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군주론의 이 한 문장] 작은 이웃과 공존하는 구조 만들어라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 경영연구원장
‘자신의 국가와 다른 나라를 통치하려는 군주는 작은 이웃 세력들의 수장이자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자의 힘을 약화시키고, 자신과 권력이 대등한 외부 세력이 그 지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한다. 불필요한 야망이나 두려움으로 불만을 가진 세력들이 외부인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군주론 3장
기업을 포함한 모든 유기체는 나름대로 자신이 구축한 생태계의 중심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생태계의 범위도 넓어진다. 마키아벨리는 아무리 강력한 국가도 혼자서는 생존하고 번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주변의 약한 이웃들과 함께 생존하고 번영하는 방식을 취해 네트워크를 넓혀 장기적 생존기반을 확충하라는 조언이다. 그러나 강력한 외부 세력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는다. 상생의 정신은 막연한 선의가 아니라, 공동체의 생존을 보장하는 전략의 차원에서 구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조직 간에 제휴하는 이유는 상호이익 구조를 만들어 생존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고 다른 쪽은 손해만 보는 구조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기원전 8세기 라틴 단일민족의 촌락으로 출범한 로마는 정복사업으로 권역이 확장되면서 다민족·다문화·다언어·다종교 국가로 변모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로마가 패권과 함께 장기간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피지배 민족들과 상호이익을 바탕으로 공존하는 플랫폼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민족 각각의 특성을 인정한 자치를 허용하고 도로·상수도와 같은 인프라를 건설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법률을 통한 공정한 질서를 수립해 권역 내 거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었기에 오랫동안 번영할 수 있었다.

로마 융성기 이전인 기원전 6세기에 다양한 민족의 상호이익 플랫폼을 페르시아제국의 키루스가 건설했다. 성경에도 나오는 일화로 키루스는 바빌론을 정복한 후 유대인 포로들을 풀어주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했다. 키루스에게 약소민족에 대한 관용과 배려는 중요한 정책이었다. 약소국가들의 맹주로서 자비를 베푼 키루스를 제국의 백성들은 ‘왕중의 왕’으로 떠받들었다. 시장과 사업의 본질은 상호이익이다. 서로 이익이 되면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거래를 반복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상호이익의 개념과 범위가 넓어진다. 생태계의 중심에 서는 강자가 일시적인 힘의 우위를 남용하면 단기적 이득을 취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 공존은 불가능하기에 강자일수록 생태계 조절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의 기업도 강력한 네트워크의 일부분으로 존재한다. 소비자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기술·부품·시장 등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고, 이러한 협력관계의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다양성이 특징인 21세기에는 일개 기업이 아무리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시켜도 수요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롱테일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상되는 플랫폼 사업모델의 개념은 바다를 덮기 위해 많은 배를 홀로 만드는 무모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배를 모아서 넓은 바다를 덮을 수 있는 선단을 구성하는 접근이다. 강자라도 독불장군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상생을 전략적으로 추구해야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마키아벨리의 관점은 현재적 교훈이다.

1340호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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