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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죽음의 두려움 극복] 생활습관부터 다시 점검하라 

병에 따른 불안장애는 통제 가능... 내일이 없는 것처럼 뜨겁게 살 필요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그는 부서 체육대회 행사 중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장에 3개의 스탠트 시술을 받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정말 죽을 뻔했다. 평소 아픈 곳은 물론 중년 남성들에게 흔한 고혈압과 당뇨도 없어, 건강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었다. 원인이라면 최근 정기 감사로 며칠 째 과로하고 잠을 못 잔 상태에서 경기에 참여한 것이다.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심장에 문제가 생기고 보니, 갑자기 건강에 자신이 없어졌다. 발병했을 당시의 고통스러웠던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증세가 재발할까 항상 불안하다. 국부마취로 진행된 시술 과정에서의 공포감도 생생하다. 예고 없이 심장이 멎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수시로 밀려온다. 밤마다 몇 번씩 죽는 꿈에 시달리다 벌떡 깨어나기도 한다.

급성 심근경색 후 죽음의 공포가

얼마 간 요양 후 회사로 복귀했다. 그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열정적으로 일했고 그 결과 남들보다 빨리 부서장이라는 위치에 올랐는데, 시술 이후 업무에 전념하기 힘들다. 마음이 불안하고, 뒤숭숭하다. 간간히 심장이 쿵쿵 뛰고, 어지럽기도 하다. 입맛이 없고, 성격도 예민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항상 피곤하고 조금만 신경을 써도 지친다. 퇴직까지 아직 7~8년 남았는데,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나 생각도 든다. 정말 심신이 고단하다.

인간의 삶은 생로병사로 요약된다. 우리는 안정을 추구하지만, 다양한 위험이 도처에 있다. 현대사회에서, 생(生)은 교육보험이 담당하고, 로(老)는 연금보험이 책임진다. 병(病)은 의료보험이 담당하고, 사(死)는 생명보험이 책임진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모든 게 완벽해 보인다. 그렇지만,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 미래는 희망이면서 불안이기도 하다.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게 큰 걱정이 있는 것은 몸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몸이 없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없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동양에선 저승보다 이승의 삶을 중요시했다. 삶은 기(氣)가 모인 것이고, 기(氣)가 흩어지면 죽는다. 죽으면 혼(魂)은 하늘로 올라가고, 백(魄)은 땅에 흡수된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서양에선 이생의 삶보다 영생을 중요시한다. 이 세상에서 고통스러워도, 다음 세상에서 행복을 찾는다. 죽으면 육체는 땅에 묻히고, 영혼은 천국에 올라간다. “그리스도를 믿는 자는 영생이 있고, 그렇지 아니한 자는 영생을 보지 못한다.”

왕이 병들어 죽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죽음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두려움에 떨었다. 어릴 적 가깝게 지냈던 도인(道人) 친구가 찾아왔다. 커다란 홀에 둘이 마주 앉았다. 왕이 침묵을 깨고 물었다. “도대체 죽은 다음에 무엇이 있는가?” 소리가 넓은 방을 울려 퍼졌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도대체 죽음 후에 무엇이 일어나는가?” 그 때 친구가 한 손으로 바닥을 쾅쾅 치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안 죽어봤는데, 어찌 알겠는가?”

‘죽음의 5단계’는 잘 알려져 있다. ①부정이다. 죽는다는 슬픈 현실을 부인한다. “아니야, 내겐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 ②분노다. 불공평한 세상에 대해 화가 난다. “왜 나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 ③타협이다. 신과의 타협을 시도한다. “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텐데!” ④우울이다. 상실감이 몰려온다. 사랑했던, 중요했던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남겨질 가족에 대해 걱정한다. ⑤수용이다.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내 생명을 거두소서!”

성인들은 죽음을 어떻게 맞이했을까?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독배를 마셨다.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육체로부터 영혼의 해방이다.” 예수는 젊은 나이에, 죽음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십자가에서 처형됐다. 인류 구원을 위한 사랑의 고백을 남겼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부처는 늙은 나이에, 죽음을 예견했다. 그는 상한 음식을 먹고 쇠약해졌다.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게으르지 말고 중단 없이 정진하라!” 공자는 죽음이 다가오자 노래를 불렀다. “태산이 무너지는구나. 대들보가 쓰러지는구나. 철인(哲人)이 시드는구나.” 그는 수제자 자공이 돌아온 후, 7일 간 침묵에 들어갔다. “나는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자, 그에게 돌아가자.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생활습관을 점검하자. 그는 두려워하고 있다. 두려움은 원인을 모를 때 가장 크다. 고혈압과 당뇨가 없더라도, 다른 원인이 분명히 있다. 운동 부족, 스트레스, 흡연, 음식, 고지혈증 등 원인을 찾아보자. 그리고 고쳐보자. 온리 원(Only One)의 법칙이 있다. 습관 하나만 바꾸어도, 전체가 좋아진다는 법칙이다. 자신감이 들어설 것이다. 그는 불안에 떨고 있다. 호소하는 여러 현상은 불안에 따른 신체 증상이다. 심장병과 불안장애는 증상이 유사하다. 항불안제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직장에 대한 생각은 그 이후 결정하자. 불경에 이런 말이 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으로 양약을 삼아라.”

죽음을 연습해보라

둘째, 죽음을 연습해 보자. 우리는 병문안을 가서 죽음을 생각하고, 장례식에 가서 죽음을 구경한다. 이제, 내가 죽었다고 가정하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나의 집과 회사에 가 보자. 아내는 무슨 말을 하고, 자녀는 어떤 표정을 짓고, 동료들은 어떤 얘기를 할까? 새로운 나를 발견할 것이다. 다음, 버려야 할 목록을 작성하자. 낡은 옷과 신발, 오래된 책과 노트, 어차피 버려야 할 것은 과감히 없애자. 과거가 기록된 상패, 추억이 담긴 사진, 언젠가 버려야 할 것은 미리 없애자. 한층 가벼워질 것이다. 끝으로, 죽기 전에 할 말을 적어보자. 삶과 죽음은 영원히 반복된다. 삶은 목표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고, 삶 자체를 위해 사는 것이다. 하루하루 생생한 삶이 물결칠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지금 이 순간만이 영원하다.”

셋째, 못했던 것을 해 보자. 누구나 꼭 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 수첩을 하나 사서, 그 목록을 적어보자.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당장 해 보자.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아보자. 내일이 없는 것처럼, 뜨겁게 살아보자. 그리고 모든 두려움을 경외로 받아들이자. 할 수 없는 것도, 어떻게든 해 보자. 몸이 원하는 대로 살아보자.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뜨겁게 살아보자. 그리고 모든 캄캄함을 푸근함으로 맞아들이자.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몸을 사랑하듯이 천하를 다스린다면 천하를 맡을 수 있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352호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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