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4차 산업혁명보다 교육혁명이 급하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

지금까지 세 번의 산업혁명이 있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화를 말한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자동차가 이끌었다. 3차는 우리가 겪고 있는 컴퓨터와 인터넷 세상을 말한다. 세 번에 걸친 산업혁명은 말 그대로 생산혁명을 이끌어 냈다. 더 적은 인력과 자원만으로 비교가 어려울 정도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지금 제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로봇기술·생명과학 등이 융합하며 산업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중이다. 올해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주제가 4차 산업혁명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의 준비 상황은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영역에서 한국이 앞서가는 분야가 없다. 혹자는 말한다. 이미 주요 분야에 투자를 늘려왔고 한국의 기술 수준이 선진국의 70~80% 수준에 도달했다고. 안타깝지만 70%는 0%나 마찬가지다. 산업혁명은 앞서가는 쪽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다.

삼성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사물인터넷 분야도 소프트웨어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 있어 전망이 어둡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개별 업체는 우리나라 전체가 투자하는 것보다 많은 자금을 4차 산업혁명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 막대한 자본과 노하우를 가진 선진국을 따라잡을 유일한 희망은 사람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열정과 성실성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럼 창의성은 어떨까?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원동력인 창의성은 부족하다. 그래서 현실만 보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

우리의 현 교육제도로는 4차 산업 시대를 열기 어렵다. 현재 진행형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려면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창의력 교육’이 절실하다. 새로운 변화에 대비하려면 교육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 평가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수능 시스템을 보면 그저 갑갑하다. 프랑스 대입 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에서 지난해 출제된 과학 문제를 보자. ‘카페인과 니코틴의 분자구조를 보고 유사성을 논하라’ ‘니코틴 섭취가 일으키는 문제를 장기적 그리고 단기적 관점으로 구분해서 설명하라’ 등이 나왔다. 답을 하려면 니코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야 한다.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답을 이끌어 내는 문제다. 시험에서 비슷한 결론을 내려도 전개한 논리에 따라 점수가 다를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논리 정연하게 펼칠 줄 알아야 지성인으로 인정받는 프랑스 문화가 깔려 있다.

한국 대입은 대부분 ‘5지 선다형’이다. 획일적 사고방식을 유도하는 객관식 평가 체계다. 교육부 하소연도 일리는 있다. 주관적인 평가를 받아들이는 학부모가 없다. 명확한 근거가 없으면 엄청난 항의에 시달린다. 하지만 주관적인 평가를 용납하지 않으면 창의력을 기를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수능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대학의 전공 학부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 학부에서 이제 ‘전공’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사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며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어는 국민의 5~10%만 잘해도 되는데 우리는 지방 9급 공무원 시험의 당락도 영어로 좌우할 정도다. 지금은 모두 ‘불행한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에도 혁명이 일어나야 4차 산업혁명이 가능하다.

1354호 (2016.10.1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