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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사업에서도 일전 벌일 삼성 vs LG] 삼성은 상장, LG는 M&A로 경쟁력 키워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으로 3조원 확보... LG화학, 동부팜한농 인수에 LG생명과학 합병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 시설
지난 9월 12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캐나다에서 엔브렐 계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신약의 복제약) ‘브렌시스’의 허가를 받았다.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인 ‘플릭사비’의 유럽 출시에도 성공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이 플릭사비의 영국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5월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를 받은 지 두 달 만이다. 12일은 삼성 바이오 사업이 한 걸음 전진한 날이라는 평가다. 삼성은 지난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고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진행해왔다. 브렌시스는 삼성이 바이오 사업 시작 3년 만에 개발에 성공한 바이오시밀러다. 한국·유럽·호주에 이어 캐나다에서 시판을 시작하며 해외 진출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다른 바이오시밀러 4종도 개발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북미 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


▎실험중인 LG생명과학 연구원 / 사진:중앙포토
같은 날 서울 여의도에서 LG그룹은 기자회견을 열고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합병을 알렸다. LG그룹은 지난 4월 동부팜한농 인수를 통해 그린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이번엔 레드 바이오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LG생명과학을 인수했다. 2025년 전체 매출에서 바이오가 차지하는 비중을 10%로 확대, 전체 매출을 현재 17조원대에서 50조원까지 늘려 세계 5위 화학사로 도약하겠다는 게 LG화학의 목표다. LG화학 관계자는 “시장 규모와 미래 성장성 측면을 고려, 레드 바이오 분야로 사업 확장을 지속 검토해왔다”며 “LG생명과학 합병 이후, 레드 바이오 사업의 조직 육성을 위해 매년 3000억~5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LG그룹이 바이오 사업에서 맞닥뜨렸다. 두 그룹 모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을 주목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바이오 사업은 고령화에 접어든 선진국에서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꼽힌다. 기존 화학 약품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장점도 있다. 2015년 글로벌 매출 톱10 의약품 가운데 7개가 바이오 의약품일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양사의 주력 산업인 전자 분야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진 영향도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백색가전 시장에서 가격을 앞세운 중국의 추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높아만 가는 선진국의 보호무역 장벽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두 그룹 모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꼽은 이유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9월 12일 합병을 발표하며 “바이오에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사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최근 대구 경북대 행사에서 “과거 반도체가 전자·IT산업을 이끌며 성장을 주도했듯이 이제는 게놈·DNA와 같은 (바이오 산업의) 키워드가 새로운 시장을 이끄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은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CMO)와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를 통해 바이오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생산능력 기준으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MO 업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 연간 18만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라인(제1공장, 제2공장)을 운영 중인데, 오는 2018년 4분기부터는 신규 라인(제3공장) 가동으로 연간 생산량 36만ℓ를 달성해 시장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설립 5년 만에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며 “제3공장이 완공되는 2018년에는 글로벌 제약사들을 제치고 글로벌 CMO 1위 기업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마련을 위한 상장 준비도 한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월 29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조만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수요 예측과 공모 청약 등을 거쳐 연내 상장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11월께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약 3조원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3공장 시설 확충과 차입 금액 상환, 자회사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 대규모 신약개발 프로젝트 예고


LG그룹은 삼성보다 3년 앞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도전했다. 2010년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LBEC’을 개발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임상3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결과 없이 시간이 흐르자 회사는 연구비를 줄였다. 지원이 줄자, 우수 인력의 이탈이 나타났다. LG생명과학 출신들이 세운 바이오 벤처기업이 많은 이유다. 물론 LG생명과학이 쌓은 성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R&D 역량을 키우며 탄탄한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유트로핀(성장호르몬제) 등 10여개 바이오의약품의 개발과 수출, B형 간염백신·5가 혼합백신 UN 공급자격 획득, 팩티프(항생제)·제미글로(당뇨신약) 같은 합성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바이오 산업에 다시 관심을 보인 LG그룹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대규모 재원 확보와 핵심역량 강화에 나섰다. LG화학과 LG생명과학 합병의 배경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 이후 글로벌 업체 및 유관 기관들과 협력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영업·마케팅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LG화학은 레드바이오 사업의 조기 육성을 위해 현재 LG생명과학의 투자액인 1300억 원의 3배 수준을 웃도는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매년 단행할 계획이다. 양사는 오는 11월 28일 합병승인 이사회(LG화학)와 합병승인 주주총회(LG생명과학)를 거쳐 내년 1월 1일자로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정호영 LG화학 사장은 LG생명과학 인수합병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대략 10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는데,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며 “지속적으로 투자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20개 안팎의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LG화학이 단기적으로 바이오 부문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키움증권 이동욱 애널리스트는 9월 23일 보고서를 통해 “LG화학이 화학과 전자소재에 이어 바이오를 사업의 한 축으로 육성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듀폰이나 바이엘과 같이 바이오 기업으로 구조전환형이 아닌 BASF나 스미토모 등처럼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한 전략적 육성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354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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