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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삼성전자 턱 밑까지 올라온 화웨이 

 

김재현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 따돌려... 향후 북미 시장에서 결판날 것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중국 기업의 추격이 무섭다. 특히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3위로 올라섰다. 그렇다면,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중국을 대표하는 화웨이 간에는 얼마나 큰 격차가 존재할까.

우선, 규모와 수익성을 살펴보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201조5400억원, 영업이익은 29조2200억원이라고 밝혔다. 비상장기업인 화웨이는 잠정 실적을 아직 공시하지 않았지만 홈페이지에 올린 신년사에서 2016년 매출액이 5200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90조5000억원, 삼성전자의 45% 수준이다. ‘포춘 500대 기업’에서 삼성전자가 13위인 걸 고려하면, 화웨이 역시 글로벌 대기업이다.

수익성은 영업이익률로 따져보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14.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상반기 1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보다 약간 낮지만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2015년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화웨이의 2015년 영업이익률은 18%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이유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다.

R&D에 연 11조원 쓴 화웨이


규모와 수익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R&D(연구개발) 비용이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쓴 R&D 비용은 얼마나 될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EU 산업 연구개발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2015년 삼성전자가 지출한 R&D 비용은 125억 2800만 유로(약 16조원)로 전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화웨이는 83억5800만 유로(약 10조6000억원)를 R&D에 투자했다. 화웨이의 매출액은 삼성전자의 반도 안되지만, R&D 비용은 삼성전자의 3분의 2에 달한다. 주목할 대목이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스마트폰 판매량도 비교해보자.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 1억3900만 대, 글로벌 점유율 11.3%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직 애널리틱스가 발표한 점유율 수치(약 9%)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월등히 많다. 스트래티직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2억3000만 대가 넘는 스마트폰을 팔았다. 4분기까지 합치면 최소 3억 대가 넘는다. 화웨이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마진이 높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의 우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갤럭시 노트7 폭발사건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지만, 갤럭시 S7 판매량이 약 5000만 대에 달했다. 지난해 화웨이가 출시한 대표적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P9과 메이트8(Mate8)이다. 액정크기는 각각 5.2인치와 6인치로 삼성전자의 S7, 노트7에 상응하는 제품들이다. 이중 P9 판매량이 1000만대를 돌파했다. 화웨이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1000만 단위 판매량을 기록했다. P9는 후면에 라이카 듀얼 카메라를 장착해서 차별화를 시도한 제품이며 외국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한국에서는 엘지유플러스가 출시했다.

정리하면, 화웨이의 플래그십 모델인 P9는 판매량 측면에서는 S7의 약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브랜드 가치, 유통 채널, 북미 시장 침투율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제품 자체로만 보면 S7과 P9의 격차는 크지 않다. 얼마 전 필자가 한국에서 근무하는 중국 친구와 점심 식사를 할 때 이 친구가 탁자 위에 올려놓은 스마트폰도 P9이었다. 언뜻 봐도 고급스러운 티가 났다.

브랜드 가치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브랜드 가치는 삼성전자와 화웨이 간의 격차가 가장 큰 분야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6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2016년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518억 달러로 7위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가치가 10% 넘게 오르면서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화웨이의 브랜드 가치는 58억 달러, 글로벌 순위는 72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5년의 88위에서는 16계단이나 상승했다.

수직계열화 역시 양사 간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배터리, 카메라 모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서 자사와 계열사를 통한 부품 자체 공급 비중이 크다. 반면 화웨이는 모바일 AP는 자사 제품을 사용하지만, 핵심 부품인 OLED, 모바일 D램 등은 부품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브랜드·수직계열화 격차는 아직 커

지난해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대표 주자 이미지를 굳히며 삼성전자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화웨이에 대해 중국인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10여 년 전 애니콜이 모토롤라를 따돌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느꼈던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화웨이를 이끄는 런정페이 회장은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가 중 한 명이다. 심야에 런 회장이 공항의 택시 대기 라인에 서 있는 사진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오르자 수천 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런 회장뿐 아니다. 위청동 화웨이 소비자 비즈니스 그룹 대표도 소위 ‘핫’한 기업인 중 한 명이다. 바로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최근 런 회장이 위청동이 이끄는 스마트폰 사업부문에 불만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왜 그랬을까.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위청동 대표가 이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생산능력 문제는 런 회장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비판한 부분을 반드시 찾으라고 한다면, 바로 수익성이 낮고 이익이 너무 늦게 증가하며 대부분의 이익을 스마트폰 판매 대리점에서 가져간다는 것이다. 우리가 판매 대리점을 위해 일하는 셈이다. 런 회장은 이 점에 대해서 비교적 불만이다.”

위청동 대표는 스마트폰 판매 대리점이 대개 4~6%, 많아 봤자 8%의 마진을 가져가는데, 화웨이 제품은 20% 넘게 가져간다며 판매 대리점 이익의 95%를 화웨이가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웨이가 유통망을 단기간 내 확장하기 위해서 판매 대리점 마진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한 영업이익률이 18%에서 12%로 급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청동 대표는 “올해 유통채널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자금 효율성과 운영 전략도 손보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간의 격차를 살펴봤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화웨이보다 한 단계 앞서 있다. 그러나 이 격차가 언제까지 존재할 수 있을까. 향후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승부를 가릴 승부처는 북미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화웨이는 북미 시장 5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5.6%의 점유율로 애플(33.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북미 시장은 규모로 보나 상징성으로 보나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언젠가 화웨이가 북미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따라잡는 날이 바로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완전히 넘어서는 날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화웨이 제품에 대한 리버스 엔지니어링(완제품을 분해·해체하고 분석해 원천 기술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화웨이라는 기업 자체에 대한 철저한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절박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69호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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