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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 봅시다 | 기후·경기 ‘주기설’ 과연 맞나] 예고된 위기는 일어나지 않는다 

날씨 예상의 한계는 2주 … 반복적 경제 상황의 법칙성도 없어 

백우진 한화증권 편집위원 woojinb@hanwhawm.com

summary | 경제에는 복잡계보다 더 복잡한 측면이 있다. 경제 주체의 예상이 상호작용하며 결과에 영향을 주고, 경제 주체가 예측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에 옮겨 결과를 바꿔놓는다는 것이다. 예측 주체가 예측 대상 및 결과와 상호작용하는 ‘양자역학적 관계’가 작동하는 셈이다.

#1. 직장인 A(50)씨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사하는 방안을 놓고 주위 사람의 의견을 듣다가 고민에 빠졌다.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깊고 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예상을 접하고나서였다. 그 예상은 ‘경제위기 10년 주기론’이었다. 1997년에 아시아 외환위기가 한국을 덮쳤고 2007년에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발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것처럼 2017년에도 대형 태풍이 한국 경제에 상륙한다는 얘기였다. A씨는 “서울에 집을 마련하자마자 집값이 반토막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한다.

#2. 지난해 가뭄이 심해지자 ‘한반도 가뭄 124년 주기설’이 관심을 끌었다. 변희롱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1901년에 한반도의 가뭄이 극심했다며 최악의 가뭄은 그로부터 124년 뒤인 2025년에 재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 교수는 2015년에 최악으로 치달을 대가뭄의 주기가 이미 2012년에 시작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반도의 124년 가뭄 주기?

여기 병렬한 두 가지 주기로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둘 다 ‘미래 예측’이자 ‘주기론’이라는 측면에서 비판적 분석의 대상이다. 특히 기상예측에 대한 기존 연구는 경제를 전망하는 작업에 작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이를 바탕으로 ‘엘리어트 파동’이라는 주식시장의 주기설을 따져볼 수도 있다. 우선 기상예측 작업과 관련해 인류가 쌓은 지식에 비추어 가뭄 주기설을 검토해보자.

1901년 한반도 가뭄이 극심해 서울의 연간 강수량이 1척8촌 5분(370㎜)으로 연평균 강수량 1344㎜(두산백과, 서울시의 기후)에 비해 28%에 그쳤다고 한다. 가뭄 주기설이 맞아떨어지는 것인지, 지지난해 비가 덜 오더니 지난해 들어 가뭄이 더 심해졌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경기·강원도의 강우량은 평년 같은 기간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지난해 여름까지 날이 매우 가물었고 ‘가을 장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11월에 비가 많이 내렸지만 가뭄을 완전히 해갈하지는 못했다. 올해 장마철에도 비가 덜 내려 가뭄이 연장될 것인가. 그래서 한반도가 점점 124년 가뭄 주기에 깊숙이 빠져드는 양상이 나타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찾으려면 기상이 변하는 요인과 방식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기상학자들은 날씨의 변화가 나타나는 대기층은 대표적인 ‘복잡계(複雜係)’라고 설명한다. 복잡계는 많은 변수가 각각 움직이며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체계로, 한 변수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비선형이고 불확실하며 어느 한 변수의 작은 움직임이 연쇄작용과 상호작용을 거쳐 멀리 떨어진 곳의 큰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 작은 요동이 엄청난 결과를 낳는 변화를 가리켜 나비효과라고 하고, 복잡계에서 나타나는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상을 카오스라고 부른다.

카오스 현상을 1963년에 발표한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날씨를 멀리까지 내다보는 데에는 엄격한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 한계를 약 2주로 생각했다. 수학자 조던 엘렌버그는 책 [틀리지 않는 법]에서 ‘그동안 전 세계 기상학자들이 힘을 합쳐 노력했지만 아직 그 한계를 의심할 이유는 없는 듯하다’고 전한다.

요컨대 날씨에는 수많은 변수가 천변만화의 결과를 광대무변하게 일으켜 한 달 이후 날씨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가뭄과 같은 일정 기간의 기상현상이 몇 년이 아니라 무려 124년 주기로 반복된다면 그것은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일 게다. 첫째, 수많은 변수가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다가 124년이 지나면 약속한 듯 초기 기간의 상태로 돌아온다. 둘째, 수많은 변수가 124년 뒤에 어떤 상태일지는 알 수 없고 알 바도 아니지만, ‘우주의 기운’ 같은 게 작용한 결과 변수들의 영향의 총합은 초기 기간의 기상과 일치하게 된다. 두 경우가 발생할 확률은 각각 제로에 가깝다고 본다. 올해 여름에도 날이 가물지라도 그것은 124년 가뭄 주기론이 맞다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경기도 날씨 못지 않게 예측이 어려운 영역이다. 기상현상은 일정 주기로 순환하지 않지만 경기는 순환할까. 경기순환 주기설로는 ‘키친 순환’ ‘쥐글라 파동’ ‘쿠츠네츠 순환’ ‘콘트라티예프 사이클’ 등이 있으며 모두 연구자의 이름이 붙었다. 이들 가설은 각각 재고, 설비투자, 건설투자, 기술혁신을 경기순환의 요인으로 꼽았다. 순환주기는 키친 순환이 40개월로 가장 짧고 콘트라티예프 사이클은 40~60년으로 가장 길다. 쥐글라 파동의 순환주기는 6~10년인데, 주기는 ‘경제위기 10년 주기설’과 비슷하다.

경기순환 주기를 일으키는 이들 요인은 모두 어느 정도 설명력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 가설은 서로의 유효성을 깎아내리는 역할을 한다. 무슨 얘기인가. 각각의 사이클이 엇박자로 이뤄질 수 있고, 적어도 쥐글라 파동 이후의 주기가 40개월의 배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이 큰데, 그렇게 되면 경기순환이 불규칙해지고 주기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파장이 다른 여러 개의 음파를 합성하면 불규칙한 곡선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경기순환 주기설을 분석적으로 뜯어보자. 경제도 기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복잡계다. 변수가 상호작용을 하고 비선형적인 결과를 낳으며 영향이 불확실한데다 모형 밖의 변수가 갑자기 들이닥치기 때문에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준 기간의 경제 상태가 일정 시일 이후 반복해서 나타날 수 없다.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법칙성은 없다는 뜻이다.

엘리엇 파동은 근거 없는 가설일 뿐

경제에는 그런데 복잡계보다 더 복잡한 측면이 있다. 경제 주체의 예상이 상호작용하며 결과에 영향을 주고, 경제 주체가 예측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에 옮겨 결과를 바꿔놓는다는 것이다. 예측 주체가 예측 대상 및 결과와 상호작용하는 ‘양자역학적 관계’가 작동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에 따라 내년에 파국이 예고된 경우, 경제 주체들이 태풍에 대비해 다들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존력을 키워놓으며 대비하면 위기는 닥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위기에 앞서 경기가 위축되게 된다. 또는 정책당국이 선제적인 재정·통화정책을 집중적으로 퍼부음으로써 경제가 위기를 피해가도록 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런 경로가 종종 가능해질 경우 ‘경제위기 10년 주기’는 깨지게 된다.

증시는 경제를 바탕으로 움직이는데, 경제보다 운신의 폭이 훨씬 넓다. 경제가 활발한 정도에 비해 훨씬 달아오를 수 있고, 불황을 훨씬 더 증폭해 반영할 때도 있다. 경제가 일정한 순환 주기를 따르지 않는데 증시에 순환주기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미국 주식분석가의 이름을 딴 ‘엘리엇 파동 이론’은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가설이다. 엘리엇 파동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듯한 기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엘리엇 파동을 입증하지는 못한다. 사례는 과학이 아니다.

1341호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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