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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위안화 추락, 미·중 화폐전쟁의 전조 

 

김재현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
미국 압박에 시장 개입 늘리는 인민은행... 중국, 미 국채 대량 매도 카드 꺼내기 힘들어

▎사진:중앙포토
1월 20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중국 정책 담당자들이 바빠졌다. 특히 중국 위안화를 책임지는 인민은행이 그렇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시진핑 주석의 중국은 한 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대결의 장은 영유권 분쟁이 지속되는 남중국해가 아니다. 바로 위안화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위안화는 절하폭이 커지고 있다. 수년간 6위안대 초반에 머물던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2015년 8월부터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6년 슬금슬금 오르던 위안화 환율은 트럼프 당선 후 상승폭을 늘려가더니 어느새 7위안 부근까지 올랐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에 관세 45%를 부과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사전 대비라는 분석도 나왔다.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다가 트럼프의 압박이 시작되면 위안화 평가 절상을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위안화 환율, 1달러당 7위안 근접


하지만, 시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위안화가 절하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달러당 7위안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위안화 절하로 인한 자본 유출 규모가 급증하자 중국 금융당국은 위안화 환율 방어에 나섰다. 우선, 외환을 관리하는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해외 송금 기준을 500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로 낮췄다. 인민은행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위안을 사들이면서 위안화 환율 지지에 나서고 있다. 자본의 해외 유출에 대한 통제도 강화됐다. 뿐만 아니다. 홍콩, 싱가포르 등 역외 위안화 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역외 위안화 환율과 역내(중국) 위안화 환율과의 괴리도 줄이고 있다. 해외 투기자본은 거래 규모가 작은 역외 위안화 환율을 큰 폭으로 상승시켜서 역내 위안화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이 위안화 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도 줄었다. 2014년 한때 4조 달러에 육박하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 말 3조51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12월 말에 이미 3조 달러가 무너졌든지, 아니면 2017년에 3조 달러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위안화 절하로 해외자본이 유출되면서 생기는 더 큰 문제는 위안화 국제화의 후퇴다. 중국이 대외 교역에서 위안화로 결제하는 비중은 2015년 26%까지 상승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16%로 하락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지속하면서 달러 결제 비중이 커진 것이다. 위안화 결제 비중의 감소는 장기적으로 ‘위안화의 기축통화’를 꿈꾸는 중국에는 큰 타격이다. 기축통화는 무역결제 통화, 국제투자 통화와 준비자산 통화로서의 3단계를 거쳐서 완성되는 데, 첫 단계도 순조롭지 만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위안화가 절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위안화에 대한 평가 절상 기대감이 절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위안화는 2005년 달러당 8.2위안에서 2015년 6위안까지 10여 년 동안 환율이 하락(평가 절상)했다. 그런데 2015년 8월을 기점으로 방향을 바꾼 위안화 환율이 7위안 턱 밑까지 올라온 것이다. 위안화 가치의 장기 추세가 바뀌었다는 염려를 하게 한다. 한때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던 중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식었다는 우려도 해외자본 유출과 위안화 절하를 부추기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달 인상으로 0.5~0.75%가 됐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기준금리 점 도표에서 예고한 대로 올해 3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금리 인상폭이 가팔라진다. 2015년과 지난달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은 금리 정상화 궤도 진입을 공식화했고, 이는 곧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로 위기에 빠졌던 미국 경제의 화려한 부활을 뜻한다. 지난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5%(연율)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4.6%로 2007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치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던 중국경제는 6%대로 성장률이 하락했다. 2008년과 비교하면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뒤바뀌었다. 현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중국 내 해외자본의 유출을 부추길 수 있지만, 미국은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줄 이유가 없다. 한 술 더 떠서 트럼프는 취임 후 대중 강경책을 채택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외환보유액 쪼그라드는 중국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의 해외자본 유출이다. 미국 경제의 호전과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으로 달러가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비록 중국경제 성장률이 다른 국가보다 높기는 하지만, 중국 역시 해외자본 유출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중국의 고강도 반부패 사정정책도 중국 부호들이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위안화의 평가 절하는 중국의 대외 수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자본의 해외 유출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야기한다.

중국 역시 미국의 금리 인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는 없다. 중국은 미 국채 매각이라는 카드가 있다. 미국 재정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0월에만 413억 달러어치의 국채를 팔아치웠다. 보유잔액은 2010년 7월 이후 최저치인 1조1157억 달러로 줄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약 3조 달러 중 약 40%를 미국채로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미 국채 보유잔액이 1조 1319억 달러로 미국의 최대 대외 채권국이 됐다. 중국은 6월부터 계속해서 미 국채를 매각하고 있다. 위안화 환율 유지를 위한 시장개입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미 국채 대량 매각으로 미국 금융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을까. 대답은 ‘노(NO)’다. 2011년 국제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는 [권력의 미래]에서 중국의 미 국채 대량 매각 가능성을 이렇게 분석했다.

‘비록 중국이 달러를 매각해서 미국 경제에 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을지라도 미국 경제가 쇠약해지면 중국은 수출 시장이 축소되고 미국 정부는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로 대응할지도 모른다. 양측은 모두 서둘러 취약성 상호 의존의 대칭을 깨뜨리지 않겠지만, 끊임없이 시장관계의 구조와 제도적 체제를 형성해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

미·중 양국은 이미 유기적인 협업체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다치면 자신도 영향을 받게 된다. 미 국채 매각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이 미 국채를 시장에 던져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지면 중국 역시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3조 달러의 외환보유액에 미칠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자구적인 성격이 강하다.

2017년 글로벌 금융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위안화 가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한 미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중국의 반격도 거셀 것이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68호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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