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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노벨경제학자의 은밀한 향기’(19)] 왜 중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더글러스 노스 ‘경제 제도가 진화한 게 경제 발전’ … 종교·규범 등 비공식적 제도도 중요 

조원경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

▎더글러스 노스
1956년 아르헨티나에 차관을 제공한 채권국 대표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였다. 채권국들은 아르헨티나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채무상환 부담을 줄여주기로 합의했다. 이것이 2016년 7월 1일 한국이 21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선진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의 효시다.

그럼 아르헨티나는 원래 가난했나? 이탈리아에 살던 마르코네는 집안이 가난하다. 엄마가 부자 나라 아르헨티나로 일을 하러 떠났다. 어느 날 어린 마르코는 엄마가 몹시 보고 싶어 엄마를 찾아 무작정 길을 떠난다. 많은 어려움과 괴로움을 겪지만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엄마를 만난다. [엄마 찾아 삼만리]는 어린 시절 감동으로 남아 있다. 이야기 속의 아르헨티나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남미의 진주’라 불리며 세계 7대 강국으로 꼽혔다. 탱고의 나라에서 부를 추구하고자 옮겨온 이민자들을 생각해 본다. 잘 나가던 나라는 이후 파업에 몰두하는 노동자, 정경유착에 집착하는 기업가, 잇속만 챙기는 정치인과 국민들로 외채위기와 디폴트의 연속으로 아픈 역사를 써 내려 간다. 긴 세월을 경제위기라는 줄타기를 하면서 분노와 좌절감으로 피눈물을 흘린 국민들을 생각하며 ‘Don’t Cry for me Argentina(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하여 울지 말아요)’를 들어 본다.

남미의 진주에서 외채위기 국가로 전락한 아르헨티나

이 나라를 강대국에서 외채위기 국가로 전락하게 만든 제도나 정책, 국민들의 정서를 생각하니 노래의 주인공 영화 [에비타]의 에바 페론이 가엾게 느껴진다. 그녀는 33세의 나이에 죽은 대통령 영부인이다. 그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 가운데 그녀는 아르헨티나 지폐의 얼굴에서 사라지는 운명에 봉착했다. 대통령 페론을 좌파적 포퓰리즘의 대표 인물로 보는 시각에서 부인이었던 그녀의 얼굴이 아르헨티나의 사슴으로 대체되는 운명에 처했다.

경제학 교과서를 펴보자. 미시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시장의 원리다. 그런데 시장원리로 경제를 다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전통적으로 경제학은 시장이론에 대한 설명에 집중해왔지만 현실적으로 적절한 제도가 없다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현실의 시장은 고전경제학의 기본 가정과 달리 불완전하다. 거래와 관련한 정보도 완전하게 갖추기 어렵고 거래비용도 상당하다.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였음에도 재산권을 둘러싼 개인 간의 분쟁이 계속된다. 거래와 관련한 계약을 한 경우에도 신속하게 이행을 담보하는 조치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러한 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으면 결국 시장경제에서도 거래비용이 증가하고 비효율성이 커진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경제학에서 제도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경제학이 효율성의 학문이고, 효율성이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본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중국과 영국의 운명을 가른 제도의 힘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뤄왔다. 경제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많은 인구, 근면한 노동, 풍부한 자본, 기술혁신, 교육, 효율적인 정부, 기업가적 모험심, 넓은 시장을 꼽는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19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경제사학자 더글러스 노스는 경제 성장의 더 근본적인 원천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 성장의 원천으로 ‘효율적인 제도’를 제시했다. 효율적인 제도가 갖추어져야 높은 생산성이 가능하고 사회체제가 안정된다고 봤다. 사람들 간에 제도에 대한 믿음이 광범위하게 퍼져 신뢰가 형성되는 게 국가 발전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은 국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치·경제 제도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하고, 국민들의 그러한 요구에 걸맞게 국가는 제도를 구축하고 경제 발전과 사회안정을 꾀해야 한다. 노스는 융통성 있는 제도야말로 시장을 가장 효율적인 배분 수단으로 만드는 도구라고 굳게 믿었다.

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 잠시 생각에 잠겨 보자. 왜 1784년 세계 경제의 중심지였던 중국에서 산업혁명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궁금하지 않나? 서구 유럽은 16세기부터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나섰고, 자국에 없는 자원과 노동력을 식민지에서 조달했다. 중국은 대륙인지라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고 식민지 건설은 조공을 받는 수준이었는데, 서구 유럽의 수탈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국은 유교가 근본이념이라 ‘발전’보다는 ‘체제유지’에 무게중심을 뒀다. 서구 유럽은 많은 게 부족한 환경에서 벗어나서, 보다 풍요롭게 살고자 했다. 서구 유럽의 그러한 ‘욕망’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보다 발전하게 된 첫 번째 중요한 요인이 된다. 식민지 경영으로 유럽 상인 계층의 힘은 자연스럽게 커졌고, 이들이 정계에 진출하면서 사회적으로 상인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 결과 군주제가 입헌 군주제나 공화국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와 달리 중국에는 막대한 인구가 버티는 엄청난 시장이 있었지만 동시에 싼 노동력이 많아 기계 투자에 무심했다. 명나라 시대에 상업은 저조했고 무역은 제한됐으며 그나마도 국가의 손아귀에 있었다. 국가가 가장 많은 돈을 축적하고 있어 상업 발달을 주도할 부르주아도, 이들의 구미를 맞출 수공업자의 성장도 지지부진했다. 중국이 막대한 인구와 자본에도 산업 혁명을 이루지 못한 건 새로운 변화를 유도할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민혁명으로 개인의 재산과 자유가 보장되는 제도가 자리 잡은 유럽은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다. 중앙집권적 전제군주제로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 보장이 제도적으로 덜 발달했던 중국은 유럽의 경제 성장을 따라갈 수 없었다. 결국 과학기술이 발달한 중국보다 상인(부르주아) 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춘 유럽이 중국을 앞서나간 것이다.

노스는 영국과 스페인 경제의 역사적 변화 과정 역시 제도로 분석했다. 상인 계층을 대변하는 인물로 의회가 구성된 영국은 왕실 특권이 제한되었고, 사유재산권과 ‘개인의 정치·경제적 자유가 신장되는 제도’가 자리 잡게 됐다. 이와 달리 스페인은 절대군주의 강력한 지배를 받고 있어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이 보장되는 제도가 자리 잡기 어려워 영국에 비해 경제가 뒤쳐지는 결과가 발생했다. 노스의 주장은 근대 이전에도 유효하다. 인류 문명의 출발이 된 농경사회가 정착하게 된 것도 재산권 보장의 결과이고, 서구에서 중세에 봉건제가 발생한 것도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경제 발전에서 자원이나 기술이 부족한 것은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 자원이 풍부한 동남아시아나 남미보다 자원이 부족한 동북아시아가 더 빠른 고도성장을 한 사실을 봐도 그렇다. 그런데 바람직한 제도나 의식은 외국에서 쉽게 도입할 수 없다. 제도의 외형을 모방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사회에 체화된 제도는 문화의 산물’이라 고치거나 바꾸는 게 쉽지 않다. 한 사회가 경쟁력 있는 제도를 갖추는 건 그래서 기술 수준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제도의 역사적 발달 과정이 어떤 이유로 달랐고 그러한 차이로 인해 어떤 나라는 장기적으로 경제적 번영을 이룬 반면,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게 된다. 그 결과 노스에게는 ‘경제 제도가 진화한 것이 경제 발전’이라는 뜻이 된다.

제도만 이식한다고 경제가 성장할까?


▎영국 산업혁명 당시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모습을 그린 그림.
노스는 제도가 소수의 엘리트나 정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봤다. ‘사회 내 믿음과 신념체계가 제도를 형성한다’고 보고, 사람들이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 가를 중시했다. 1990년 노스가 출간한 [제도, 제도변화와 경제적 성취]라는 책을 보자. 그는 여기서 정치·제도·경제적 성취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서 국민이 정치를 완벽히 감시하지 못하면 그 결과 나쁜 제도가 계속 나온다고 봤다. 이러한 현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노스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란 개념을 든다. 법률이나 제도, 관습이나 문화, 과학적 지식이나 기술은 한번 형성되면 그 후 외부로부터의 충격에도 관성 때문에 쉽게 변화지 않는다. 종래부터의 내용이나 형태가 그대로 존속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경로의존성에서 자주 인용되는 예는 영문 타자기의 키 배열이다. 오늘날에도 표준적인 키는 좌측 상단에 QWERTY로 배열돼 있다. 이것은 타자기가 수동이었던 시대에 활자를 치는 기계의 팔이 뒤엉키지 않게 타이핑의 속도를 일부러 늦추도록 설계된 흔적이다. 기술이 진전돼 QWERTY가 더 효율적인 키 배열로 바뀔 법도 한데, 소비자가 여기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한다. 경로의존성을 탈피하는 것이 그 나라를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으나 제도를 갑자기 바꾸면 때로는 저항이 따르기도 한다. 아이패드, 위키피디아, 비타민 드링크, 미니 홈페이지, 스팀 청소기 등 각광을 받는 상품이나 기술을 보자. 대박 상품이 다 파격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춘 것은 아니다. 더 이상 혁신이나 발전이 없을 것 같던 영역에서 작은 혁신을 통해 고객의 마음에 감동을 주어 시장을 지배하는 상품도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뭔가? 기술이나 성능의 훌륭함도 있지만, 경로 의존성이라는 역사와 대화하며 변화를 유도하면서도 그 변화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해 고객을 배려하고 비용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노스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 펼친 원조가 단순히 선진국의 제도를 이식하는 것에 그쳤다고 비판한다. 똑같은 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나라마다 구성원들의 믿음과 신념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경제 성과가 다르다는 것이다. 경제적 성과를 좌우하는 건 정부가 인위적인 계획을 통해 만든 실정법적인 공식제도만이 아니다. 관습, 공유된 믿음과 태도, 도덕 등 사회 구성원의 상호작용에서 저절로 만들어진 비공식 제도가 장기적으로 오랜 경험을 통해 형성된 문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변화 속도가 매우 느리고 인위적으로 바꾸기도 힘든 체화된 문화가 경제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스는 비공식 제도를 분석하는 데 열중했다. 풍족한 천연자원으로 우리의 부러움을 사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의 경제력이 낮은 이유를 설명하는 데 이슬람이란 종교와 문화를 원인으로 꼽는 분석도 있다. 노스는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을 갖고 있어 믿음구조가 왜곡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결국 경제의 장기 성장을 위해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의 믿음, 규범, 공통된 편견과 같은 비공식적 제도와 이를 반영한 정치·경제 제도가 얼마나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유연하고 바람직하게 변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기술, 제도, 경제 주체의 신뢰가 어우러져야


노스는 자생적이고 점진적인 제도의 변화를 강조했다. 기존 표준을 버리고 새로운 표준으로 옮겨갈 때 이익이 엄청나게 크다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표준은 스스로 바뀐다. 이 표준의 변경을 주도하는 힘은 시장에서의 경쟁이다. 가장 좋은 현실적 사례는 아날로그 표준을 밀어내고 등장한 디지털 표준이다. 유선전화를 대체하는 휴대전화도 유사한 사례다. 시장 경쟁은 진화론적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서 표준을 선정한다. 노스는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고 제도가 만들어진 틀 안에서 삶의 방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자신의 연구에 신경과학을 접목했다. 신념체계를 형성하고 변동시키는 과정에서 물리화학적으로 작용하는 두뇌의 신경구조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노스에 따르면 규제와 조세 부담이 적을수록, 경제적 자유가 많을수록 재산권 보장이 확실하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될수록 경제적으로 큰 번영을 이룰 수 있다. 한마디로 ‘거래비용을 줄이는 제도가 번영을 이끈다’는 것이다. 이에 영향을 받아 재산권 보호, 노동시장 규제, 조세부담 체계 같은 다양한 지표가 한 사회의 미래 경제 성장 수준을 예측하는 체크리스트로 활용되고 있다. 노스는 책 속에 잠자고 있던 역사를 수치와 결합해 경제사를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경제 발전 지침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전에는 경제사가 경제학이나 현실 경제와는 다소 동떨어져서 역사 학도들의 연구 자료로 인식돼왔다. 이렇게 죽은 자료를 컴퓨터에 집어넣고 수량 경제에 접목해 과거 역사가 생명력을 회복했다. 경제를 정치와 제도, 역사와 관련 지어 조명해 갈수록 복잡해지는 경제 구조를 보완하고 정책 방향을 설정할 바탕을 마련한 그의 공로는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그에게 남들과 다른 ‘역사를 사랑하는 고고학자 같은 향기’가 흐른다.

누군가는 물을 수 있다. 1990년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가 남미 국가들의 경제위기 해법으로 제시한 미국식 시장경제 체제인 워싱턴 컨센서스가 왜 실패하였는지 말이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세제개혁, 무역과 투자 자유화, 탈규제화를 포함하는데 거래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노스의 제도의 원리와 일맥상통하다. 준비가 안 된 나라에 이식된 워싱턴 컨센서스는 남미에서 외채위기를 불러왔다. 세계 경제 시스템을 미국의 자본과 기업이 진출하기 쉽게 만들어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키려는 술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워싱턴 컨센서스가 이식되기 전이지만, 노벨 문학상을 탄 [백년의 고독]이란 책에서 작가는 중남미의 슬픈 역사의 종속을 호소하면서 그 고독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 숙명의 사고를 저버릴 것을 강조했다.

노스의 주장이 경제 성장 과정을 일반화하는 원리로 적용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의 다른 예도 물론 있다. 초기 선진국이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요인은 자유무역이 아니라 중상주의에 기반을 둔 보호무역 덕분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래서 자유시장 경제 제도를 절대선(絶代善)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차 세계대전 후 일본·한국·동아시아의 성장 과정에서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보다는 국가 중심의 산업정책을 통한 경제성장이 두드러졌다. 노스가 말하는 경제학 교과서의 주장과는 다른 경로이다. 초기 경제 성장이 민주주의와 반드시 양립하는가의 문제도 논쟁거리가 된다. 한국은 민주화 이전에 국가 주도의 압축적 경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이러한 예외도 동기를 유발하는 자유와 경쟁, 사유제산제도의 발전이 인류 경제·사회 발전을 급속도로 유도한 측면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살벌한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기업들이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돼야 하지만 누군가는 과연 우리의 제도가 선도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 부담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뒷받침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한다. 법과 제도, 관행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선도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런 주장이 가능하다. 신기술과 신제품은 법에 규정돼 있는 범위에서 허용되기 때문이다. 발목 잡는 규제가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그래서 필요하다. 정부는 각 지역이 잘할 수 있는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해당 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만한 핵심 규제를 맞춤형으로 철폐해 주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국 단위에 도입하기 어려운 규제 완화를 모든 산업에 풀어 주기는 어렵다. 지역별 전략산업을 선정해 규제 덩어리를 한꺼번에 풀어주면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일정 지역에 한정해 선정된 지역 전략산업이 규제프리의 대상이 되면 경로의존성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인가? 여하튼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성숙한 제도를 토대로 경쟁력 있는 기술혁신과 사회적 자본인 신뢰를 증진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을 보호와 안주의틀 아래 머물게 하는 경로의존형 제도를 과감히 허물고 세계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경로창출형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더글러스 노스 (Douglass Cecil North, 1920년 11월~): 199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경제 이론으로 과거의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현실 경제 현상에 연계해 설명하는 경제사 연구가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란 경제적 혼란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무엇이 부유한 경제를 만드는가?’를 연구과제로 일생을 바쳤다. 장기간에 걸친 경제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제도’와의 상호작용으로 인식하고 이를 계량 분석했다. 그의 사상은 제도주의 혁명이라 불리며 경제학뿐만 아니라 정치학·법학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후진국 개발을 위해서는 제도나 신념체계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조원경 -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행시(재경직) 34회 출신으로 재무부·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관세, 물가, 복지, 소비자, 국제금융, 통상, 대외경제 분야에서 일했다. 미주개발은행 이사실에서 한국 대표로 근무했다. 현재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장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이 있다.

1343호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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