은 태국인 직원이 일주일의 고민 끝에 제안한 서비스”라며 “일종의 ‘심부름 센터’ 같은 건데, 한국인 관점에선 필요한가 싶지만 태국 현지 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용하는 서비스로, 음식 문화를 중시하는 태국에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실제 태국은 외식을 즐기는 문화가 발달해, 현지 사정에 정통한 서비스라는 평을 들었다.

라인 측은 이를 두고 내부적으로는 ‘문화화(culturalization)’라 표현하기도 한다. 현지화란 단어가 라인 중심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현지가 라인한테 맞춘다는 어감을 줄 수 있단 이유에서다. 이에 반해 문화화는 서비스를 현지 문화에 맞추는 데 집중한다는 의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히 현지 맞춤형 기업이 되자’는 라인의 각오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규모 면에서 수십 배가 큰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해외 각국 문화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봤고, 이는 주효했다.

두 번째 경쟁력은 이런 현지화 전략의 빠른 수행을 가능케하는 사업구조다. 지금껏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자회사 대부분은 모회사가 주도하는 국내 서비스의 판매와 영업을 보조하기 위한 역할에 머물렀다. 이와 다리 라인은 모기업인 네이버와는 별도로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특수한 사례로 꼽힌다. 모회사의 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회사의 독자적인 사업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해외 사정에 발을 맞춰온 게 통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 기업이 설립한 자회사가 해외에 상장한 것도 라인이 처음이다. 라인 일본 법인은 아예 서비스 기획에서부터 개발과 운영까지 모든 사업 과정을 자체적으로 총괄한다. 태국과 대만 등 다른 현지 법인들도 곧 이런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세 번째는 다양한 해외 소비자 취향을 아우를 만큼 방대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라인을 쓰는 해외 소비자는 단순히 채팅만 하는 게 아니다. 콘텐트로는 ‘라인망가(일본식 만화)’와 ‘라인뉴스’ ‘라인뮤직’ ‘라인TV’ ‘라인라이브’ 등이 풍부하게 제공돼 라인을 쓰면서 그대로 TV나 뉴스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O2O 서비스로는 ‘라인택시’ ‘라인아르바이트’ ‘라인숍’ ‘라인기프트숍’ 등이 해외에서 활발히 선을 보였다. 라인숍을 이용하는 해외 소비자는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를 통해 원스톱으로 쇼핑을 할 수 있다. 풍부한 서비스가 라인 애용자를 늘리는 첨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음 목표는 수익선 다변화

다만 라인은 지금껏 이런 경쟁력 못지않게 한계도 갖고 있었다. 전체 매출에서 광고와 게임이 갖는 비중이 도합 70%(지난해 기준)로 수익 모델이 편중됐다. 성장성 확보를 위해선 수익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일 상장으로 라인이 1조원가량이라는 ‘실탄’을 손에 쥐면 현지 스타트업들을 인수, 수익선 다변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다른 수익 모델을 가진 현지 스타트업을 인수해 라인 트래픽과 연결시키면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라인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일본의 문을 동시에 두드림으로써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부각, 더 많은 광고 수익을 낼 것으로도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월간 순이용자의 75%가 아시아에 편중됐던 한계가 있었지만, 미국 상장으로 글로벌 브랜드로의 이미지를 높이는 전기를 마련했다. 라인은 이미 코카콜라와 로손, 맥도날드 같은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라인 공식 계정에 참여해 이용자들과 직접 소통할 만큼 기업 마케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상장이 라인 측 기대대로 제2의 도약을 완성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40호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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