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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국내 시장은 좁아 해외 진출이 필수 

해외 ETF에 자금 10% 투자 예정...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강점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한국형 헤지펀드(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운용 자산 규모가 상품 첫 출시 5년 만에 5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40여 개 펀드가 약 3조3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굴렸다. 올해 100개가 넘는 펀드에 1조원 넘는 자금이 몰렸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연 7%가 넘는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소수(49인 이하) 투자자들이 최소 1억원 이상만 투자할 수 있다는 제약에도 한국형 헤지펀드는 성장에 거침이 없다.

실제 수익도 좋았다. 지난 6월 1일 기준으로 총 110여 개에 달하는 한국형 헤지펀드 중 60개 넘는 펀드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신생 헤지펀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라임자산운용의 ‘모히또’가 8.5% 수익률로 5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은둔의 투자 고수’로 알려진 장덕수 회장이 이끄는 DS자산운용의 ‘디에스 수’, ‘디에스 지’도 각각 12%, 8.2%로 수위권에 이르고 있다.

“최소 가입 금액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지면서 많은 투자자가 헤지펀드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형 헤지펀드에만 추가로 1조원 이상 더 몰릴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6월 2일 여의도 전경련 사무실에서 만난 원종준(39) 라임 자산운용 대표도 국내 헤지펀드 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2012년 문을 연 라임자산운용은 최근 여의도 투자업계에서 주목받는 회사 중 하나다. 운용하는 자금의 규모도 3년 만에 6000억원 이상으로 불면서 얼마 전 금융당국으로부터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로 지정됐다. 젊은 회사란 점도 눈에 띈다. 원 대표는 운용사 전환을 앞두고 이종필 상무와 김영준 이사를 영입했다. 이들 셋 모두 동갑내기다. 그는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합리적인 상상력이 나올 수 있다”며 “변수가 한층 많아진 주식시장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한국 주식시장을 어떻게 보나.


“사실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머물렀던 것만 해도 다행이다. 기업의 실적이나 이익이 정체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존 성장주인 IT철강화학 분야 어느 곳에서도 성장스토리가 뚜렷하지 않다. 산업에 속한 기업이 더 이상의 변화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이제는 매크로(거시경제) 지표와 바텀업(bottom up, 철저한 기업 분석 방식)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주목할 분야가 있나.

“지난해에는 성장주나 중소형주가 시장을 주도했다면, 올해는 대형주도 봐야 한다. 그만큼 이들 주가가 많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단순히 주가가 내려가서만은 아니다. 주요 선진국의 경기가 좋아지면서 철강을 비롯한 기존 대형주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어느 누가 올해 초부터 포스코 주가가 60% 이상 오를 것이라 예상했겠나. 이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보면 0.3~0.4배 수준에서 0.6배 이상으로 뛰어도 이상할 게 없다.”

어려워진 시장에도 라임이 꾸준한 수익을 내는 비결은.

“자유로운 분위기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모여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다. 애널리스트가 분석하고 만든 포트폴리오의 수익도 가상으로 체크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펀드매니저의 성과와 비교한다. 이들이 의견이 다르다면 수익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서로 제시한 의견이 수익 평가에 고스란히 나타나다 보니 시장을 좀 더 깊게 이해하고자 노력하게 됐다. 예를 들어 애널리스트가 포트폴리오를 제안할 때 펀드매니저에게 롱(매수) 종목을 추천하면서 숏(매도) 종목도 같이 내놓아 펀드매니저의 부담을 더는 동시에 시장의 변화를 전체적으로 같이 볼 수 있게 했다.”

해외 헤지펀드 시장은 고전하고 있지 않나.

“홍콩뿐만 아니라 아시아, 주요 선진국 등 해외 시장에서 헤지펀드 성과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만 유달리 헤지펀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아무래도 저성장저금리고령화 상황이 재테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땅한 재테크 수단이 없어 해외 자산 투자에 일찍이 눈을 돌린 일본을 따라가는 상황이다. 국내의 경우 올해 안으로 500만원으로도 헤지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기존에는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에 달했다. 대규모 원금 손실 논란을 일으켰던 주가연계증권(ELS)의 판매 규제도 강화돼 국내 헤지펀드 시장 성장에 한몫했다.”

시장이 커지면 문제도 잇따를 텐데.

“헤지펀드 시장이 커지면 한국 주식시장은 운용하기 좁은 곳이 될 수밖에 없다. 자금 운용 규모가 엄청나게 빨리 커지고 있어 해외 증시로 더 많이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최근 홍콩 출장을 다녀왔다. 앞으로 우리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의 10% 정도 자금을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시켜 운용하기 위해서다. 최근 해외 투자 비중을 크게 확대한다는 국민연금기금의 발표도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운용사들의 계획과 궤를 같이한다.”

언제부터 해외 투자에 본격 나서나.

“최소 6개월은 준비해야 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준비해서 내년에 상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필요한 인력도 충원하려고 알아보고 있다. 시기보다 앞으로 헤지펀드 운용을 좀 더 탄력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진출은 필수다.”

라임만의 투자철학은 무엇인가.

“국내외 시장을 막론하고 쏠림을 경계해야 한다. 예전에는 수익률 1등을 추구했다. 리스크가 있더라도 당연히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익이 좋은 분야가 있으면 투자 비율이 쏠려도 그대로 밀고 나갔다. 한 주 만에 15% 이상 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팔고 나오는 시점을 잘 잡지 못했다. 결국 쏠림 현상은 우리 ‘욕심’ 탓이었다. 실제 지난해 소비주 위주로 집중 투자했던 펀드 수익률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헤지펀드 운용의 기본 전략을 ‘중위험중수익’에 맞췄다.”

구체적인 투자전략을 소개한다면.

“우리가 출시한 ‘라임 모히또’와 ‘라임 가이아’를 운용하는 전략은 이렇다. 라임 모히또는 1억원에서 5억원 정도를 투자하는 분들을 위한 펀드이고, 가이아는 1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자산가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 연간 7% 정도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가이아처럼 메자닌신주인수권부사채(BW)퀀트 전략을 섞었다. 국내외 모두 고루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변동성에도 주목했다. 기업을 분류하는 기준을 단순히 성장성이 아니라 변동폭에도 두고 변동폭이 적은 종목도 따로 관리하고 있다. 변동폭이 크면 투자자들이 불안해서 장기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했다. 실제 변동성이 적은 종목에 투자해 100% 이익을 거뒀다.”

라임의 지배구조가 특이한데.

“우리 회사는 외부 주주가 없다. 대주주 지분도 낮다. 대부분의 지분을 직원들이 나눠 갖고 있다. 회사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 20살 직원도 지분을 가지고 있다. 수익이 나면 투명하게 공개해서 지분대로 배당하고 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메자닌 펀드: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다. 메자닌 펀드는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1339호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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