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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싸움을 할 때는 태양을 등져라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싸움을 할 때에는 태양을 등지는 자리가 유리하다. 또한 조금이라도 상대방보다 높은 곳을 차지해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해야 하는데, 이는 높은 사람이 상석에 앉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싸우다가 도망치는 상대방을 추격할 때에는 상대방을 왼쪽으로 몰아 벽이나 모서리 쪽으로 유도해 퇴로를 차단시키고, 도망칠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여야 한다. 이렇듯 장소의 특수성을 잘 이용하면 싸움에서 손쉽게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불의 장

무사시 가르침의 가장 큰 울림은 실제로 칼을 써서 상대방을 베어 본 실전 경험이 뒷받침된다는 점이다. 검법을 연마했더라도 연습게임만 해본 사람은 이 경지에 이를 수가 없다. 또한 책 읽고 공부한 사람이 흔히 빠지는 허구적인 탁상공론이 끼어들 여지도 없다. 무사시는 ‘목숨을 건 숱한 싸움을 통해 삶과 죽음의 분기점을 터득했고, 검의 원리를 익혀 상대방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만 보고서도 상대방의 기량과 검법을 간파한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실질적인 가르침이 되는 것이다.

불의 장은 변화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라’는 항상 변하는 여건 속에서 유리한 여건을 만들라는 가르침이다. 태양이나 불빛을 등지고 서는 것은 언뜻 사소해 보이지만, 찰나의 순간에 생과 사가 오가는 승부의 현장에서는 결정적 유리점(有利點)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실력을 과신하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라는 교훈이다. 상대방이 있는 승부는 상대우위, 비교우위의 세계이다. 상대방이 강한 것과 내가 이기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아무리 강한 적도 약점이 있게 마련이고, 또한 상황에 따라 상대방의 장점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환경과 여건을 활용해 우위를 점하고, 자신의 장점을 살리고 적의 약점을 증폭시켜 승리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주어진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화시켜 승리에 이르는 요체임을 불의 장을 설명한다.

국제무역의 비교우위와 기업 경쟁의 경쟁우위를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는 ‘경북 영덕이 대게를 안동에 판매하고, 안동이 마를 영덕에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자원 면에서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동에서 고등어를 생산하지 못함에도 간고등어를 특산물로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경쟁우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어진 자연조건에 기반하는 정태적 비교 우위와 인간의 창의와 노력으로 창출하는 동태적 경쟁우위의 핵심적 차이점이다. 무사의 입장에서 비교우위는 신장과 팔 길이 등 타고난 신체조건이지만, 경쟁우위는 지형지물, 위치와 시간을 주도적으로 선택해 만들어내는 전술적 우위이다. 요즘 표현으로 무사시는 사무라이의 스펙이 앞선다고 결투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을 보면 경쟁우위의 역동성을 이해할 수 있다. 1960년대 비교우위는 노동집약형 경공업에 있었기에 이러한 영역으로 수출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축적된 자본과 기술로 경쟁우위를 만들어 다른 영역으로 진출하면서 10대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과거 국가 간 비교우위에 따라 가발과 섬유를 수출하고 설탕과 밀가루를 만들며 시작된 우리나라 기업들은 점차 성장산업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 오늘날은 스마트폰·반도체·자동차를 수출하는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발전했다. 이런 면에서 기업가 정신이란 주어진 여건으로 규정되는 비교우위의 한계를 넘어서 인간의 자유와 창의로 경쟁우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1365호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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