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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혁신가 | TLX PASS 개발한 김혁·강영준 TLX 공동대표] TLX PASS 가입하면 전국 헬스장 언제든 이용 가능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전국 3000여 곳 헬스장과 업무 제휴... 입소문 타며 30만 명 가입

▎운동 기구에 매달린 강영준(왼쪽) 공동대표와 이를 바라보고 있는 김혁 공동대표. / 사진:최정동 기자
# 영업직으로 지방 출장이 잦은 이승철(36)씨는 평소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한다. 업무상 출장이 잦아지면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자 서울, 부산, 대구 등 출장이 잦은 지역 5곳에 헬스장을 등록해 이용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헬스장 정기 이용권 대신 O2O(Onlin to offline) 애플리케이션(앱)인 ‘TLX PASS’를 이용했다. TLX PASS는 헬스장 한 곳을 정해 정기권을 끊고 다닐 필요 없이 사용자의 위치를 중심으로 근처 헬스장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O2O 서비스다. 전국 헬스장을 통합해 하나의 멤버십 단위로 운영하는 셈이다. 이씨는 이 앱을 통해 지난해에만 전국 200여 곳의 헬스장을 이용했다. 이씨처럼 TLX PASS를 이용해 장소나 시간에 상관없이 헬스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30만 명이 넘는다. 협약을 맺은 헬스장 역시 전국에 3000여 곳이 넘는다.

NHN 직원들이 첫 고객

TLX PASS를 만든 김혁·강영준 TLX 공동대표를 최근 경기도 판교 사무실에서 만났다. 2008년 LG그룹 입사 동기인 두 대표는 2년 만에 회사를 나와 창업에 뛰어들었다.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휘닉스파크 스키장을 이용하던 중 ‘종일권을 끊고 휘닉스파크뿐 아니라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베어스타운도 함께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은 스키장 통합 이용권 아이디어로 특허를 낸 후 영업뿐 아니라 스키장 인증 시스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10억원 정도를 투자하고 휘닉스 파크 등에 시스템을 납품하기도 했지만 2년만에 사업을 접었다. 김혁 대표는 “공급자 진입장벽이 높았다. 통합 이용을 위해선 슬로프 게이트 설치 등 많은 자본이 필요한데다 당장의 수익 실현도 어렵더라”며 “의사 결정권자를 만나기도 어려워 벤처기업이 뛰어들기엔 적당하지 않았다”고 했다. 옆에 있던 강영준 대표는 “실패 덕분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그들이 만든 통합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 의사 결정권자를 만나기 쉽고 초기 투자금이 적은 시장을 물색하다 휘트니스 센터를 공략하기로 정했다. 장소와 상관없이 운동할 수 있게 된다면 정기 회원권을 구매하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헬스장 역시 문턱을 넘긴 쉽지 않았다. 헬스장 대표들이 자신들의 수익 기반인 월 정액권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김 대표는 인터넷 유머를 떠올렸다. 한 남자가 세계은행에 가서 자신이 빌 게이츠의 사위가 될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빌게이츠를 찾아가선 자신이 세계은행 총재가 될 테니 사위로 맞아달라고 해서 정략결혼에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김혁 대표는 판교 TLX 사무실 인근에 위치한 NHN을 눈여겨 봤다. 2009년 당시는 NHN이 현재의 사옥을 짓고 있을 때라 여러 건물에 직원들이 흩어져 있었다. 때문에 직원 수는 많았지만 사내 헬스장을 갖추진 못한 상황. 먼저 김 대표는 NHN 운동 동호회를 첫 고객으로 삼고는 근처 헬스장 몇 곳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사와 계약하면 NHN 직원들이 이 헬스장으로 올 겁니다.” 다음으로 김 대표는 NHN 동호회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원이 되면 인근의 헬스장 몇 곳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NHN 직원들은 TLX의 첫 고객이 됐다.

가격은 20회 이용권이 7만9900원. 한번에 4000원 꼴로 제휴를 맺은 휘트니스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제휴시설은 요가, 수영, 복싱 그리고 마사지샵과 사우나도 있다. 회비, 위치, 입지, 주차장, 사우나 시설 유무 등 6가지를 기준으로 차감되는 횟수가 다르다. 일반적인 휘트니스 센터는 ‘1pass’가 차감된다. 마사지나 고급 헬스장 시설은 3회에서 6회 차감되는 경우도 있다.

빅데이터 활용해 서비스 영역 넓힐 것

TLX PASS는 매일 운동을 하는 열혈 회원이 아닌 일주일에 1~2번 정도 가는 직장인 그리고 운동을 중단했거나 다시 시작하려는 이용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실제로 한국 직장인은 일주일에 평균 1.6회 정도 헬스장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영준 대표는 “필라테스의 경우 선생님이 중요한데 TLX PASS는 선생님을 고루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NHN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자 자신감을 얻은 TLX는 분당에 있는 공기업과 관공서를 찾아 본격적인 영업을 하면서 제휴 헬스장과 고객 수를 늘려갔다. 지역도 차츰 확대한 덕분에 2016년 말 기준으로 전국 3000곳이 넘는 센터와 제휴를 맺었다. 강 대표는 지방의 센터를 다니며 제휴를 맺기 위해 지난 2년간 30만km를 운전했다. 강 대표는 “여전히 정기 회원제를 기반으로 헬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거부감보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제휴를 맺고 소비자 입장에서 유리한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결국 헬스장에도 이익이라는 점을 이해하더라”고 했다. 그는 “수원의 한 헬스장은 TLX PASS 이용 수수료로 월 약 3000만원을 지급받는다”고 귀띰했다. TLX 수수료는 이용 금액의 약 10% 수준이다. 김혁 대표는 “정기권을 끊고 이용횟수가 적은 이른바 헬스장 기부천사형 고객들은 ’손해봤다‘는 생각에 정기권이 만료되면 더 이상 그 헬스장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패스권을 이용하면 이용하는 만큼 차감되니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제휴 센터와 회원 수가 늘면서 데이터도 쌓였다. TLX PASS 이용자들이 가장 운동을 많이 하는 요일은 월요일이다. 이용률이 가장 낮은 날은 토요일이다. 헬스장 시설 외에 계절별로 인기 있는 운동 시설은 겨울엔 스크린골프, 여름엔 핫요가다. 지역별 매출은 수원과 울산이 가장 높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덕분이다. TLX PASS가 더 활성화되면 제휴사들에도 피해가 가지 않고 회원들의 수요가 있는 장소를 물색해 직영점도 열 생각이다. 헬스장 시설 및 트레이너, 용품 등 헬스장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우선 올 상반기엔 헬스장에 마케팅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강영준 대표는 “미국의 헬스장에는 어린이 놀이시설과 교사도 있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운동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전단지로 마케팅을 하고 종이에 적거나 마그네틱 카드로 입장하는 센터가 많다”며 “우리가 가진 기술을 전수해 노후하거나 낡은 이미지의 헬스장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1368호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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