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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19) | 재취업 프로젝트(1)] 현직에 있을 때 다음 자리 물색하라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dongho@joongang.co.kr
퇴직~재취업 공백 최소화해야 … 현금흐름에 도움되고 사회생활 연장까지

경북 안동에 거주하는 최모씨(58)는 대기업에서 퇴직하자마자 다른 직장에 취직해 근무 중이다. 현재 받는 급여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향후 최장 7년 간 안정적으로 근무가 가능하다. 교사로 재직 중인 아내 또한 정년(교원 62세)까지 7년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비교적 은퇴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했던 최씨였지만 이제 일할 기간이 7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아들의 신혼집까지는 챙겨주고 싶은 최씨. 남은 기간이 정해진만큼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최씨가 대기업 퇴직 후 곧 바로 재취업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대다수 퇴직자는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안 푹 쉬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겠다는 경우가 많다. 등산도 다니고 인연을 끊고 지내던 친구도 다시 찾는다. 하지만 막상 공백기가 길어진 상태에서는 재취업이 어려워진다. 최씨가 바로 재취업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퇴직 전부터 재취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에게 적합한 회사를 찾아 문을 두드려놓은 덕분이다. 대기업에서의 경험과 능력을 내세운 결과 서너 곳의 회사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아 그중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지금의 회사를 선택했다. 이미 퇴직 전에 재취업할 회사가 정해진 최씨야말로 반퇴 설계에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월급은 150만원이다. 대기업 임원 때와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150만원의 가치는 크다. 미증유의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150만원은 12억원의 목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다달이 받는 정기예금이자(연 1.5% 가정)나 다름없다. 요즘 정기예금은 이자소득세를 빼면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이자는 연 1.5%에 불과하다. 12억원이면 연간 이자 수입이 1800만원이고 월평균 150만원이 된다. 이는 ‘150만원의 법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후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다면, 퇴직 후에는 월 150만원만 벌어도 노후가 든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 퇴직 후 재취업이 노후 안정에 얼마나 중요한 수단이 되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아무리 노후자금을 많이 마련해뒀어도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임대소득 같은 현금흐름이 중단되면 금세 고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씨가 재취업에 나선 것은 돈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은 퇴직 연금이 있고 아내도 교원연금이 있어 노후 걱정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백세시대가 되면서 아무래도 90세까지 살 것같은 생각을 하니 힘 닿는 데까지 근로를 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 재취업을 하게 됐다. 재취업은 사회생활이라는 덤을 제공한다. 노후에 막상 퇴직하면 시간이 너무 많아 주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입은 적더라도 나이와 경험에 걸맞은 일을 하게 되면 생활에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상당수 퇴직자는 재취업에 애로를 겪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평소 준비가 부족한 탓이다. 눈코 뜰 새 없는 현업에 치여 살고 있는 마당에 퇴직 후 일까지 걱정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퇴직 무렵에 닥쳐서 재취업 자리를 알아보면 이미 때는 늦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평소 생각해두고 대비해야 성공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다. 결국 성공적인 노후 준비에 필요한 인생 이모작 ‘제1 법칙’은 현직에 있을 때 다음 자리를 준비해두라는 얘기가 된다. ‘퇴직 후 한참 지나서 찾아오시면 소개해드릴 곳이 마땅치 않아 재취업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인생이모작센터의 조언을 잊지 말아야 겠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1356호 (20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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