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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길' 펴낸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나라에 대한 위기의식 가져야... 정직한 실패 옹호하는 제도 만들어야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비판적인 시각으로 한국 산업을 둘러보자. 주력 기업은 추락하고, 벤처 창업은 미국·중국에 못 미친다. 고령화와 저출산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심각한 인구 절벽이 임박했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됐고, 세계 각국에선 보호 무역 움직임이 강해진다. 노후를 대비할 사회 안정망이 얇아지는 와중에 젊은이들은 공무원 시험에 열을 올린다. 대한민국호는 분명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도 “국민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가 점점 심각해진다. 위기를 공유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개인적인 위기의식만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국가에 대한 위기의식입니다. 국가 경쟁력을 잃어버리면 사회 제도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이대로 가면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초생산 시대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길 / 지은이 이민화 / 펴낸 곳 KCERN / 가격 1만8000원
그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남았다. 이 교수는 5~10년이라고 본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고령화가 온다.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돌보기도 버거워진다. 고령화 사회라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낼 여력이 남지 않는다. 시간이 다 가기 전에 역량을 집중해야 국가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가 지금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길]을 쓴 이유다.

그는 글로벌 국가들이 4차 산업혁명에 국가의 역량을 기울이는 모습에 주목했다. 새로운 변화의 시점을 맞이한 지금이 혁신의 적기라는 것이다. 책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한국의 산업이 당면한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선 큰 흐름과 중요한 기술 변화, 각국의 움직임 등을 소개한다. 미래는 초생산성을 보장해 주는 4차 산업혁명을 성공한 국가가 주도하게 된다. 1, 2차 산업혁명은 오프라인에서 일어난 혁명이다. 3차 산업혁명은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4차 산업혁명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이 생산의 중요한 축으로 참여하는 시대다. 시장에서 제품이 필요한 순간 생산을 시작하고 0% 가까운 불량률이 나올 정도로 정교한 제조 시설 운영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은 초생산 시대로 부르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지금 미국과 독일이 선도하고 있고, 일본·유럽·중국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각국은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클라우드 중심, 독일은 설비단말 중심, 일본은 로봇 기술, 중국은 정부 주도의 기술 개발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방관하면 19세기 구한말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선진국 문턱에서 주춤거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한시라도 빨리 이 물결에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빅데이터, 3D프린팅, 사물인터넷, 에너지 절감, 클라우드 등 8대 스마트 기술을 선택해 추진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의 4차 산업혁명 도입 움직임에 비판적이다. 4차 산업혁명은 다음 차원의 기술 혁명이다. 이 교수는 한국이 기존에 사용하던 추격자 전략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과거에는 효율적으로 생산해야 했기에 생산비 절감과 추격 전략이 효과적이었다. 이제는 가치상승의 개척자 전략을 사용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개방하고 협력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국가, 산업, 일자리, 공공조직 분야에서 위기가 나타나고 있으며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비전과 혁신 부재, 안전망의 부재, 분배구조의 문제, 교육의 시대착오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4차 산업혁명 대응전략은 산업차원을 넘어서 사회혁명까지 끌어내야 한다. 이를 성사시키려면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고령화 문제에 대한 고민, 혁신문화, 특히 정직한 실패를 옹호하는 제도적 변화가 있어야 새로운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수 있다.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은 방향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다른 나라 사례 흉내에 그쳤습니다. 미국과 독일은 산업·기술적인 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탈 추격이라는 새로운 도전, 그리고 초고령화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염두에 두고 혁신을 진행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바탕으로 혁신해야

이민화 교수는 이번 책을 1년 간 준비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관찰하며 대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에 주목했다. 한국은 커다란 성공을 거둔 후발 산업주자다. 1차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저력이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음 단계로 가야 하는데, 문턱을 넘지 못할수도 있다. 이 교수는 책 전반에 걸쳐 ‘왜 한국은 스스로 혁신을 이루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러 이유가 있다. 여전히 목표지향적인 문화가 사회를 지배한다. 결과를 과정보다 중요시한다. 지나친 경쟁사회에서 오는 단점이다. 실패에 대한 지나친 질책도 문제다. 정직한 실패를 지원해야 혁신이 피어나고 도전이 계속된다. 물론 정직하지 않은 실패는 지금보다 훨씬 가혹하게 다뤄야 한다. 규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규제를 없애고 시장에 맡겼다 문제가 생기면 담당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다. 담당자는 차라리 규제를 놔두는 것이 편하다.

그에게 4차 산업혁명은 한국 혁신의 기회다. 평화로운 시절에 스스로 하는 혁신은 없다. 위기가 왔을 때 대응하는 것이 혁신이다. 실패하면 고령화 사회라는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다.

“정책 입안자, 행정 입법부에 계신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기업인들에게도 권합니다. 기업 리더들이 미래를 준비할 때 이 책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352호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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