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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하는 보잉·에어버스 생존전략은] 소형기·중국 시장으로 급선회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신흥국 수주 감소로 감산 체제 … 중국에 조립공장 지으며 구애

▎지난 7월 15일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보잉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장. 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한 미군의 P-51B 머스탱 전투기(가운데)와 지금도 운항되고 있는 보잉 747 화물기(사진 위) 등 보잉이 만든 주요 항공기가 전시됐다. / 사진:중앙포토
지난 7월 11일(현지시간) 영국 판버러에서 열린 세계 3대 항공전시회 ‘판버러 에어쇼’에서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는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펼쳤다. 보잉은 신형 항공기이자 737 기종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737 맥스의 시범 비행을 선보였다. 일본의 최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에 인도되는 보잉의 787-9 드림라이너도 시범 비행에 참여했다. 보잉은 중국 동해항공으로부터 737 맥스 8 25대, 787-9 드림라이너 5대를 수주해 4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고 발표했다. 또 중국 사면항공과 항공기 30대(34억 달러 규모)를 판매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에어버스는 이에 맞서 차세대 항공기인 A350 XWB를 전시하고 A380의 시범 비행을 진행했다. 행사 첫날 에어버스는 미국 버진 애틀란틱 항공으로부터 A350-1000 항공기 12대를 주문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44억 달러(약 5조550억원) 규모다. 에어버스는 유럽 각국이 미국 보잉에 대항하기 위해 컨소시엄 형태로 1970년 세운 회사다. 독일·프랑스가 각각 38%, 영국 20%, 스페인 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는 조종석과 바퀴, 독일은 전후방 동체, 영국은 주날개와 수직날개, 스페인은 꼬리날개 및 일부 부품을 개발·생산하고, 프랑스·독일·스페인에서 최종 조립하는 형태로 분업화돼 있다.

경기 침체로 대형기 수요 급감


▎프랑스 툴루즈 에어버스 A350 XWB 공장. 에어버스는 유럽 각국이 미국 보잉에 대항하기 위해 컨소시엄 형태로 1970년 세운 회사다. / 사진:중앙포토
그러나 최근 두 항공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저유가와 경기 부진으로 신흥국의 주문이 줄면서 잇따라 대형 여객기 감산에 착수했다. 보잉은 300∼450인승 777을 2017년부터 감산한다. 보잉사의 데니스 뮐렌 최고경영자는 9월 14일 “(777의) 안정적인 생산 지속을 위해서는 연간 40∼50기의 수주가 필요하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8기만 수주했다”며 감산 방침을 밝혔다. 777 수주량은 2013년 113기, 2014년 283기였지만 지난해에는 58기로 급감했다. 777보다 대형으로 ‘점보’라는 애칭으로도 알려진 747은 더 심각하다. 2013년 12기였던 수주량이 2014년에는 하나도 없었고 지난해에는 2기에 그쳤다. 보잉은 이후에도 수주가 없을 경우 ‘생산을 종료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경쟁사인 에어버스도 고전하긴 마찬가지다. 에어버스는 500인승 A380을 2018년까지 감산한다. 2층짜리 A380 여객기와 관련해 싱가포르항공은 9월 중순 일부 기종에 대해 2017년 이후의 임대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높은 유지비용이 부담스러웠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에어버스는 다른 고객으로부터의 비행기 주문 문의도 줄고 있어 A380의 생산량을 2018년까지 연간 12기로 줄인다고 7월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27기를 만들었다.

두 항공사 모두 올해 새로운 모델을 발표할 계획이 없고 글로벌 경기도 둔화하고 있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타깃은 커지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이다. 몸집 경쟁이 더 이상 무의미해진 두 항공사는 싱글아일(단일통로·Single-aisle) 기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싱글아일은 기내 통로가 두 개인 트윈아일에 비해 기체가 작고 탑승인원도 200명 수준이다. 주로 4000㎞ 내외의 중단거리용 여객기로 이용되는데, 보잉은 B737시리즈, 에어버스는 A320시리즈가 대표 기종이다. 실제로 내년에 인도가 시작되는 최대 200인승 보잉 737MAX는 올해에만 이미 223기를 수주했다. 보잉은 싱글아일 기종이 2035년까지 20년 간 항공기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6%에서 71%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형기는 대형기에 비해 이익률이 낮다는 게 문제다. 보잉은 “장기적으로 777 수요는 틀림없이 증가할 것”이라며 주력 생산을 소형기로 대체하는 것에는 부정적이지만, 당장은 낮은 가동률 때문에 인건비 삭감 등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시장 놓고 투자·수주전 치열


두 거대 항공사의 향후 타깃은 동북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이다. 중국의 경우 단거리용 항공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B737과 A320의 승패는 중국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존 리히 에어버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 세계 항공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중국은 곧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은 오는 2035년까지 세계 신형 항공기 수요 3만9620대 가운데 중국이 최소 6000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1조 달러 규모다.

중국 시장에서 원활한 수주를 위해 속속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보잉은 중국에 최종 조립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는 보잉이 해외에 세우는 첫 생산 시설이다. 이산 무니르 보잉 동북아시아 판매 부문 선임 부사장은 “2018년 혹은 2019년부터 중국의 신설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보잉의 중국 내 합작사는 중국상용항공기유한책임공사(COMAC, 코맥)로, 지난해 자체 개발한 중대형 상업 여객기를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공장 부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공장에서는 미국 시애틀의 보잉 본사로부터 페인트 작업 이전의 여객기 동체를 인도받아 외장 도색을 하고 기내 좌석과 갤리(부엌), 화장실 등을 설치하는 최종 조립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벌인 에어버스도 3월 톈진에서 A330 항공기 최종 조립 및 배송 센터 착공식을 가졌다. 에어버스는 지난 2008년부터 일찍이 중국 톈진에 공장을 짓고 A320 여객기 최종 조립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항공산업 성장은 보잉과 에어버스에게 ‘딜레마’이기도 하다. 중국늬 개발 능력이 커지면서 두 항공사와 함께 ‘항공기 천하삼분지계’를 꿈꾸고 있다. 외신에 다르면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초대형 여객기 C929를 공동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929 개발이 성공하면 보잉 787드림 라이너, 에어버스 A330, A350의 라이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C929의 탑승인원은 250~280명, 항속거리는 1만2000㎞다.

1355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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