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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의 바둑경영] 침입 타이밍 잡고 급소 포착하라 

마케팅의 ‘시장침투전략’과 대동소이 ... 라이벌의 독식 막거나 자사 점유율 높여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바둑은 세상에서 가장 심오하고 신비한 게임으로 통한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영토, 즉 집을 차지하기 위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영토를 차지하려면 기본적으로 자기편 돌로 바둑판 위의 빈 터를 에워싸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남의 영토를 빼앗는 일도 한다. 다시 말해서 자기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적의 영토를 견제하는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적의 영토를 깨뜨리기 위한 전술을 흔히 ‘침입전술’이라고 한다.

바둑을 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침입전술을 빈번하게 구사한다. 자기 땅만 늘리는 방법으로는 영토경쟁에서 우위에 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진을 파괴하거나 적의 영역을 자기 영토로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려고 한다. 이것은 실제 전쟁에서 자기네 국가만 굳건히 수비하려고 하지 않고 적국에 침공하여 영토를 빼앗으려는 전법과 흡사하다. 비즈니스에서도 시장에 진입할 때 침입전술을 쓴다. 이 때 철저한 준비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바둑의 침입전술에서 알아둬야 할 기본적인 두 가지 것을 소개하고 비즈니스에의 시사점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침입전술의 의미 : 바둑에서 침입전술은 상대방이 진(陣)을 펼쳐놓은 곳에 뛰어드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상대방이 대충 금을 그어놓은 곳에 군사를 파병하여 영토로 완성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활동이다. 이러한 침입은 전쟁에서 적의 영토에 침입해 가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비즈니스로 치면 침입전술은 라이벌 업체가 확보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 들어가는 것과 같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시장침투전략’이 여기에 해당한다. 경영에 군사용어인 ‘전략’을 도입하여 시장에서의 경쟁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앤소프는 시장침투, 시장개척, 제품개발, 다각화의 4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이것은 기존의 시장에서 싸울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냐, 기존의 제품으로 싸울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것인가에 따른 구분이다. 하지만 넓게 보면 라이벌 회사가 시장을 독식하지 못하게 뛰어든다는 점에서 모두 비즈니스의 침입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침입전술은 중반전에서 거의 필수적인 전법이다. 말할 것도 없이 침입전술을 적절히 구사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적진에 뛰어들어 자리를 잡는 다거나, 성공적으로 적의 영토를 견제할 수 있다면 침입전술은 효과적이다. 비즈니스에서 경쟁 업체가 석권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그 효과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침입전술의 예를 하나 보기로 하자.

[1도]에서 흑이 폭넓게 진을 편 우변에 백1로 뛰어들었다. 이 수는 이 일대의 흑진을 깨뜨리자는 뜻이다. 이곳을 백이 내버려 두면 흑A쯤에 에워싸 거의 완전한 흑의 영토로 확정된다. 그렇게 굳어지면 흑의 영토는 무려 50집가량이나 된다. 이렇게 큰 집이 굳어지면 백은 집의 균형면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백1로 들어가는 것은 이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뛰어들면 흑진이 깨어져 큰 집이 나기는 어렵다. 그렇게 되면 흑도 자기 집을 파괴당한 대가를 얻기 위해서 공격을 하게 된다. 그 공격을 받아내며 백은 살아가야 한다. 침입한 돌이 살아가지 못하고 잡히게 되면 포로와 함께 영토를 상대방에게 주게 되어 손해 막심이다. 이 상황에서는 흑이 공격해 오더라도 백이 살아나갈 길이 준비되어 있다.

이처럼 상대방 진에 뛰어들어 큰 영토를 차지하지 못하게 하는 전법은 바둑에서 필수불가결한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침입에 관한 용어도 침공·침투·침략·쳐들어감 등과 같이 다양한 말이 쓰인다. 때로는 특공대를 파견하거나 적진을 유린한다는 표현도 사용된다.

언제 침입할 것인가 : 바둑에서 침입전술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적진에 침입할 타이밍을 잘 포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기를 놓치게 되면 아무리 멋진 침입수를 두어도 소용이 없다. 또한 너무 성급하게 침입수를 두어도 좋지 않을 수가 있다. 실제로 바둑의 고수들은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침입수는 물론이고 다른 수들도 적절한 타이밍에 두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본다. 어떤 경우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다가 시기를 놓쳐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를 두고 ‘프로는 뒷맛을 너무 아끼다가 운다’는 말이 생겼다. 시기를 기다리며 아껴두는 바람에 오히려 과감하게 결행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사실 어떤 시도를 함에 있어서는 타이밍이 중요한 법이다. 시기에 맞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의도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경기 부양책 등 경제 정책도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시기가 맞지 않으면 오히려 악수가 되기도 한다.

[2도]와 같은 상황에서 백1로 뛰어들었다고 하자. 이 수에는 평범하게 흑2로 봉쇄하여 백3때 흑4로 두기만 해도 백이 신통치 않다. 이곳을 열심히 깨뜨린다고 해도 흑에게 튼튼한 외벽을 주어 백이 좋지 않다. 백이 성급하게 침입하여 흑을 튼튼하게 만들어줌으로써 오른쪽 백돌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다음 흑A로 우변의 백 두 점을 공격하게 되면 백1로 침입한 효과보다 백이 잃은 것이 더 크다. 이 진행은 백이 고생만 하고 별로 얻은 것이 없는 결과다. 타이밍에 맞지 않는 수는 이런 식으로 불리한 결과를 낳기 쉽다. 이 경우는 너무 빨리 시도하여 불리해진 경우인데, 이와 반대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때늦게 시도하여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침입전술을 쓸 때는 무엇보다도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침입의 급소는 어디인가 : 두 번째로 유념해야 할 것은 침입의 급소를 정확히 두는 것이다. 적진에 뛰어들 때 아무 곳에나 침입한다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적진의 타격 지점을 정확하게 찔러 들어가야 효과를 볼 수 있다. [3도]와 같은 모양에서는 백1로 들어가는 것이 침입의 급소다. 이에 흑2로 받아주면 백3·5로 사뿐히 뛰어나가 흑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흑2로 5쪽에서 포위한다면 백은 안에서 집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백1로 다른 지점에 들어가면 이런 식으로 깔끔하게 처리되지 않는다. 흑의 공격을 당해 백이 괴로운 모양이 되기 쉽다. 백이 이리저리 재주를 부려 산다고 해도 흑에게 침입한 반대급부를 많이 제공해 침입한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이 예처럼 침입의 급소를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기력이 낮은 하수들은 빗나간 지점에 들어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악전고투 끝에 대마가 잡혀버린다거나 일부가 끊어 잡혀 희생당하는 일이 생긴다. 적의 영토에 침입할 때는 이와 같은 리스크가 당연히 뒤따르게 된다. 비즈니스에서도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때 적절한 곳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고객들의 접근성이 좋은 급소를 찾는다면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가 수월할 것이다. 또한 경쟁자들이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지점보다는 다소 허술한 곳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정수현 - 1973년 프로기사에 입단한 후 1997년 프로 9단에 올랐다. 제 1기 프로신왕전에서 우승했다. 한국프로기사회장, KBS일요바둑·바둑왕전의 해설자를 역임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둑 읽는 CEO』 『반상의 파노라마』 『 인생과 바둑』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1348호 (201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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