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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 콘텐트 전문기업 캐리소프트 권원숙 대표] 캐통령(캐리+대통령)의 비결? 아이들 눈높이 맞춘 콘텐트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장난감 동영상으로 유튜브 구독자 140만 명 돌파 … 사업 다각화, 해외 진출 시동

▎지난 1월 서울 구로동 캐리소프트 본사에서 만난 권원숙 대표.
요즘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그’의 존재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그를 모르면 자상한 부모 소리를 듣지 못할 만큼 아이들에게 그의 존재감은 ‘뽀통령(뽀로로+대통령)’에 버금간다. 우는 아이의 눈물을 멈추게 할 정도로 스마트폰 영상 속에서 장난감을 갖고 노는 그의 모습에 아이들은 금세 빠져든다. 대부분 10분 안팎의 짧은 영상이지만 흡입력 높은 구성과 내용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의 이름은 캐리.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동영상인 ‘캐리 앤 토이즈(Carrie and Toys)’의 여성 진행자다. 영상의 콘셉트는 간단하다. 날마다 새로운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게 전부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면 ‘멀쩡하게 생긴 친구가 혀 짧은 소리로 혼자서 뭐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손발이 오그라든다. 하지만 아이들 세상에서 그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가 141만 명을 넘어섰고, 누적 조회 수도 13억5400만 건에 달한다. 뽀통령에 빗대어 생겨난 ‘캐통령(캐리+대통령)’이란 별명이 어색하지 않다.

권원숙(48) 캐리소프트 대표는 ‘캐리 언니’를 아이들의 우상으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캐리의 인기에 힘입어 캐리소프트는 최근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18억원,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32억원 등 총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권 대표는 동영상의 인기 비결에 대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콘텐트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캐리는 올해 대학교 2학년이 되는 제 딸의 영문 이름이에요. 누가 봐도 부끄럽지 않은 건강한 콘텐트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회사명에 담았죠. 디즈니에 열광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걸 한번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고민한 끝에 사업을 시작했어요. 우리만의 정서를 담은 콘텐트를 통해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고, 그 안에서 하나라도 배워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재미와 교양 갖춰 ‘캐통령’ 별명

캐리소프트는 현재 캐리 앤 토이즈를 비롯해 캐리 앤 북스(Carrie and Books), 캐리 앤 플레이(Carrie and Play), 캐리 앤 송(Carrie and Song) 등 4개 채널을 운영 중이다. 유튜브·네이버·카카오TV 등 모바일 기반에서 IPTV·케이블TV·공중파까지 자신들의 콘텐트를 전방위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콘텐트에 교양과 정보의 가치를 가미한 것이 차별화 포인트다.

이를 위해 권 대표는 진행자의 눈높이와 카메라 앵글의 높이를 파격적으로 낮췄다. 또 카메라가 진행자를 화면 가득 비추도록 해 어린이 시청자가 팔을 뻗으면 손에 닿을 듯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 앉은 자세로 두 팔을 벌려 아이들을 맞이하는 듯한 느낌을 화면에 담아냈다. 이런 배려 덕분에 캐리소프트의 각 채널에는 어린이들이 작성한 수백,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기 일쑤다.

“아이들은 방송 내용에 대한 흡수력이 뛰어나고, 진행자들의 행동이나 말투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동시에 느끼면서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특히 밖에서 맘껏 뛰놀지 못하는 환아들이 우리 동영상을 많이 봐요. 그런 아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도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권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키즈 콘텐트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1993년 동덕여대 독문과를 졸업한 그는 20년 넘게 기업연수와 여행을 접목한 비즈니스&트립 분야에서 일하던 중 동영상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업무 특성상 늘 새로운 정보를 찾아야 했고, 자연스럽게 구글이나 유튜브 등을 접했다. 얼리어답터까지는 아니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도 남들보다 비교적 빨리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 키즈 영상을 올리는 한 아이가 수십억을 번다는 기사를 봤다. “평소 즐겨봤던 영상이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당시만 해도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은 모두 취미인 줄만 알았거든요. 마흔다섯이 되던 해, 더 늦기 전에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권 대표가 아동용 콘텐트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나름대로 육아 경험이 풍부했고 키즈 분야라면 왠지 자신이 있었다”며 “무엇보다 아무리 시장 상황이 어려워도 유아 관련 산업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조사를 해보니 아이들이 볼 만한 영상이 별로 없더라고요. 제가 어렸을 적에 큰 인기를 끌었던 ‘뽀뽀뽀’는 TV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고, ‘TV유치원’도 명맥만 겨우 유지하는 정도더군요.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만한 질 좋은 영상을 만들어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캐리소프트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사업 초기 11평(약 36㎡)짜리 스튜디오 겸 사무실에서 직원 3명으로 출발한 캐리소프트의 초기 3개월 매출은 고작 17만원이 전부였다. 아파트 담보 대출을 받아 사업 자금을 충당할 정도로 힘겨운 나날이 이어졌다. 권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우리 영상의 초기 콘셉트는 진행자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거였어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손만 클로즈업하는 방식이었죠. 그러다 캐리 언니 얼굴이 궁금하다는 댓글을 보고 얼굴을 공개하게 됐는데 그것이 신의 한 수였어요. 그때를 기점으로 유튜브 구독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하더군요.”

줄 잇는 협찬 제의 모두 거절

동영상이 인기를 끌자 수많은 완구사들의 협찬이 줄을 이었지만 권 대표는 이를 철저히 배제했다. 캐리소프트의 콘텐트가 광고주 입맛에 맞춘 상업광고 형태로 변질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TV홈쇼핑의 제휴 제안을 뿌리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실제로 캐리소프트는 영상에 사용되는 장난감을 모두 구입하고 있으며, 해외의 유명 장난감을 직접 구입해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은 굉장히 섬세하고 예리해요. 장난감 박스나 상표가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 사업 초기에 그런 영상을 몇 번 찍어봤는데 아이들이 외면하더군요. 아이들은 아주 솔직하기 때문에 더욱 진정성 있는 콘텐트로 다가가야 합니다. 창업 초기 아무리 힘들더라도 하루 한 편씩 새로운 동영상을 꼭 올린다는 ‘1일 1콘텐트’ 원칙을 세웠고, 지금도 그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캐리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50억원. 이를 기반으로 권 대표는 올해부터 캐릭터 상품, 키즈 카페, 문화 센터 강좌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국을 필두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키즈 콘텐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권 대표는 “캐리소프트가 만든 동영상을 세계 50여 개국 어린이가 시청하고 있다”며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제2, 제3의 캐리를 지속적으로 양성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세계 모든 아이가 우리가 만든 동영상을 시청하고, 우리가 만든 인형을 사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1372호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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