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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100대 기업에 새로 진입한 25개사] ‘미래 먹거리’ 바이오·제약업 초강세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유통 포함한 내수 업종도 강세 …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은 7곳 불과

▎인천 연수구에 있는 셀트리온 본사 R&D센터.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은 12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으로 100대 기업에 새롭게 진입했다. / 사진:셀트리온 제공
지는 별이 있는가 하면 뜨는 별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0월 20일 기준, 8년 전(2008년) 대비 시가총액 100대 기업에 새로 진입한 곳은 총 25개사다.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셀트리온·삼성SDS·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카오 등이다. 코스피 상장사가 20곳, 코스닥 상장사는 5곳이다. 업종별로는 바이오·제약이 5곳으로 가장 많았다. ‘저성장 위기에 처한 한국에 남은 몇 안 되는 신(新)성장동력’이라는 평이 나오는 업종임을, 새 순위표 또한 보여주고 있다. 유통 같은 내수시장 중심의 업종도 강세였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위주로 하는 기업은 18곳인 반면, 기업 간 거래(B2B) 위주의 기업은 7곳에 불과했다.

신규 진입 25곳 중 5곳은 바이오·제약


코스닥 상장사부터 보면 ‘대장주’ 셀트리온(22위)과 카카오(46위)의 약진이 눈에 띈다. 스타트업이었다가 성장 신화를 쓴 두 기업은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나란히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이후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이 불합리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자 기준을 상향 조정하면서 두 기업의 지정을 해제했다). 이 가운데 셀트리온은 바이오·제약 업종의 강세를 이끌고 있다. 시가총액이 12조원대로 100대 기업 중에서도 톱20 진입을 눈앞에 둔,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게 국내 증시에서 덩치가 큰 기업이 됐다.

셀트리온의 매출은 2013년 2262억원에서 지난해 6034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긴 했지만 ‘매출 1조원 클럽’은 멀리 보일 정도로 썩 눈에 띄는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998억원에서 2590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영업이익률도 매년 40%대를 유지할 만큼 안정적이다. 부채비율은 82%에서 52% 정도로 낮아졌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는 순이익만 2000억원가량으로 2013년의 2배 수준일 전망이다. 외형상의 성장에 비해 내실이 아쉬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외형과 내실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수년 간의 연구·개발(R&D) 끝에 일궈낸 단 하나의 바이오 시밀러(복제약)가 원동력이 됐다. 셀트리온은 세계적인 류머티즘 관절염·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미국 얀센)’의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만들었다. 램시마는 2013년 유럽에서 판매 허가가 나면서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이후 램시마는 최근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 최초로 해외 누적 수출액 1조원을 달성하는 등 셀트리온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지금까지보다 크게 보이는 성장 가능성이다. 램시마는 유럽에 이어 올 4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판매 허가가 났다. 미국 화이자를 통해 11월 중 미국에서 출시된다. 구자용 동부증권 연구원은 “램시마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40%대로 현지에서 이미 안전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바이오시밀러의 최대 강점인 가격 경쟁력을 갖춰 미국에서도 예상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램시마를 기존 레미케이드보다 15% 정도 싼 값에 미국에서 공급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항암제)’의 유럽 진출도 앞두고 있어 성장에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메디톡스(89위)와 코미팜(94위)도 바이오·제약 업종에서 전도유망한 기업으로 꼽힌다. 메디톡스의 지난해 매출은 885억원, 영업이익은 517억원으로 외형상의 성적표에 고개가 ‘갸우뚱’해지지만 영업이익률 58.4%, 순이익 423억원의 알짜 실적이었다. 2009년 코스닥에 처음 상장된 이후 수많은 투자자의 발걸음이 몰리면서 지난해까지 주가가 50배가량 치솟았다(11월 현재는 40만원 초반대). 이는 메디톡스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주름살의 제거 또는 개선에 기여하는 일명 ‘보톡스(보톨리눔톡신)’를 자체 개발(‘메디톡신’)할 만큼 제품 경쟁력을 갖춘 데서 기인한다.

고령화와 반려동물 시장 팽창이 호재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40%대로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이 74%로 부동의 1위인 아일랜드의 앨러간도 한국에선 메디톡스에 밀려 3위(10%)에 그칠 정도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추세로 보톡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도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시장점유율이 2%대로 아직 미미한 것은 메디톡스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다.

수출보다 내수시장에서 힘 얻어


2001년 상장된 코미팜은 메디톡스보다도 지난해 매출 규모가 크지 않고(364억원) 심지어 65억원의 순손실까지 발생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이 회사의 차별성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다. 코미팜은 동물용 백신을 생산·판매한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올해 2조3000억원대에서 2020년엔 5조8000억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약 1000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코미팜으로선 질병에 걸린 반려동물을 치료하려는 수요가 그만큼 급증하면서 점차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 코스피에 상장된 바이오·제약 기업 중에선 최근 2년 사이 총 9조원 규모의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으로 국내 산업계를 놀라게 했던 한미약품(62위)과 그 지주사 한미사이언스(49위)가 순위표에 진입했다. 다만 한미약품은 지난해 체결됐던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 수출 계약이 최근 파기되면서 그간의 계약 전반에 대한 리스크가 커졌고, 두 회사의 주가도 3개월 간 곤두박질쳤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철강 등 수출 위주의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사이, 메디톡스처럼 수출보다는 내수시장에서 잘나간 기업들이 더 많이 순위권에 새로 포함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해외 판로를 뚫으면서 승승장구한 셀트리온이 예외적으로 보일 정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했다.

예컨대 카카오는 국민의 96%가 쓰는 내수 중심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코스닥의 수많은 정보기술(IT) 기업 중 유일하게 순위표 안에 새로 편입됐다. 카카오는 첫 상장(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우회 상장) 때의 높았던 기대치에 비해 최근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경쟁사인 네이버의 ‘라인’과 달리 해외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IT 업종에선 코스피에 상장된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43위)가 해외에서 전체 매출의 45% 가량을 기록(올 1분기 기준)하면서 선전 중인 게 위안거리다.

해외 진출로 기업가치 높인 아모레와 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기술자들이 이라크 등지에 수출할 국산 ‘FA-50’ 공격기의 배선 작업을 하고 있다. KAI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기업의 수익성을 키우면서 시총 100위 안에 포함됐다. / 사진:한국항공우주 제공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으로 내수시장을 장악한 이마트(58위)·BGF리테일(61위)·GS리테일(68위) 같은 유통 기업들도 순위권에 새로이 대거 포진했다. 최근 10년 간 시가총액 증가율이 300%대로 1위였던 호텔신라(90위)도 마찬가지다. 동서(79위)·오뚜기(91위) 같은 식품 기업들은 일부 제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수출보다 내수에 더 강점이 있다. 이들 같은 B2C 위주 기업이 B2B 위주 기업들을 제치고 더 많이 순위권에 새로 등장한 것도 비슷한 이유로 풀이된다. 한화생명(47위)·CJ(48위)·한샘(64위)·CJ E&M(80위) 등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 사이 방영돼 인기를 모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들. CJ E&M은 tvN의 콘텐트를 앞세워 엔터테인먼트 업계 강자로 올라섰다. / 사진:CJ E&M 제공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셀트리온과 함께 25개사 중 시가총액 순위 최상위에 이름을 올린 아모레G(21위)가 대표적이다. 코스피 화장품 업종의 대장주인 아모레G는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수많은 소비자 사이에서 ‘K뷰티’ 열풍을 일으키면서 지난 수년 간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비록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가습기 살균제 치약’ 파문에 국내에서 치약 제품을 대량 리콜하면서 3분기 실적이 부진해지는 악재를 만났지만, 그룹의 전체적인 실적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 따르면 2013년 3조8954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6조 9000억원대로, 469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대로 각각 증가할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하락세인 중후장대 업종에서는 한온시스템(44위)·한화케미칼(59위)·만도(92위)·금호석유화학(93위)·현대위아(96위) 등 자동차부품 또는 화학 분야의 기업들이 순위표에 든 가운데 KAI(38위)가 이색적이다. 매출이 2013년 2조163억 원에서 지난해 2조901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246억원에서 2857억원으로 증가하면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뜻밖의 호황을 누렸다. 올해 영업이익은 3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의 뚜렷한 주인이 없어 ‘공기업 같다’는 달갑지 않은 평을 들어야 했던 이 기업으로선 돋보이는 결과물이다. 역시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성과를 냈다. KAI는 자체 개발한 전술입문기 ‘TA-50’과 공격기 ‘FA-50’ 등을 이라크와 필리핀 등지로 수출하면서 기업 가치를 크게 높였다. 1999년 회사 설립 당시 전체 매출의 17%에 불과했던 수출 비중은 지난해 62%로 커졌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글로벌 항공시장과 불경기에 위축되지 않고 기술력과 품질 강화에 힘쓴 결과다.

1359호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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