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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일·촉·즉·발 G2 무역전쟁 승자는? 

 

김재현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
경제적으론 미국, 정치적으론 중국 유리... 도발 vs 보복 맞붙으면 세계경제 악영향

▎사진: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 우선주의’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가 시끄럽다. 특히 ‘반이민 행정명령’ 서명으로 미국 내에서도 찬반 논란이 거세다. 전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트럼프를 예의주시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기간 내내 중국 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자 설마 했던 중국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대미교역에서 최대 규모의 흑자를 내는 나라가 중국이다. 2015년 중국은 미국과의 교역에서만 약 370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 전체 적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중국이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트럼프가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직접 전화통화를 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리자 중국은 발끈하면서도 크게 당황했다.

트럼프, 두 가지 카드 만지작

트럼프는 성공한 기업가로서 협상과 거래의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또한 심리전을 활용,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채고 공격하는 특성을 보인다. 만약 상대방이 심리적으로 흔들려서 공격을 하기도 전에 무너져 내린다면 트럼프 입장에서는 최고의 한 수다. 트위터를 통해서 트럼프가 무모하고 공격적인 언행을 지속하는 것도 이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 만약 트럼프가 블러핑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을 취한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트럼프가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조치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재무부장관이 4월 의회에 환율보고서를 제출할 때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특정 국가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은 1986년 미 의회가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다. 두 번째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미국 법률은 대통령이 교역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위안화가 절상될까. 그리고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줄어들까. 일본의 경우를 보면 단언할 수는 없다. 지난 1960년대 일본 경제가 고속 성장을 지속하면서 70년대 초에는 미국의 수입품 중 일본 제품 비중이 15%까지 증가했다. 엔화도 절상되기 시작해서 85년 무렵까지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350엔에서 250엔까지 평가절상됐다. 하지만, 일본의 대미 수출은 늘어만 갔고 일본 제품의 비중도 약 20%까지 높아졌다. 당시 미국의 무역적자 중 대일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었다.

결국 미국은 85년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는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달러·엔 환율이 달러당 250엔에서 100엔대까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과정에서도 일본기업들은 상당기간 경쟁력을 유지했다. 일본 제품의 경쟁력은 노동생산성 대비 임금 수준이 크게 상승하고 나서야 하락했다. 80년대 말, 일본 제조업체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이 15달러까지 상승하면서 미국 제조업체와 동일한 수준에 이르렀다. 곧이어 일본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하자 아시아 4마리 용(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이 뒤를 이었고, 21세기 들어서는 중국으로 바통이 넘어왔다.

현재, 애플의 협력업체 중 90% 이상이 중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중국 노동자의 임금이 크게 상승했지만, 여전히 미국 노동자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인도 등 신흥국들의 임금 수준은 더 낮지만, 이들 국가는 중국처럼 완성된 산업클러스터, 사회간접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임금 수준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지만, 노동생산성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특히 노동인구의 교육 수준이 대폭 개선되고 있다. 2000년 중국의 전문대 이상 학력을 가진 인구는 전체 인구 중 3.6%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약 12%까지 상승했다. 게다가 해마다 700만 명 이상의 대학 졸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노동생산성의 상승폭이 임금 상승폭을 초과하는 한 중국 제품의 경쟁력은 지속할 여지가 크다.

만약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불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글로벌 경제는 고도의 국제분업구조가 형성되어있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영향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100달러 제품 중 약 40달러의 부가가치는 다른 국가에서 더해진다. 이 제품에는 한국기업, 일본기업, 유럽기업들이 생산한 부품이 포함돼 있고, 중국이 대표로 미국에 수출을 하는 셈이다. 만약 미·중간 무역전쟁이 발생한다면 중국기업뿐 아니라, 한국·일본기업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게 된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중국이 저렴한 자국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면서 미국 실제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만약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 가계의 생활비를 올리는 결과를 낳게 되고 트럼프 지지층인 블루칼라를 포함한 저소득층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무역전쟁 발발시 중국의 대응방안은

그럼에도 무역전쟁이 발발한다면 중국이 어떤 대응을 하게 될까. 우선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0)에 미국을 제소할 수 있다. 하지만, WTO 제소에서 최종 판결까지는 2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중국이 받게 될 영향은 막대하다. 두 번째로는 중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G2 무역전쟁이 확대되고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역전쟁이 발생할 경우, 중국도 똑같은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중국이 더 불리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2016년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4234억 달러)이 미국의 대중 수출(1041억 달러)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중국이 유리한 점은 한 가지다. 미국 정부보다 중국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압력이 크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면 미국 정부는 무역전쟁을 무한정 지속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대의(정치적인 이익)을 위해서 자국 기업들에 소의(경제적인 이익)을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는 등 글로벌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이 더 우위에 설 수 있고 정치적으로는 중국이 더 유리하지만, 누구도 섣불리 승패를 점칠 수 없다. 특히 한국 경제는 중국과 높은 분업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향후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과 중국의 대응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71호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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