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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붙은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 현대차 2020년에 자율주행차 상용화 

완성차와 ITC 업체들 협력 사례 늘어 … 볼보·포드·BMW·GM 공동개발 시작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지난 9월 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로 검은색 기아차 쏘울자동차가 들어섰다. 차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 뒷좌석에 시구자만 있고 운전대 앞엔 아무도 없었던 것. 쏘울 자율주행 전기차는 운전자가 없는 상태로 시구자인 이해인씨만을 태우고 야구장 외야 방면 좌측 게이트에서 출발해 3루 쪽으로 이동했다. 시구자가 내리자 타석을 지나 구장 밖으로 스스로 운전해서 나갔다.

야구장 누빈 쏘울 자율주행차


이 차량은 올해 1월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처음 공개된 국내 최초의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다. 쏘울 자율주행차는 실제 도로에서 최고 속도 120km/h까지 달리며,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선 변경, 추월, 제동, 주차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이번 야구장 자율주행 시연은 명확한 차선이 없고 흙과 잔디로 이뤄진 특수한 환경에서 이뤄져 더 큰 관심을 모았다. 기존 자율주행 기술은 바닥이 고른 실내나 일반 도로의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야구장은 노면이 잔디와 흙으로 이뤄져 기존 기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자동차 바퀴가 미끄러지고 울퉁불퉁한 노면 탓에 센서 정확도가 떨어져 문제가 생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온 자율주행차 기술을 고객들에게 알리고자 행사를 마련했다”며 “자율주행 기술뿐만 아니라 커넥티비티, 친환경 같은 다양한 핵심 기술을 연구개발 해왔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2010년 첫 자율주행차인 ‘투산ix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에 성공했다.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오가는 4km의 시험 주행에 성공해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개발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 출시한 제네시스 EQ900은 차간거리제어(ASCC) 기능과 차선유지(LKAS) 기능, 내비게이션 정보가 복합적으로 융합된 기술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AD)을 탑재했다.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의 전초 단계인 부분자율주행이 가능해졌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했다. 구글과 시스코, 우버 등과 정보를 공유하며 차량을 개발 중이다. 최근 정밀 지도 서비스 업체 히어와도 협력을 논의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8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컴퓨터 전공자를 대거 채용했고, 미국 미시간주 현대·기아차 기술센터에서는 자율주행 전자장치 개발에 한창이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까지 약 2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0년까지 고도 자율주행을,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IHS는 최근 전 세계 완전 자율주행차 시장이 2035년 210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2014년에는 이 예측치가 1200만대였는데, 2년 만에 2배 가까이로 커진 것이다.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업체 간 협력과 경쟁 움직임도 크게 늘었다. 9월 들어 볼보는 자율주행차 진출을 선언했다. 에어백 시장점유율 1위 업체 오토리브와 2017년 스웨덴 고텐버그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합작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포드도 8월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을 알렸다. 포드 관계자는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BMW는 지난 7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인텔과 중국 바이두, 이스라엘 모빌아이 등과 손잡았다. GM은 이미 리프트에 올 초 5억 달러(5600억원)를 투자하고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GM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는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 중이라 2017년이면 자율주행 기술을 장착한 차량을 상용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용차 적용은 공유 차량 중심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운행자동차 개발의 성지로 미국 실리콘밸리가 떠오르는 중이다. 구글이 자율운행차 테스트를 수 년 간 벌여왔을 정도로 규제가 적다. 여기에 다양한 자동차 개발 연구소와 IT업체가 포진해 연구개발이 쉬운 장점이 있다. 지난 9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국(DMV)은 벤츠·구글·BMW 등 총 15개 업체에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 허가를 내줬다. 폴크스바겐·벤츠·닛산·GM·BMW·포드·혼다·테슬라 등 거의 모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포함돼 있다. 부품 업체로는 델파이와 보쉬가 들어가 있다. 보쉬·델파이·구글·닛산·벤츠·테슬라·폴크스바겐 등 7개 업체는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 DMV에 자율주행 모드 해제 리포트를 제출한 바 있다. 이처럼 이들 업체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한 후 관련 기술력을 축적해 놓은 상태다.

도로교통법·보험 등의 문제부터 풀어야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완성차와 부품 업체뿐만 아니라 IT 업체들도 시험 운행 허가를 얻었다.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 구글은 물론 중국 공룡 검색엔진 바이두가 대표적이다. 바이두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와 함께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바이두는 중국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캘리포니아에서 시험 운행 허가를 받았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네바다주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 허가를 받았다. 연구개발을 네바다에서 진행 중인 이유로 실리콘밸리에 시험 운행 허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술력만큼은 이미 글로벌 업체 수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임태원 현대차 중앙연구소장은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기를 2020~2025년 사이로 내다봤다.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도로교통법과 보험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임 소장은 “2035년에는 자율주행차가 전 세계 자동차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며 “한국 자율주행차가 글로벌 시장을 누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353호 (20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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