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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싸움의 중심은 몸 아닌 마음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무사는 목숨이 일각에 달려 있는 긴박한 전쟁터에서도 평정심(平靜心)을 유지해야 한다. 지나치게 긴장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긴장을 늦추어서도 안 되며,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중심을 바로 잡으면서도 마음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에도 마음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되며, 몸이 빠르게 움직일 때에도 마음은 평소와 같이 평온하게 움직여야 한다. -물의 장

편안하되 안일하지 않고, 긴장하되 경직되지 않는 중용의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한다. 싸움의 중심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 마음이 본질이고 몸은 현상이다. 몸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마음은 평온하고, 몸은 멈추어 있어도 마음은 긴장해 주위를 살피고 적을 보아야 한다.

무사의 평정심은 수도자가 추구하는 마음의 평화와는 성격이 다르다. 수도자의 참선이 자기 내면과의 대화라면, 무사의 평정심은 적수와 겨루어 삶과 죽음이 판가름 나는 치열한 승부의 현장에서 유지해야 하는 절정 내공의 경지이다. 수도자가 참선하다가 마음이 흐트러지면 다시 추스르면 그만이지만, 무사가 결투의 순간에서 마음이 흐트러지면 목숨을 잃는다. 상대방에 대한 공포·분노와 같은 감정에 휩싸이는 순간 판단력이 흐려지고 약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하기 전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되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고, 적을 베겠다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경지를 무사시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상대방의 검이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평소와 같이 마음을 넓고 올곧게 유지해야 한다. 겉으로는 약하게 보이더라도 속마음은 강하게 해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간파당하지 않도록 한다. 이런 경지에 이르려면 폭넓은 지혜를 닦고 강인한 체력을 키워야 한다. 평정심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수련과 폭 넓은 지혜가 있어야 가질 수 있다.’ 칼이 바르고 검도를 품위 있게 하는 사람은 인격도 잘 갖추어진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검도장에는 ‘마음이 비뚤어지면 칼도 비뚤어진다’는 금언(金言)이 있다. 근대스포츠로 발전한 검도의 수련 목표가 극기복례(克己復禮)·인간완성(人間完成)이듯이 마음을 닦아 평정심에 이르는 자세가 기본이다.

검도 최고단인 8단은 해방 후 우리나라에서 30여 명 정도 배출됐다. 현역 기업인으로 최고단자는 검도 8단의 이국로 사이몬 회장이다. “운동을 하거나 기업을 경영할 때 ‘진검승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그의 좌우명은 ‘나는 남과 다르다’, 사훈은 ‘입정(立正)’이다. 남과 다르게 살되 바른 것을 세운다는 검도수련을 통해 정립된 정신은 대학 졸업 후 1973년 서울 마장동 10평짜리 임차공장에서 플라스틱 파이프 사업을 시작해서 현재의 탄탄한 중견기업을 일구어내는 기반이었다.

파나소닉의 창업자로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존경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평생 오륜서를 가까이 하면서 자서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솔직한 마음으로 평정심을 잃지 말고 담대하게 대해야 한다’는 회고를 남겼다.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맨주먹으로 창업해 호황과 불황, 전쟁과 평화를 겪으면서 당대에 글로벌 일류기업을 일구어낸 백전노장이 강조한 ‘평정심’은 오늘날 경제·산업은 물론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라는 격변의 시대에서 조직을 이끌어 가는 우리나라 경영자에게 교훈을 준다.

1359호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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