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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판을 깨는 사람 판을 키우는 사람 

동료는 성장의 동반자... 내일의 행복 위해 오늘의 행복 포기하지 말아야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한국 축구 경기를 보던 브라질 사람이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는 건지, 이기기 위해서 축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브라질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축구 실력이 좋아진다고 했다. ‘좋아서 하는가? 이기기 위해서 하는가?’

자신이 왜 일하는지를 까맣게 잊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죽기 살기로 일한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동료들은 경쟁자이고, 부하직원은 목표 달성의 도구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직장에서의 행복이란 언감생심이다. 이들은 오직 이기기 위해 일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목적 같은 건 잊은 지 오래다. 앞뒤가 뒤집힌 채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본말전도(本末顚倒)다.

하버드대학의 탈벤 샤하르 교수는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힌’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오직 이기기 위해, 하루를 전쟁같이 일한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은 포기한다. 이렇게 한 달을 채우고, 1년을 버틴다. 그렇게 정년까지 오직 이기기 위해 일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미래의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게도 열심히 일했는데 가족에게서 멀어져 있고, 변변한 친구 하나 없다. 직장 동료나 선후배는 경쟁자일 뿐이다. 이들은 비로소 생각한다. ‘내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가? 왜 그렇게 동료들과 질시하고 반목하며 경쟁했을까? 왜 부하들에겐 그렇게 화를 내고 질책했을까?’ 밀려오는 회한에 잠을 설친다. 안타깝게도 이런 선배들이 많이 있다. 선배들에게 묻고 싶다. “선배님, 그땐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까?” 안타깝게도 자신만은 예외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직도 이렇게 일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건 요행을 바라는 거다. 로또를 사는 게 당첨될 확률이 더 높다.

좋아서 하는가? 이기기 위해서 하는가?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에 다니는 부사장 C씨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임원이 될 수 있습니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 신도 모를 겁니다.” 그의 말은 이랬다. 임원이 되기 위해선 물론 성과를 잘 내야 한다. 그러나 성과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임원으로 승진하는 건 아니다. 자리가 있어야 한다. 자기가 승진할 시점에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첫째는 성과가 좋아야 하고, 둘째는 운이 따라야 하며, 셋째는 방해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상사는 자신의 힘으로 부하를 승진시키지는 못해도 고춧가루는 뿌릴 수 있다. 상사가 강력하게 반대하면, 제 아무리 성과가 좋다고 해도 승진하기 어렵다. 승진 후보가 한 명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임원이 될 수 있는지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내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C부사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한 게 있습니다. 그 사람이 판을 깨는 사람인지, 판을 키우는 사람인지를 보면 압니다.”

걸핏하면 화를 내며 신경질을 부리고, 불평만 털어놓고 매사에 부정적인 말만 하고,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어 일할 맛을 떨어뜨리고, 동료들을 오직 경쟁자로만 생각하는 사람, 이런 사람을 일컬어 ‘판을 깨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와 달리 어려운 일을 겪어도 화를 잘 내지 않고, 긍정적인 말을 주로 하고, 다른 사람의 기운을 북돋우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동료들을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생각하는 사람, 이런 사람을 ‘판을 키우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내 주변엔 판을 깨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들은 사람을 잘 보지 않는다. 오직 성과만 추구한다. 성과를 내는 데 걸림돌이 되면 화를 내거나 인신공격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또 일을 하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서도, 가족관계를 소홀히 한다. 일만 잘하면 된다고 믿는다. 어차피 가족들을 위해 일하는 거니까, 일만 열심히 하면 가족관계가 저절로 좋아질 거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직장 동료들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직장 동료는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다. 친목을 위해 직장에 다니는 게 아니라, 오직 일하기 위해 직장에 다니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사사로이 좋은 관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 오직 성과만 잘 내면 된다. 그래서 성과를 내는 데 걸림돌이 되면 화를 내도 괜찮다고 믿는다. 그게 잘하는 거라는 확신에 차있다.

반대로, 내 주위에 판을 키우는 멋진 사람이 제법 있다. 이들은 일하면서 화를 잘 내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사람의 기분을 배려하고 존중한다. 최악의 경우에도 차선의 방법을 고민한다. 이들은 결과도 중시하지만,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하는 목적이 분명하다. 일을 통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거다. 그래서 이들에게 일은 행복을 만드는 도구다. 이들은 일속에서 즐거움을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일을 적당히 하는 건 아니다. 이들도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앞뒤를 가리지 않고 오직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일하진 않는다. 앞뒤 좌우의 사람을 살펴가면서 일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인디언 속담처럼, 그들은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기를 원한다. 그들에겐 동료는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 돕고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들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오직 성과를 내기 위해 일하는가? 그 과정에서 자주 화를 내고 상대방을 비난하는가? 주변의 모든 사람이 경쟁자이고 적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판을 깨는 사람이다. 일하는 것이 즐거운가? 성과를 내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모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하는가? 동료들을 적이 아니라 동반자라고 생각하는가? 그 과정에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거라고 믿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판을 키우는 사람이다.

판을 깨는 사람들은 휴식 없이 일하는 걸 자랑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부하직원들에게도 휴식 없이 일할 것을 요구한다. 여기에서 충돌이 발생하고 더 크게 판이 깨진다. 그러나 판을 키우는 사람들은 재충전 없이 죽기 살기로 일만 시키는 건 사람의 영혼을 망가뜨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부하직원들에게 적절한 휴식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주고 기다려준다. 여기에서 판이 더 커진다.

인디언들은 사막을 여행할 때, 한참 동안 걸은 후에는 반드시 멈추어 서서, 지팡이를 땅에 꽂고 기다린다고 한다. 빨리 오느라 혹시 ‘자신의 영혼’이 따라 오지 못했을까 걸음을 멈추고 기다리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영혼과 함께 하는 여행’이 인디언들의 방식이다. 어떤가? 지금 ‘자신의 영혼’과 함께 일하고 있는가?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1349호 (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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