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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열정 관리가 시간 관리보다 중요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열정 있어야 철저히 업무 관리 … 전체를 예측하고 미리 챙겨야
신입사원 시절 회사에서 제일 깐깐한 과장과 일했다. 한 번에 결재를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옆자리의 H대리는 더 혹독하게 당했다. 어느 날 우연히 과장이 퇴근하기 전에 데스크 다이어리에 메모하는 걸 봤다. 퇴근하기 전에 과장의 메모를 확인했다. 다음 날 챙겨야 할 결재 리스트였다. 메모를 보니 내 업무도 있었다. 퇴근하기 전에 작업을 마무리해서 과장 책상 위에 올려놓고 퇴근했다. 다음 날 과장은 흔쾌하게 결재를 해줬다.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했다. 곰곰이 생각했다. ‘과장은 왜 이렇게 쉽게 결재를 해줬을까?’ 그날 이후 반려당하는 일 없이 거의 한 번에 과장의 결재를 받았다.

과장은 자기가 찾기 전에 미리 보고하는 건 약간 부족해도 바로 결재한다. 가져오라고 할 때 가져 오는 건 한 번 정도 퇴짜를 놓는다. 반면에, 찾을 때까지 안 돼 있는 일은 혹독할 정도로 챙긴다. 여러 번 퇴짜를 맞고도 결재받기 어렵다. H대리는 과장이 챙기기 전에 먼저 보고하는 법이 없었다. ‘깜박했습니다. 조금 덜 됐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과장에게 결재를 잘 받는 비결은 타이밍이었다. 조금 부족한 점이 있어도 미리 가져가면 자기가 보완해서 마무리해 준다. 이럴 때는 정말 인심이 후하다. ‘정말, 저 사람이 그 사람이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자기가 찾을 때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으면 혹독한 사람으로 돌변한다. 나는 이 비밀을 빨리 알아차린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미리 가져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D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들은 얘기다. “직원들이 일하는 걸 보면 정말 답답합니다. 무슨 일이 터지면 곧바로 가져오지 않고 곪아터질 때까지 뭉개고 있다가 폭발 일보 직전에 가지고 옵니다. 그러면 정말 해결방법이 없습니다. 미리 가져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정말 답답합니다.”

직원들은 왜 곧바로 보고하지 않는지 물었다. “자신이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하는 거지요. 그러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겁니다.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편으론 책임감 있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타이밍입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방법을 물었다. ‘미리 챙기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강의시간에 대체로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다. 혹시 강의 기자재가 미비하거나 문제가 있어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있다. 수강생들과 이야기를 미리 나누면서 친밀감도 생기고,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한다. 강의에 많은 도움이 된다. 담당자로부터 ‘일찍 오는 사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신뢰를 덤으로 얻는다. 예전에 천안에 강의하러 갔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교통이 거의 마비됐다. 1시간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교통 혼잡에도 5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근태의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에서 읽은 부산의 ‘리노공업’ 이야기다. 이 회사엔 곳곳에 ‘MIRI MIRI’라는 말이 붙어 있다고 한다. ‘미리 미리’는 이 회사의 철칙이다. 사장은 모든 일을 ‘미리’ 하라고 요구한다. 연구개발도 미리하고, 고객 접대도 미리하고, 대리점 사장과의 관계 개선도 미리 하라고 한다. 한근태 교수는 이 회사에서 강의도 하기 전에 강사료를 미리 받았다고 했다.

불 보듯 뻔한데 속숙무책이라면…

패션회사에 근무했을 때다. K디자인실장은 매우 유능했다. 다른 디자인실장과 달리 항상 여유가 있었고 실적도 좋았다. 비결을 물었다. “패션은 타이밍의 예술입니다. 남들보다 하루라도 늦게 상품이 나오면 그 시즌은 고전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남들보다 늦으면 안 됩니다. 미리 챙겨야 됩니다.” 어떻게 하면 미리 챙길 수 있는지 물었다. “먼저, 자신의 일에 정통해야 합니다. 1년 전체를 놓고 보면 중요한 일과 타이밍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1년을 전체로 놓고,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리스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중요하지 않더라도 미리 챙기지 않으면, 나중에는 커다란 문제가 생깁니다. 임박해서 챙기면 원가도 올라가고 제품의 질도 떨어집니다. 전체를 예측하고 미리 챙기는 게 관건입니다.” 자신의 일에 정통하고 1년 전체를 놓고 스케줄을 챙기는 게 성공비결이라고 했다.

K실장의 말처럼 시간 관리의 기본은 1년 전체를 관리하는 거다. 1년 전체를 조망하고, 6개월 단위, 3개월 단위, 월 단위, 주 단위로 뭘 해야 하는지, 뭐가 중요한지 통찰하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일에 대해 정통해야 한다. 그리고 잘 하고 싶은 열정이 있어야 한다. 업무 관리는 단순한 시간 관리의 차원을 넘어선다.

화학회사에 20년 이상 근무한 임원에게 들었다. “사람은 무조건 실수합니다. 밸브는 무조건 샙니다. 센서는 사고가 난 후에 감지됩니다. 화학회사는 이 모든 걸 미리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미리 찾아내는 게 회사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화학회사에서 문제를 미리 찾아내는 건 생명과 직결됩니다.” 어떻게 문제를 미리 찾아낼 수 있는지 물었다. 대답은 이랬다. “먼저 자기 일의 1년 전체 리스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나라도 누락해선 안 됩니다. 자신의 일에 정통해야 합니다. 1년 전체 스케줄 속에서 한 달, 한 주, 하루의 스케줄을 챙겨야 합니다. 조그만 일도 절대 소홀하게 넘어가선 안 됩니다. 일에 대한 철저함과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성과를 내지도 못하면서 일에 치여서 허덕이는 사람들을 보면 이들은 대체로 바쁘다. 시간에 쫓긴다. 내일, 다음 주에, 다음 달에 뻔히 닥쳐올 일들이 예견되는 대도 방치한다. 미리 챙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불 보듯 뻔하게 예견되지만 속수무책이다. 매일 같은 방법으로 타성에 젖어 일한다. 크레이지(Crazy)다. ‘크레이지’라는 말의 본래 의미는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매일 같은 방식으로 시간 관리를 하면서 여유 있게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하는 게 바로 크레이지다.

직장생활의 비결은 미리 챙기는 거다. 그러나 그건 단순한 시간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더 잘하고 싶은지, 열정의 문제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더 효과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자나 깨나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이 바로 열정이다. 직장생활의 비결은 시간 관리가 아니라 열정 관리다. 당신은 얼마나 간절한가?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1364호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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