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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부촌 | 압구정동] 재건축으로 최고 자리 굳힌다 

용적률, 진행 속도가 관건... 압구정 아파트 값 올 들어 6.5% 올라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지난 8월 20일 서울 압구정동 구현대 1차 단지 내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매 시세를 알리는 시세표가 한 쪽 유리벽면에 붙어있다. A공인중개소 사장은 “최근 들어 압구정동 아파트 매물을 찾는 문의 전화가 두 배 가까이 늘고 중개소를 찾는 손님도 늘었다”고 말했다. 손님은 늘었지만 이런 상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집을 내놨던 집주인들이 갑자기 팔지 않겠다고 통보해 오거나 매매를 보류해 계약 직전 허탕 치는 일이 늘었기 때문이다. 근처 아파트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양아파트 단지 내 B공인중개사 사장은 “두 달 전보다 매매값이 5000만원이나 올랐는데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압구정동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서울시가 9월 중 발표 예정인 ‘압구정지구 개발기본계획’을 앞두면서다. 서울시가 준비 중인 재건축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압구정동 아파트는 미성1~2차, 신현대, 구현대, 현대8차와 한양 4·6차, 한양1~3차, 한양5·7·8차 등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이 추진된다. 6개 구역을 통틀어 현재 1만여 가구 규모인 이곳이 재건축을 마치면 1만6000여 가구로 늘어난다. 계획안에는 기존 단지를 재건축할 때 적용되는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 연면적 비율)과 층수, 가구수, 기부채납 비율 등이 담긴다.

9월 중 ‘압구정지구 개발기본계획’ 발표 예정


이 계획안이 진행된다면 압구정동은 서울 최고 부촌(富村)으로 입지를 확실히 굳힐 가능성이 크다. 압구정동은 지난 1975년 아파트 지구로 지정된 후 한강변 중심의 아파트와 교육환경이 좋아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000년 후반 이후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서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2008년과 2009년에 서초구 반포동 주공 2·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래미안퍼스티지가 잇따라 입주해 투자자·수요자의 관심을 모았다.

이후 2013년 신반포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 등장으로 압구정동의 입지가 다소 흔들렸다. 아크로리버파크의 당시 분양가는 3.3㎡당 평균 4130만원으로 평당 4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높은 분양가에도 1순위 최고 16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후 반포의 아파트 매매값 상승세가 이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반포동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4141만원, 압구정동은 4145만원이다. 지난 2012년 반포동과 압구정동 아파트 3.3㎡당 가격은 최대 800만원까지 차이가 났지만 지금은 비슷한 가격으로 형성되고 있다. 반포동은 압구정동만큼이나 한강변 입지가 뛰어난데다 지하철 3·7·9호선 이용이 편리하고 교육·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면적 84.97㎡형 로열층이 지난 4월 17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013년 12월(13억5700만원)에 비해 3억원 넘게 올랐다.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돼 시설이 낙후하고 주차 공간도 부족해 주민들이 재건축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입주 40년을 맞아 지난 2006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됐지만 사업은 한동안 답보상태였다. 서울시가 부지 25~30%를 기부 채납(부지 일부를 공공시설로 조성)할 것을 요구하고 주민이 “사업성이 없다”며 반발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계획안 발표 방침 소식이 전해진 이후 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기대감에 압구정동 아파트 거래량도 늘었다. 연초 20건가량에 불과했던 압구정동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월(77건), 7월(80건)을 기록하면서 크게 늘었다. 아파트 매매값 역시 상승세다. 지난 4월 15억원에 거래됐던 현대 13차 전용면적 108㎡형은 최근 17억원대에 팔리고 있다. 석 달 새 2억원 이상 뛰었다. 신현대 108㎡형도 현재 거래가격이 17억원선으로 두 달 새 1억원 넘게 올랐다.

압구정 일대 아파트가 재건축되면 최고 부촌으로 자리매김하는 건 물론 강남권 랜드마크로 입지를 굳게 다질 것이란 기대도 크다. 한강을 끼고 있는 입지에 더해 전용 85㎡가 넘는 중대형 주택이 많아서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재개발 사업 추진 재개로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수요까지 몰려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반포를 다시 훌쩍 뛰어넘는 부촌으로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고 층수 따라 수익성 좌우


다만 압구정 재건축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압구정동 아파트 대부분이 중층 아파트인데다 매매가격이 비싼 대형 주택이 많아 재건축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건축 층수 문제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압구정동 아파트는 재건축 때 최고 층수가 35층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사업 수익성을 높이려면 층수를 더 높여야 한다. 40층 이상의 초고층 타워형 아파트를 지어야 조망권이 확보되고 자연스레 아파트값이 더 올라갈 수 있다. 서울시와 주민 간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리서치 센터장은 “지금부터 추진한다고 해도 10년 이상은 걸릴 사업”이라며 “재건축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서울시와 주민 간의 적절한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최근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아너 힐즈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압력으로 일반분양가를 낮추면서 강남 재건축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인 상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압구정동은 아파트가 낡고 주차장 공간이 부족한 불편함은 있지만 거주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라며 “현재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수익성이 떨어질 위험을 안고 서둘러 진행할 이유는 없어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사업이 장기화되면 투자 자금이 묶일 수 있고 압구정동 아파트 가격 조정 가능성 있어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350호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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