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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잔에 숨은 과학 

 

사진·글 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뚝배기보다 장 맛’은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뚝배기가 장맛을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맥주잔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주가의 입맛을 잡기 위한 세계 각국의 맥주회사 경쟁이 점입가경입니다. 브랜드마다 고유의 맥주맛을 살리기 위해 맥주잔 디자인도 달리 합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에 있는 수입 맥주 전문점인 ‘비어랩바틀샵’ 맥주잔 진열대(위 사진) 입니다. 맥주잔 종류가 무려 500여 개나 됩니다. 브랜드마다 전용잔이 있습니다. 알고 보면 나름 과학적인 근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맥주잔의 형태를 모아 봤습니다. 탄산이 많은 맥주는 실린더 모양의 잔을 사용합니다. 필스너 잔이라고도 하는데 마시는 동안 탄산이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좁고 길게 만듭니다. 효모의 향이 강하고 거품이 많은 바이젠 스타일의 맥주는 플루트 모양의 잔으로 마십니다. 효모의 향을 가두고 거품을 유지하기 위해 몸통이 굵고 위가 좁습니다. 벨기에 맥주는 예수의 성배를 닮은 고블릿 잔을 사용합니다. 병 속에서 2차 발효가 되기 때문에 탄산이 매우 강합니다. 탄산이 잘 빠지도록 위가 넓습니다. 또 마실 때 코가 잔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벨기에 맥주 특유의 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알콜 함유량이 12%로 높은 맥주는 잔이 작습니다. 꼬냑을 마시는 잔을 이용하는데 이를 스트롱에일글라스라고 합니다. 미국식 대중적인 맥주는 사용하기 편한 파인트 잔을 씁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맥주잔의 형태와 비슷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일 전통 맥주는 손잡이가 있는 크루거 잔을 씁니다. 옥토버페스트 잔이라고도 합니다. 맥주의 온도를 차게 유지할 수 있도록 손잡이가 따로 있습니다. 또 건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유리가 두껍습니다(작은 사진 오른쪽부터).

1354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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