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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부촌 | 개포동] 변두리에서 중심지로 급부상 

재건축 추진으로 집값 천정부지… 강남 끝자락 입지로 선호 엇갈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개포3단지를 재건축하는 현대건설 디에이치 아너힐즈 조감도. / 사진:현대건설 제공
개포동은 세입자가 많은 지역 특성과 강남 끝자락에 자리한 입지 때문에 서울 강남에서도 변두리 취급을 받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재건축 아파트 열기가 이어지며 강남의 새로운 신도시가 될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압구정-대치·도곡-반포로 이어진 강남 부촌의 흐름이 개포동으로 옮겨 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개포지구는 현재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곳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7월 말 기준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4509만원이다. 전국 평균(1014만원)의 4배, 서울(1816만원)의 2.5배 수준에 달한다. 특히 재건축 예정 단지는 단기간에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 국토부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재건축이 예정된 개포 시영아파트 전용 면적 28.79㎡의 경우 올해 1월 5억2000만원에 거래되다가 7월에는 6억6000만원으로 올랐다. 반년 사이 1억4000만원이나 뛰었다.


‘교육 환경’ ‘숲세권’ 프리미엄 붙어


▎개포2단지를 재건축하는 삼성물산 래미안 블레스티지. / 사진:삼성물산 제공
개포지구 아파트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는 건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다. 양재대로 인근의 개포지구 아파트는 현재 재건축 사업이 한창이다. 개포주공 1·2·3·4단지, 개포시영 등이다. 5층 높이의 저층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이곳이 재건축을 통해 1만 5000여 가구 규모의 고급 주거단지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특히 개포지구는 강남의 마지막 저밀도 지구다. 다른 재건축 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지 지분율(아파트 전용면적에 대한 대지 지분 비율)이 높아 투자 가치가 높다. 그간 아파트 신규 공급이 없었던 만큼 강남권 랜드마크 입지를 다질 것이란 기대도 크다. 개포동 인근 A공인중개사는 “기존의 개포동은 5층 이하의 서민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는데 재건축이 되면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 부촌으로 변모할 거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인근에 개원·개일초, 개포·구룡중, 개포고, 경기여고 등 약 20개의 초·중·고가 밀집해 있고 도곡·대치동과 교육 환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개포동 일대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 주거 트렌드 변화로 ‘숲세권 단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도 개포동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 중 하나다. 개포지구 북쪽으론 양재천과 탄천이 흐른다. 지구 남쪽에는 구룡산과 대모산이 있다. B공인중개업소 중개사는 “서울 시내 아파트 치고 주변에 녹지가 넓게 자리해 있다는 점이 개포동의 장점”이라며 “강남 부자들이 노후를 보내기 위해 이곳 재건축 아파트를 둘러보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개포·일원·대치동 일대 853만4908㎡에 걸쳐 있는 개포지구는 1980년대 초반 국내 최초의 택지개발지구로 개발됐다. 급격한 도시화로 주택난이 심화되면서 개발이 추진됐다. 당시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개발 예정 부지의 땅을 모두 사들인 후 기반공사를 마치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짓는 개발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2000년대 들어 노후화가 심해지자 개포지구 아파트는 재건축이 추진됐다. 그러나 10년 넘게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그러다 올해 들어 개포주공 2· 3단지 재건축 아파트 시공이 잇따라 가시화하면서 사업에 물꼬를 텄다. 먼저 재건축 포문을 연 건 개포주공 2단지다. 삼성물산이 4월 개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를 선보이며 개포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 중 가장 먼저 분양을 시작했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3762만원. 고분양가에도 8일 만에 ‘완판(완전 판매)’됐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23개 동 1957가구(전용면적 49~182㎡) 규모다. 이 중 396가구를 일반에 분양했다. 실내 수영장 등 최고급 주민복지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6월에는 개포지구 내 일원 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루체 하임’ 아파트가 나왔다. 전체 850가구 중 전용 59~116㎡ 335 가구를 일반분양해 50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분양권 웃돈, 계약률 한계 우려도


개포주공 3단지는 현대건설이 ‘디에이치 아너힐즈’로 새로 짓는다. 현대건설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처음 적용하는 단지다. 애초 이 아파트는 일반분양분 69가구에 대해 3.3㎡당 평균 4313만원 가격으로 분양보증 승인을 신청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를 이유로 보증을 반려했다. 이에 분양가를 3.3㎡당 평균 4137만원으로 낮춰 분양 보증을 받아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강남구청의 입주자 모집 승인 과정을 거쳐 1순위 청약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밖에 삼성물산은 내년 상반기 중 개포시영 재건축 단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2294가구 가운데 204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계획돼 있다. GS건설도 올해 안에 개포주공 4단지 입주민의 이주를 완료하고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3256가구의 대단지다. 개포주공 1단지는 지난해 8월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하고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아 6642가구 규모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재건축 효과로 개포지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는 있지만, 교통 여건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 견본주택을 방문한 유명진(54)씨는 “다른 강남 재건축 지구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미 변두리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투자처로 적당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이성모(59) 씨는 “교통이 다소 불편한 만큼 깨끗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어 이곳 재건축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일반분양이 적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최근 주택시장의 동향이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변수다. 청약결과와 무관하게 향후 웃돈 시장이나 계약률에는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했고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유효해 추가 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거란 관측도 있다. 개포동 인근 중개업소의 이건희 공인중개사는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3단지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 성적에 따라 나머지 재건축 단지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1350호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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