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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무기는 승리를 위한 도구일 뿐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니텐이치류에서는 무기의 길이와 상관없이 싸움에서 이기는 병법을 연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무기의 길이에 특정한 제한을 두지 않고 어떠한 무기로든지 상대를 이기는 병법의 도를 추구한다. 하나를 보고 스스로 깨우쳐 만 가지를 헤아리는 것이 병법의 길이며, 스스로 노력하며 병법의 도를 터득하려면 헤아리지 못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땅의 장

무사시는 자신의 병법을 긴 칼(다치)과 짧은 칼(와키자시)의 두 자루를 모두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의미에서 ‘니텐이치류(二天一流)’로 명명했다. 두 손에 두 자루의 칼을 각각 드는 것을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기본 자세로 보았다. 이는 당시 일부 유파에서 한 자루의 칼을 들고 싸우는 것을 기본으로 한 것과 구별된다. 60차례에 이르는 자신의 실전 경험에서 두 자루의 칼을 동시에 들고 싸우는 것이 가능할 뿐더러 효과적이라는 점을 깨달은 결과물이다. 하지만 두 자루의 칼을 동시에 들고 싸우기 위해서는 배전의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수련을 무사들에게 요구한다.

긴 칼과 짧은 칼 나름대로 적절한 용도는 있으나, 이 용도조차도 일반적 범주를 벗어나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강조한다. 즉 좁은 공간에서는 일반적으로 짧은 칼이 효과적이나, 때로는 긴 칼이 더 유용한 상황도 있다는 점이다. 무사시는 무기의 사용에 절대적 법칙은 없으며, 무기는 승리를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소위 피상과 본질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무사시가 모든 결투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은 적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전술과 무기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정점은 1612년 4월 13일 긴 칼을 사용하는 간류검도의 고수로 천하무적으로 인정받던 사사키 고지로와 후나지마(船島)라는 작은 섬에서 벌어진 승부이다. 해당 지역을 다스리던 다이묘가 정식으로 인정해 세상의 관심을 모은 결투 장소에 무사시는 두 시간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긴장한 상태로 오랜 시간 기다리면서 약이 오른 고지로 앞에 나타난 작은 배에 앉은 무사시는 느긋하게 칼로 긴 노를 깎고 있었다. 많은 사람의 면전에서 치욕감을 느낀 고지로는 배가 해변에 다다를 즈음 장검을 뽑아 무사시를 향해 달려갔다. 단칼에 베려고 휘두르는 고지로의 칼을 피한 무사시는 긴 노로 만든 목검으로 고지로의 발을 쳐서 넘어뜨린 다음 머리를 쳐서 즉사시켰다.

천하제일의 명성을 얻고 있던 사사키 고지로는 무사시도 이기기 어려운 상대였고 장소는 상대방의 본거지로 지리적으로도 불리했다. 무사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예측 가능한 장소에서 싸워서는 승산이 낮다고 생각해서 상대방의 심리를 흔들고 의외의 무기를 사용해 승리를 거두었다. 일부러 약속시간에 늦게 나타나 천하고수의 자부심으로 충만하던 상대방에게 근거지의 군중 앞에서 모욕감을 느끼게 했고, 상대방의 긴 칼보다 더 기다란 나무 노로 일격을 가해 마무리했다. 후나지마의 승리로 더 이상 맞상대할 적수가 없어지고 검성(劍聖)의 명성을 얻은 무사시는 은퇴했다.

무사의 모든 몸동작이 상대편을 베기 위한 것이듯이 기업의 모든 역량과 의사결정도 승리를 위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오늘날 기업에게 다양한 역량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중요한 역량이다. 첨단 경영기법이나 역량도 승리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1355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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