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상황이 바뀌면 관점을 바꿔라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서두우수(鼠頭牛首)’란 쥐가 가진 세심함과 소가 가진 대범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싸움에서 쥐의 세심함으로 상대방의 소소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되, 좀처럼 결말이 나지 않거나 혹은 절호의 기회가 오면 마음가짐을 달리해 소의 대범함으로 과감히 상황을 쇄신하고 기회를 잡아 상대방을 제압해야 한다. -불의 장

철저한 준비와 치밀한 작전에도 실제 전장은 예기치 않게 격변하게 마련이다. 고대 그리스 마케도니아 출신으로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전투는 격동이다. 따라서 전쟁터에서는 모든 일이 격동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조조도 전략전술에서 임기응변을 가장 중요시했다. 198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권투 헤비급 세계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은 말했다. “누구나 그럴 듯한 계획이 있다. 얼굴을 한 대 얻어맞기 전까지는.”

작전 없는 전투도 없지만, 작전대로 전개되는 전투도 없는 법이다. 따라서 장수는 세부적 사항까지 철저하게 준비해 출진하되, 유기체처럼 변화하는 전장 상황에 따라 대범한 사고로 국면을 전환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하되 실전의 팽팽한 대치 상황에서 관점 변화로 승리의 기회를 잡는 접근은 사업에도 통용된다.

1959년 이나모리 가즈오는 교토세라믹을 설립했다. 틈새시장을 겨냥한 세라믹 전자부품 판매는 일정한 수준에 이르자 정체되기 시작했다. 이나모리는 신제품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소개했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고심하던 젊은 사장은 당시 일본 시장에서 미국산 수입품이 인기가 높은 점에 착안해 관점을 전환했다. 교토세라믹 제품을 미국에 판매한 다음 일본으로 들여오는 역발상이었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추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이나모리는 철저히 실용주의로 무장한 미국 기업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1년여 문전박대 끝에 가까스로 텍사스에서 첫 계약을 체결한 이후 미국 대형 기업으로 판로가 확대됐다. 미국에서 확보한 평판을 기반으로 일본 대기업들에 납품을 시작해 오늘날 글로벌 기업 쿄세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100엔숍’으로 유명한 다이소 창업자 야노 히로타케는 ‘임기응변’을 중시한다. 1970년대 초반 히로시마에서 트럭에 냄비 등을 싣고 다니며 파는 잡상인으로 저녁마다 부인과 함께 수많은 제품에 일일이 가격표를 붙여야 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인이 더 이상 일을 거들 수 없게 되자 야노는 고심 끝에 모든 상품 가격을 100엔으로 통일하면서 시작된 '100엔숍'이 오늘날 세계적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야노 회장의 경영철학은 “임기응변만이 살 길”이다. 100엔 숍 성공 전에 아홉 번이나 실패한 경험으로 “회사는 언젠가 반드시 망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다이소 같은 기업은 3년 혹은 5년이면 망할 테니 그때까지 열심히 100엔짜리 물건을 팔자”고 독려한다. 다이소의 전략을 간략히 말하면 이렇다. ‘모두 100엔이지만 쓸 만한 물건들이다. 가격 책정은 원가가 아니라 고객가치로 한다.’ 경쟁이 치열한 저가 생활용품 유통시장에서 이룬 다이소 성공의 핵심은 철저한 조달 물류 관리와 급변하는 소비자 기호에 맞는 임기응변의 결합이었다.

1369호 (2017.0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