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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컨셉의 법칙(2)] 당신 회사의 상품·서비스를 한 줄로 정의하면? 

 

김철수 SK플래닛 매니저 myconceptone@gmail.com
남과 다른 확실한 컨셉 있어야... 독창성·단순성·가치성 담아내야

▎2001년 출시된 아이팟의 컨셉은 ‘1000곡의 음악을 당신의 주머니에(1000 songs in your pocket)’였다. 사람들은 기술이 아니라, 아이팟이 가져다줄 삶의 즐거운 변화라는 가치에 열광했다.
필자는 지난 호(1370호)에서 개인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방법으로써 ‘한 줄 컨셉’의 자기 정의법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한 줄 컨셉의 공식은 단지 개인의 자기계발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기업의 혁신 활동과 상품 기획의 과정에서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개인과 기업의 혁신 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아무리 큰 조직일지라도 결국 혁신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당연한 것일 테다. 혁신의 방향은 늘 미래를 향해 있다. 지금 당장의 매출 증대나 기능적 향상의 수준을 넘어 미래 시점의 강한 시장 지배력, 즉 타겟 시장에서의 리딩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상품 기획자나 의사결정자 그리고 혁신적인 상품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자신이 관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 줄로 정의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오늘날 우리는 상품과 정보의 쓰나미 속에서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은 소비자들을 사로 잡기 위해 TV광고나 현장 프로모션에 사활을 건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별차이를 못 느낄 때가 많다. 안타깝게도 수많은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 간다. 시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선택 받는 소수는 무엇이 다를까. 필자는 그 차이를 가르는 첫 번째 요소가 바로 ‘한 줄 컨셉’이라고 주장한다. 비즈니스 활동에서 컨셉은 상품의 전략과 마케팅, 디자인, 세일즈,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중심을 잡아 주는 구심점이자 서로를 강하게 연결하는 꿰미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컨셉(Concept)은 제품이나 예술 작품, 공연 등에서 밖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기획자의 의도나 생각을 말한다. 컨셉(Concept)의 어원은 라틴어 ‘Conceptus’로 ‘Con(함께)’과 ‘Cept(취하다)’가 합쳐진 단어다. 즉 ‘함께 취하여 하나의 핵심으로 엮은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마치 구슬을 실로 꿰어 엮듯이 말이다. 사람들이 그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을 쉽게 파악하고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소구 포인트인 셈이다. 이러한 상품의 컨셉이 담아내야 하는 속성 3가지를 살펴보자.

독창성(Unique): 컨셉은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상품과 확연히 구별되는 차별화 요소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다른 경쟁자가 이미 제공하는 핵심 기능이나 서비스를 그대로 따라 한다면 창의적인 컨셉이 아니라 단순한 미투(me too) 제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현업에서 서비스 컨셉을 디자인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늘 유사한 컨셉을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쟁 분석이나 선행 상품 조사를 하더라도 세상 어딘가에 유사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비즈니스 컨셉의 독창성은 우리 삶의 보편성 위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유사함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단 하나의 명확한 차이점을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에서 그것을 남보다 빨리 만들어 내면 된다. “진정한 발견 행위는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다”라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독창적인 컨셉을 만들어 내기 위해 우리는 기존의 고정관념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혀 새로운 눈으로 기존 상품을 재정의 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기존의 공급자에 의해 익숙해진 상품의 정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이끄는 관점 공식을 정리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드라마는 72분이 아니라 72초다”(72초 TV), “모바일 SNS는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제거하는 것이다”(스냅챗), “감자칩은 짠맛이 아니라 단맛이다”(해태 허니버터칩).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변화와 혁신의 대상은 기존의 고착화된 정의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정의로 규정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독창적 정의는 고객의 숨은 욕구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기존의 익숙함을 거부할 수 있는 담대한 용기와 확장적 사고 훈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단순성(Simple): 제품이나 서비스 컨셉은 무조건 단순해야 한다. 많은 상품이 핵심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가지 부가기능을 담고 있다. 컨셉을 만드는 과정은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의 결합과 해체 과정 속에서 만들어 지기 때문에 점점 복잡한 모습을 띠게 된다. 또한, 컨셉의 구체화 과정에서 맞이할 현실적인 질문과 도전에 대비하기 위해 이것 저것 군더더기를 붙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어찌 보면 단순함에 대한 언어적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단순하다’라는 말은 여러 가지 현실을 감안하지 못하고 준비성이 부족하다는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기획자나 의사결정자들은 점점 더 많은 심리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라고 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처럼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복잡하게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올인원(all in one) 보다 단순하더라도 확실한 하나를 선택한다. 그것은 제품이든 서비스든 모두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골라야 할 선택지가 너무나 많고 선택을 위해 고민하기에 현대인들은 너무나 바쁘다. 따라서 옵션은 줄여야 하고 선택에 대한 확신은 높여 주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컨셉이 하나의 명확한 키워드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가치성(Valuable): 컨셉은 상품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명확한 고객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그것을 사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업적 타당성이나 기술적 우월성은 그 다음 문제다. 그런데 비즈니스 현실에서는 순서가 바뀐 경우도 많다. 비즈니스적 이해관계나 기술적 우월함만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경우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게 마련이다. 이 경우 기획자나 기술자들은 “아니, 이렇게 훌룡한 기술이 적용된 상품이 왜 안 팔리지? 기술을 좀 더 보완하고 제대로 홍보해야겠네” 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소비자는 뛰어난 기술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면 그뿐인 것이다. ‘1000곡의 음악을 당신의 주머니에(1000 songs in your pocket)’ 라는 컨셉의 아이팟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기술이 아니라 그것이 나의 삶에 가져다 줄 즐거운 변화에 열광했다. 컨셉의 가치성은 고객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회사에는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를 포함한다. 매출 증대 같은 경제적 가치 외에도 시장 선도적 기업 이미지 같은 간접적 기대 가치까지 고려할 수 있다.

세상에는 한 줄로 정의되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수도 없이 많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제품과 서비스, 과연 명확한 한 줄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줄이고 제거하여 꼭 필요한 하나의 핵심만 남을 때 오히려 그 상품은 탁월해 질 수 있다. 2017년에는 고객의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되어 구매의 순간 선택받을 수 있는 한 줄 컨셉을 만들어 보자.

김철수 - SK플래닛 매니저다. 시카고 IIT 디자인대학원(IIT Institute of Design)에서 혁신디자인 방법론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SK텔레콤과 SK플래닛에서 인간 중심의 혁신 방법론(HCI)으로 고객 인사이트와 상품 컨셉을 제안하는 컨설팅 업무를 수행해왔다. 저서로 [당신의 한 줄은 무엇입니까]와 [인사이트, 통찰의 힘]이 있다.

1371호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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