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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석의 ‘의예동률(醫藝同律)’] 침·뜸·부항 치료에 요긴하게 활용 

나무 인형에 경혈 자리 표시한 경혈목인(經穴木人) 

윤영석 한의학 박사.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남성을 본 떠 만든 경혈목인의 앞과 뒷면.
“지금 생리 중인데 침 맞을 수 있을까요?”

“임신 했는데…. 침 치료가 가능한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경우 다 가능합니다. 다만 임신 중의 침 치료는 주의해서 받아야 하고 이런 경우에는 한의사도 특별히 신경을 써서 자침(刺鍼) 합니다. 임신 중에는 복부에 있는 침 자리와 삼음교(三陰交)·지음(至陰)·곤륜(崑崙) 등 어혈을 풀어주고 생리를 통하게 하는 경혈만 피해서 자침하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임신 후반기에 복부에 침을 놓게 되면 태아에게 자극을 줄 수가 있고 어혈을 풀어주는 경혈은 유산이나 조산의 우려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피하고 있습니다.

임부가 지병이 있거나 유산·입덧·통증 등의 증상이 있고 감기나 대상포진 등의 면역력 저하 상태에 처해 있을 때에는 임신 후반기여도 지체 없이 침이나 뜸 치료를 받은 편이 좋습니다. 특히 손바닥을 위로하고 손목을 구부렸을 때 손목 주름 위에서 팔 쪽으로 3cm 정도 아래에 있는 내관(內關)혈은 입덧 증세를 빨리 해소시켜주는 특효 혈입니다. 미국 등 서양에서도 입덧이 심한 임신부에게 내관혈을 자극해 주는 손목 팔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임신 중에 허리가 많이 아프거나 안면신경이 마비되는 구안와사 증세가 있는데도 침이나 뜸 치료를 안 받고 버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입니다. 대학교에서 수 년 간 침구학 교육을 받은 한의사라면 위에서 언급한 임신 금침(禁鍼)혈들은 자침하지 않거나 약 자극만 하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효과적인 침 치료를 하려면 한의사가 정확한 침 자리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종이나 천에 정면·뒷면·측면으로 인체그림을 그리고 여기에 경락과 경혈을 표시했습니다. 그림의 이름도 여러 가지여서 침과 뜸자리를 표시한 것은 침구도(鍼灸圖), 침놓는 자리만을 표시한 것은 경혈도(經穴圖), 경락만을 표시한 것은 경락도(經絡圖), 인체의 중요한 혈 자리를 표시했다고 해서 명당도(明堂圖)라고 했습니다. 이 중 명당도는 고구려 평원왕 3년(561년)에 중국 오나라의 사신인 지총(知聰)이란 사람이 가지고 온 164권의 의서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며 안작득지(鞍作得志)라는 고구려의 승려가 일본으로 침술을 전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임신 후반기에도 침·뜸 치료 가능

침 치료와 교육을 위해서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구리로 인형을 만들고 여기에 일일이 경락과 경혈의 위치를 기입해서 동인(銅人)을 만들었습니다. 세종대왕 시절에 최초로 동인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전해지고 있진 않으며, 현재에도 남아있는 동인은 아주 드물고 경혈도도 200년 이상 된 것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의가(醫家)에서 동인(銅人)을 만들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일일이 침 자리를 새겨 넣기가 어렵기 때문에 나무로 인형을 만들어 경혈을 기입한 후 치료용이나 교육 자료로 썼습니다. 이것이 경혈목인(經穴木人)입니다. 목인(木人)에는 흰색 칠을 하고 중요한 경혈에는 구멍을 내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도록 침 자리를 표시해 놓았습니다.

목인에 기록된 경혈은 침이나 뜸뿐만 아니라 부항치료를 할 때에도 필요합니다.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5개나 딴 마이클 펠프스의 부항자국이 TV에서 방영된 이후, 부항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부항(附缸) 요법은 말 그대로 작은 항아리(缸)나 컵을 피부에 부착시켜서(附) 하는 치료법입니다.

맞거나 부딪치게 되면 모세혈관이 파열되면서 나온 피가 피하에 고이게 됩니다. 혈관 밖의 피인 것이죠. 이를 어혈, 또는 오혈(惡血)이라 하는데 우리가 보통 죽은피라고 하는 겁니다. 사실 정맥혈은 금방 색이 까맣게 변합니다. 혈관 밖으로 나온 피를 죽은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 흡수되기 때문에 피부색이 원상태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부항으로 치료하면 근육의 긴장이 풀어지고 혈액순환이 잘 돼 통증과 붓기가 빨리 없어지게 됩니다. 부항 치료도 경락(經絡)의 흐름과 해부학적인 지식을 가지고 해야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부항요법에는 건식과 습식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건식(乾式) 부항요법은 피를 안 뽑고 하는 요법인데 부항 컵 안을 진공상태로 만들어놓고 이때 생긴 음압을 이용해서 체액을 정화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결국 혈액을 깨끗하게 해서 대사를 촉진하는 치료법인데 부항 컵을 너무 오래 붙이면 수포가 생겨서 피부가 부풀어 오르고 상처와 자국이 생기므로 3분에서 5분 사이로 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붉거나 보라색의 자국이 남는 것이 싫으면 1~2분 간격의 적당한 압력으로 붙였다 떼기를 반복해서 치료하며 보라색의 자국이 생겼더라도 이는 3~5일 정도면 없어지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펠프스의 부항자국과 색깔을 보면 근육통으로 인해 건식 부항으로 치료 받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습식(濕式) 부항요법은 피를 빼는 방법인데 건식보다 좀 더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잘못된 자세, 운동, 과로, 외상 등으로 근 골격계가 긴장되면 그 부위가 딱딱하고 뭉치게 됩니다. 목 뒤나 어깨부위가 가장 많이 뭉치는데, 피로하고 순환이 안 되면 더욱 심해져서 가만히 있어도 뻐근하고 움직이기 힘들며 손가락으로 누르면 강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에 피를 조금 내고 부항을 붙이면 어혈(瘀血)과 나쁜 체액인 담음(痰飮)이 빠지게 되는데 이는 노폐물과 독소 그리고 젓산과 피로물질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습식 부항은 효과가 빠른 대신 모세혈관의 손상을 유발하게 되므로 부항단지 안으로 빨아들이는 압력의 세기와 사혈의 양을 잘 조절해주어야 합니다. 당뇨병 환자는 부항 후의 상처가 잘 안 아무는 경우가 많고 피부가 예민하고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은 부종이나 가려움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또한 허약자나 고열이 있는 사람, 임신 중에 출혈이 잘 되는 사람, 부종이나 경련, 사지마비의 병력이 있는 사람들도 부항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피를 빼는 습식 부항요법 효과 빨라

부항은 피를 빼낼 때나 이후에 세균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일회용 부항단지와 침을 써야 하고 시술 부위에 알콜이나 베타딘으로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습식 부항 치료를 받은 날은 대중목욕탕이나 수영장에 가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처음으로 부항 치료를 받는 사람이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부항으로 인한 몸살이 있거나 통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고 혈관이나 인대에 손상이 갈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한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부항 요법도 침이나 뜸과 마찬가지로 한방 의료기관에서 의료보험수가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윤영석 -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한의학 박사.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면서 7대째 가업을 계승해 춘원당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의학 관련 유물 4500여점을 모아 춘원당한방박물관도 세웠다. 저서로는 [갑상선 질환, 이렇게 고친다] [축농증·비염이 골치라고요?] 등이 있다.

1353호 (20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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