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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재무비리 막으려면] 회계법인의 감시견 역할 더욱 강화해야 

롯데 비자금, 대우조선 분식회계 등 잇단 의혹의 빌미 제공 

박남수 Ernst & Young 한영회계법인 파트너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혐의, 대우조선해양의 ‘빅 배스(big bath)’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대주주의 내부정보 활용을 통한 사익 추구 의혹….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이다. 덩달아 회계법인도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회계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회계법인이 의혹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자기반성을 해본다.

기업이 회사의 실적을 좋게 보이기 위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 등을 크게 부풀리는 회계분식은 회사의 정보 이용자인 주주·투자자·채권자·은행 등 이해관계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범법 행위다. 이 때문에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 사태로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한 곳이 사라졌다.

이미 언론을 통해 회계법인과 해당 기업이 질타를 받았기에 여기에서는 다른 이면을 설명해보고 싶다. 일반적으로 검찰 조사나 감사원 조사는 기업의 의사결정 시점으로부터 수 년이 지난 이후에 그 결과를 토대로 진행된다. 결과가 잘못되었기에 의사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섣부르게 공론화할 경우 당사자들에게 미치는 경제적·정신적 폐해는 매우 크다.

조선업 해양플랜트의 경우 발주회사의 손익분기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해양플랜트 발주량이 최고점이었던 2012년은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최고점에 있었고, 그해 골드먼삭스는 유가 전망을 200달러로 제시했다. 발주한 회사도, 수주한 회사도, 시장도 모두 고유가 시대의 도래를 의심하지 않았지만 4년 만인 올해 초 유가가 20달러 대까지로 하락했다. 고객은 해양플랜트 인수를 주저했고, 당연히 대규모 손실이 뒤따랐다. 유가 20달러를 예측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 책임을 묻는다면 누구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셰일가스 혁명과 글로벌 경제 전망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재무제표 반영 시기를 의도적으로 늦추거나 축소해서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경우는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고령화, 저출산, 과다한 가계부채, 공급 과잉 등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 기조로 수익력이 떨어지는 한계기업은 회계정보 왜곡의 유혹을 더욱 많이 느낄 것이다. 한계기업 증가에 따라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제시도 더욱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안해본다.

첫째는 사람이다. 기업가정신을 회복시키고 전문가의 윤리의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회계법인 소속 전문가들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회계업계 차원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기업가나 경영진, 전문가의 도덕적 해이 및 비윤리적 행동에는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조치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

둘째는 시스템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내부 시스템과 전문가로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회계법인들도 자체적으로 회계감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감사대상 회사와 회계법인간의 관계 설정에 있다. 회계법인 선임 권한을 갖고 있는 기업은 회계감사의 질보다는 회계법인 간 치열한 가격 경쟁을 요구한다.

상시 구조조정 시대를 맞아 회계법인이든 산업은행이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처벌하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닥쳐올 저성장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내용은 EY한영회계법인의 공식 의견이 아닌 필자의 사견입니다.

1341호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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