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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간 경영권 분쟁 어디로] ‘연말 신동주 쿠데타’ 설 아직은 시나리오 수준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표심이 승부의 관건... 검찰 수사 과정서 신동주 책임론 불거질 수도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분명히 진다. 하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연말이면 종업원지주회도 넘어온다.”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현 SDJ코퍼레이션 회장) 부회장 측의 핵심 관계자는 ‘의미 있는 변화’라는 단어로 올 하반기 경영권 분쟁의 방향을 시사했다. 불과 올해 5월까지만 하더라도 경영권 분쟁은 이제 끝난 이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 지분의 3분의 1을 보유한 종업원지주회가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두 차례의 주주총회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는 좀 달라졌다. 검찰 수사를 통해 신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 혐의와 배임·횡령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다시 진흙탕 싸움으로 접어들고 있다. 더구나 6월 10일 압수수색으로 본격화된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와 25일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는 SDJ 측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SDJ가 개설한 일본어 성명 사이트 ‘롯데 경영정상회를 위한 모임(http://www.l-seijouka.com)’에는 6월 10일, 15일 등 두 차례에 걸쳐 일본어 성명서가 게재됐다. 광윤사 대표이사 시게미쓰 히로유키(신 전 부회장의 일본식 이름) 명의로 된 성명서였다.

10일 성명서에서는 ‘롯데그룹의 사회적 신용과 기업 가치가 훼손돼, 정기주총에 경영 쇄신을 실현할 주주 제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주주 제안 내용은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롯데홀딩스 사장 등을 해임하고 자신을 롯데홀딩스 대표로 복귀시키자는 취지로 알려졌다. 15일 성명서에서는 “(롯데홀딩스) 현 경영진이 전혀 무책임한 상태로 오직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듯한, 정상적인 기업 경영에서 일탈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신동주 측, 검찰 수사 계기로 파상공세

롯데그룹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를 두고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제출한 자료 때문”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강하게 드러냈다. SDJ코퍼레이션 측 역시 이를 강하게 부인하지는 않는다. 민유성 SDJ 고문은 “우리 측이 발표한 롯데의 중국 사업 손실 자료나 소송 과정에서 제출한 회계장부 자료가 검찰에 많은 참고가 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는 “신동빈 회장도 롯데홀딩스 지분의 30%를 가진 형을 계속 무시하고서는 생각대로 경영 구도를 가져가지 못할 것”이라며 엄포까지 놨다.

이번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SDJ 측은 일본인 주주들의 감정과 의혹을 자극하는 질의 포인트를 대거 준비했다. 신 전 부회장은 크게 ▶롯데 국적 논란 ▶비자금 의혹 ▶검찰 조사의 이유 ▶롯데홀딩스 대신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까닭 ▶인수합병(M&A)의 성공 비율 ▶중국 사업 부진 ▶왜 ‘원 리더’인가 ▶종업원·임원지주회가 신 회장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 등 8가지 주요 포인트를 중심으로 주총장에서 신 회장을 몰아세웠다.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건 ‘롯데는 일본 기업인가?’라는 대목이다. 이는 지난해 8월 신동빈 회장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당시 기자들이 던진 질문이다. 당시 신 회장은 “롯데는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나오는 한국 기업”이라고 답했다. SDJ 측은 이를 역이용했다. 일본에서 창업했고, 일본 자본을 기반으로 설립됐다는 점에 자부심을 자극하는 포석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롯데는 세계적으로 한국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다만 지주사인 롯데홀딩스는 일본 기업”이라고 반박했다.

‘롯데홀딩스 대신 왜 호텔롯데를 상장하느냐’는 질문도 주주들 입장에서는 솔깃하게 들렸다. 롯데홀딩스 주주들 입장에서는 호텔롯데 상장보다 롯데홀딩스 상장이 당장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는 더 큰 수익이 날 수 있다. 한국 언론에서 보도된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불식시킨다’는 점 역시 역공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일본에서는 제과 주력사인 (주)롯데를 상장하고 한국에서는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투 트랙 전략이며, 투자형 지주회사(롯데홀딩스)를 상장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를 폈다.

롯데그룹 측도 반격했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이야말로 그룹의 확실한 리더’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다양한 성과자료를 준비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일본 롯데의 최근 1년간 경영성과 자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난해 6월 주총 이후 1년 간의 경영성과를 요약정리한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시기에 비해 ‘신동빈 원 롯데’ 아래에서의 일본 롯데 경영 성과가 늘어난 것을 보여줬다. 롯데 측은 “그동안은 일본 직원들에게 ‘일본 롯데가 성장 정체에 있는 동안 한국 롯데가 커진 것을 보라’는 말만 해왔는데,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누가 일본 롯데의 리더냐’라는 논리를 설파했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측 ‘종업원지주회 확고히 장악’ 주장

그렇다면 ‘연말 신동주 쿠데타’는 얼마나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일까. 본지 취재결과 SDJ 측은 130명의 종업원지주회 회원 중 40명가량을 자신들의 편으로 설득했다고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유성 SDJ 고문은 “그동안 종업원들을 설득한 결과 ‘내 주주권이 몇십 년 간 모신 회장님(신격호)을 해임하는 데 쓰였다는 겁니까?’ ‘내가 완전히 바보짓을 하고 있었네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반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SDJ 측은 수십 명의 퇴직사우(OB)들을 동원해 종업원지주회원에 대한 1대1 설득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에서는 ‘종업원지주회 쿠데타’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쓰쿠다 사장은 물론, 고바야시 마사모토 전무 등 신 회장 충성파 임직원들이 종업원지주회에 대한 영향력을 장악했다”면서 “종업원지주회의 신 회장 지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유통 업계 일각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이번 검찰 수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 과정에서 일본 롯데의 지배구조나 한·일 롯데 간 거래 내역을 집중 분석하고 있는데, 당시 일본의 CEO였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수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면서 “일본과 관련된 논란이 생겨나면 ‘신동주 책임론’ 역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권’을 잡더라도 롯데그룹 임직원들에 대한 리더십이 생기겠느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 롯데 관계자는 “롯데가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에 처한 지금에도 ‘회사가 어떻게 되든지 내 경영권이 우선’이라는 신동주 전 부회장을 롯데 임직원 누가 ‘원 리더’로 인정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롯데물산 관계자 역시도 “신 전 부회장 본인도 롯데그룹의 경영진이었고 최고 수뇌부였는데, 마치 신동빈 회장이 부임하니깐 사태가 터졌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1341호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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