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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전용배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대표] 내년쯤 코스피 지수 박스권 탈출 기대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내년에도 상장사 이익 늘어날 전망 … 미 금리 인상 후 ‘그레이트 로테이션’ 속도 낼 듯

연말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주식·채권·펀드 할 것 없이 변화의 기운이 감돈다. 최근 펀드시장에서 눈에 띄는 수익률을 올린 상품은 미국 뱅크론(Bank Loan) 펀드다. 투자등급이 낮은(BBB이하)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변동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채권형 펀드와 달리 금리가 오르면 수익을 낸다. 뱅크론 펀드는 지난 2014년 국내 시장에 출시돼 미국 금리가 곧 오른다는 기대 속에 자금을 모았지만 2년째 금리 인상이 지연되면서 인기가 시들했다. 올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뒤늦은 도약을 하고 있다. 대표 상품 중 하나인 ‘프랭클린 미국 금리연동 대출채권 펀드’는 연초 이후 9월 말까지 수익률 10.73%를 기록했다(A클래스 기준). 8월과 9월 두 달 간 1150억원 넘는 돈이 새로 들어왔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전용배(54) 대표는 2년 반전 이 펀드를 출시하면서 “금리 인상에 베팅하기엔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상승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미리 사두는 게 맞다”고 단언했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인 9월 29일 전 대표를 만나 앞으로의 전망과 계획을 들어봤다.

미국 금리연동 대출채권 펀드가 최근 살아나고 있다.

“1년 반 만에 수익이 회복됐다. 출시 당시 투자자들에게 ‘정기예금 플러스 알파’를 주겠다고 제시했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지난해 유가 급락 사태에 타격을 받았다. 당시 대출채권 중 에너지 관련 종목에 많은 투자를 한 상태였다. 셰일가스 개발 업체를 포함한 미국 에너지 회사들이 시설투자를 늘리면서 대출 수요가 대량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가가 급락하면서 100하던 대출채권 가격이 75까지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실제 대출한 기업의 가치나 상환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음에도 호가가 낮아지다 보니 채권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진 거다. 올 들어 유가가 회복되면서 대출채권 가격도 상승하고 그 상승분이 펀드 투자수익으로 귀속돼 10% 이상 수익을 냈다. 물론 기업 재검토도 쉼없이 진행했다. 여담이지만 이 펀드를 출시할 당시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해 1호 가입자가 됐다. 집사람에게 나 몰래 숨겨둔 돈도 가입하라고 했는데 작년까지 아내가 스마트폰에 펀드 수익률을 띄워놓고 얼굴에 들이밀면서 마이너스라고 얘기를 해주더라. 요즘은 내가 먼저 아내에게 수익률 좀 확인하자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럼 당분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해도 되나.

“이 펀드의 장점은 금리가 오른 만큼 수익이 더 난다는 거다. 원래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지는데 그 반대다. 하지만 애당초 고위험 고수익을 기대하는 상품은 아니다. 지난해 유가 급락 이상현상을 회복하느라 올해 수익률이 높게 나왔는데 이건 가격이 떨어졌던 게 올랐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100에서 75됐던 게 이제 95를 넘어서 본전을 찾았다고 보면 된다. 향후 기대수익률은 5~6%를 예상한다. 대신 꾸준히 5~6%를 유지할 거다. 올해가 마이너스를 회복하는 시기였다면 내년부터는 수익률을 안정시킬 단계다. 현재 월지급식을 포함한 총 설정액이 2327억원이다. 미국 금리라는 게 아시다시피 추가 인상폭이 0.5% 정도라서 변동성은 크지 않다. 다만 하이일드채권이나 미국 국채펀드 등 다른 채권에서는 수익이 날 가능성이 작은데 이 펀드는 오르는 금리에 연동해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상대적 강점이다. 손실 위험도 하이일드채권보다 훨씬 적다. 등급이 낮은 기업에 투자한다는 불안 요소를 완화하기 위해 부도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철저히 갖춘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나 장비·특허 등을 자산 가치 대비 최대 150%까지 담보로 설정한다. 신용대출이나 회사채보다 먼저 갚도록 하는 선순위 담보대출이다.”

미 금리 인상 이후 가장 주목해야 할 글로벌 자금 흐름 변화를 꼽는다면.

“2년 전부터 기대하고 있는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 즉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서서히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금리 인상 신호가 이미 충분한 만큼 시장 변화는 예정된 이벤트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는 2년째 주고 있는데 작년에 1번 소폭 올리는 데 그쳐 아직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채권 투자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채권은 기관투자가 위주 시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과거 10년간 크게 수익을 누렸다. 이제 수익을 낼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으니까 주식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실제 2014~2015년엔 일부 선진국 주식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많이 이동했다. 올 들어서는 달러 강세와 함께 그 돈이 신흥국 주식으로 유입됐다. 신흥국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지금 국면에서는 위험 감수 외에 대안이 없다.”

국내에서도 베트남 등 신흥국 투자가 각광을 받고 있다.

“10년 투자와 같은 장기 투자 개념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베트남 주식시장은 이미 30% 이상 올라 지금 들어가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다. 또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몇백억원 규모의 큰 돈이 들어가면 시장이 받는 충격이 크다. 한국발 자금이 일시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단기 꼭지를 만들었다가 추가 유입이 없으면 장이 폭락할 수도 있다. 베트남이 경제성장률이나 인구구조, 국민성 등에 비추어 성장 잠재력이 있고 투자가치가 있는 시장인 것은 맞다. 홍콩 프랭클린템플턴에서도 베트남에 관심이 많다. 다만 단기성 자금이 과열되는 현상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베트남 투자는 반드시 중장기로 봐야 한다.”

오랫동안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한국 주식시장의 성장성은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 전체 상장기업의 총 순이익이 지난해에 증가했고 올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높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순이익 증가가 주가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추세의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과거 2001~2002년에도 외환위기와 닷컴버블 이후 상당 기간 정체돼 있다가 기업 순익 증가가 몇년째 지속된 후에야 주가가 레벨업됐다. 3년 정도 추세가 이어지면 내년쯤 한 단계 올라 박스권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 구조조정 효과 등도 내년에나 가시화돼 주가에 반영될 거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현실적인 투자 조언을 한다면.

“주식 투자의 성공 포인트는 상승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싸게 사는 데 있다. 올 7월 미국 뉴저지 프랭클린템플턴에서 89세 나이로 은퇴한 최고투자책임자(CIO) 빌 리프만(Bill Lippman)이 가장 강조했던 원칙도 ‘코렉터블(correctable)’한 종목을 사라는 거다. 그러데 아쉽게도 개인 투자자는 정보력 수집과 분석 능력에서 기관과 큰 차이가 난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수수료를 지불하고 전문가를 고용하는 펀드 등 간접 투자를 활용하길 추천한다. 최근 자산배분 중요성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좋은 종목과 개별 상품을 고르는 것보다 자산배분을 잘 하는 것이 투자 성공을 70% 이상 좌지우지한다. 다행히 4~5년 전까지만 해도 없던 자산배분펀드가 요즘 대세다.”

전용배 - 대표는 한국외대 영어과,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85년 한국씨티은행 외환거래 담당으로 출발해 1989년 쌍용투자증권 국제영업부에서 일했다. 1998년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이사로 자리를 옮겨 외환위기 직후 외국 투자자들의 아시아 시장 비즈니스 중개를 전담했다. 2001년 프랭클린템플턴 총괄상무로 기용돼 2010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1355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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