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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골프용품 트렌드] 드라이버 더 가볍게, 아이언 더 얇게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편집장
골프용품 시장 부진 속 신제품 출시 저조... 골퍼 스타일 맞춤형 퍼터 주목

추운 날씨가 서서히 풀리면 골퍼의 마음도 봄 라운드를 시작한다. 겨우내 묵혀 두었던 클럽 세트를 찾아 먼지를 털거나 연습장으로 향하거나 새로운 장비를 찾아 인터넷을 살펴 보기도 한다. 하지만 로드샵 매장에 가든 홈쇼핑을 하든 올해의 용품 트렌드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순서이지 싶다.

지난해 8월 나이키골프의 클럽 사업 철수의 여파로 올해 골프용품 신제품 시장은 맥이 빠졌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제품은 꾸준히 나오지만, 중소 용품 제조사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중소 브랜드가 야심차게 특색 있는 제품을 출시하면 기존 브랜드들이 분발해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내놓던 팽팽한 선순환의 고리가 끊긴 느낌이다.

히트 웨지를 내던 클리브랜드가 스릭슨에 인수되고 나서는 웨지 신제품 출시 주기가 2년으로 길어졌다. 신규 웨지 모델은 볼 만한 게 없다. 또한 타이트라이즈로 히트를 친 하이브리드 클럽의 강자 아담스가 2012년 테일러메이드에 인수된 이래 신통방통한 클럽이 자취를 감췄다. 아담스의 기술에 테일러메이드 로고를 입힌 모델이 나오지만 예전의 ‘고구마’ 시절이 아쉽다. 출시되는 신제품도 드라이버와 아이언에만 집중되는 추세다.

드라이버는 신제품의 출시 열기가 여전히 강렬하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서 최근 출시한 드라이버 비거리를 조사한 결과가 이를 설명해준다. 아마추어들 가운데 티샷에서 드라이버를 잡는 하이 핸디캡 골퍼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이는 드라이버가 보다 치기 쉬워진 클럽이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드라이버는 편의성 강화와 탄소 중합체

드라이버의 ‘조정가능성(Adjustable)’ 기능이 편의성을 더 높였다. 용품 관련 리서치 업체인 미국의 골프데이터테크 조사에 따르면 라이나 로프트 각도를 쉽게 조정하는 드라이버 기능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 4년 전 65%에서 지난해 말엔 81%로 나타났다. 물론 아직도 미국 골퍼 중 5%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답한다.

상급자 골퍼들의 충성도가 높은 타이틀리스트는 지난해 10월 말 새로운 드라이버와 우드 917시리즈 D2, D3를 냈다. 이전의 915시리즈에서 아쉬웠던 조정가능성이 대폭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917시리즈에 처음 적용된 ‘슈어핏 CG(무게중심) 무게추 시스템’은 골퍼가 원하는 구질과 무게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솔 하단을 가로지른 홈 안으로 상황에 맞는 원통형 무게추를 넣으면 각각 무게 밸런스에 따라 헤드의 무게중심을 토우, 중앙, 힐로 옮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샷 구질을 페이드에서 중립, 드로우로 조정 가능하다. 무게추 종류도 8, 10, 12, 14, 16g까지 5가지로 나뉜다. 페어웨이우드도 10~18g의 5가지 옵션이 있다. 무게추의 교체만으로도 골퍼가 원하는 샷 구질뿐만 아니라 헤드의 무게까지 정교하게 피팅할 수 있어 최적의 스핀과 런치앵글(타출각)을 만들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슈어핏 시스템과 함께 기존 타이틀리스트에서 가능했던 호젤 시스템을 활용하면 더 다양한 스펙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젝시오가 출시한 프라임로얄 에디션은 윙컵페이스(Wing Cup Face)와 크라운의 중량 배치를 더 가볍게 하고 무게 중심을 아래로 내렸다. 이는 관용성을 높임과 동시에 발사각을 안정적으로 높여준다. 또한 샤프트 길이를 122㎝로 늘리면서 가볍게 조정한 결과 기존 젝시오 모델과 비교한 결과 4.1m의 비거리 증대 효과를 얻었다.

‘비거리 증가’라는 골퍼의 열망에 캘러웨이는 탄성이란 답을 제시한다. ‘감옥깨기(Jail Break)’기술을 내건 GBB 에픽과 서브제로 신모델은 크라운과 솔을 연결한 두 개의 티타늄 기둥을 페이스 뒤에 세웠다. 그로 인해 임팩트 시 헤드의 찌그러짐이 줄어드는 대신 강한 반발력으로 공을 튕겨낸다는 게 감옥깨기의 개념이다.

이처럼 기둥 두 개의 무게를 뽑아낼 수 있었던 건 이전 제품보다 20% 얇아지고 탄성이 커진 페이스 덕분이다. 캘러웨이는 탄소(카본) 중합체 패널을 크라운 뿐만 아니라 솔까지 적용해 무게를 더 줄일 수 있었다. 에픽은 밀어서 옮길 수 있는 웨이트(무게추)를 뒤쪽에 배치해서 슬라이스와 훅을 잡았고, 서브 제로는 웨이트 두 개로 볼의 스핀을 최적화해준다.

조정가능성 분야에서 가장 앞선 테일러메이드의 M1 2017년형 모델을 보면 두 개의 웨이트로 샷의 높낮이와 좌우를 조정할 수 있는 T자형 트랙은 지난해 모델과 동일하다. 하지만 바디에 더 가벼운 티타늄 합금을 사용하고 솔의 절반과 크라운의 상당 부분에 무게를 줄여주는 카본 중합체를 사용했다. 낮고 깊숙한 지점에 더 많은 무게를 배치해서 빗맞은 샷도 비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중앙의 트랙은 거의 1.27㎝ 더 늘어났고 웨이트는 더 무거워졌다. 그 결과 작년보다 헤드는 132% 커졌고, 조정가능한 스펙의 종류는 최대 5800가지로 늘어났다.

이처럼 올해는 탄소 중합체가 올해 신제품들의 무게 배분의 비결이다. 코브라푸마의 킹코브라 역시 가벼운 카본 중합체 크라운을 쓰면서 12g의 텅스텐을 솔 깊은 곳에 배치할 수 있었다.

우드는 보완재, 하이브리드는 대체재

드라이버와 아이언 사이에 낀 페어웨이우드와 하이브리드의 독자적인 시장 입지는 점점 좁아진다. 페어웨이우드는 드라이버의 보완재고, 하이브리드는 롱아이언의 대체재이기 때문이다. 드라이버를 잡기에는 거리가 애매하거나 페어웨이가 좁아서 안정적으로 가운데를 보내야겠다면 우드를 선택하도록 마케팅 프레임이 짜였다. 드라이버 브랜드에서 ‘미니 드라이버’처럼 3, 4번 우드를 함께 출시한다.

아마추어 골퍼의 3번 우드 평균 비거리는 171m 내외이니 드라이버의 ‘보완재’다. 그래서 페어웨이우드는 드라이버와 비슷한 선호도를 가진다. 이미 제품도 세트로 나오고 있다. 중소 용품사가 사라지듯 페어웨이우드만 별도로 구매하는 경우가 줄었다.

하이브리드는 롱아이언의 자리를 꿰찼다. 따라서 이 클럽은 롱게임의 거리와 실수 완화성의 틈을 공략한다. 독자적인 단품의 성격을 띠지만 다른 아이언들과 어울리는지가 문제다. 아담스골프처럼 하이브리드에 특화된 브랜드가 사라지면서 기존의 아이언 브랜드가 하이브리드 시장까지 흡수했다. 타이틀리스트는 두 개의 하이브리드로 이 시장에 나름 현명한 대안을 제시한다. 조정가능한 호젤을 장착한 두 가지 모델을 낸 것이다. H1은 하이브리드를 페어웨이우드처럼 스윙하는 골퍼용, H2는 아이언처럼 스윙하는 골퍼용 제품이라는 것이다.

아이언 페이스를 얇게 만드는 기술


이제는 아이언도 피팅을 통해 구매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골프데이터테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75%의 골퍼가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아이언도 피팅을 한다고 응답했다.

기술적으로 보면 올해 브랜드들이 중시하는 아이언의 공통점은 얇은 페이스다. 핑골프의 i200은 날렵한 디자인에 관용성을 높인 제품이다. 훈남 골퍼 송영한이 쓰는 모델로 경량 스틸 헤드에 밀링 처리된 캐비티 디자인으로 타구감은 물론 빗맞은 볼의 방향도 보정해 준다. 호젤에서 페이스로의 부드러운 연결성 등 전체적 디자인이 더 세련된 느낌이다. 페이스 뒷면에는 머슬 스테빌라이징 바를 심었다. 페이스는 얇은데 반해 무게 중심은 아래에 있어 임팩트 때 진동을 바가 흡수해준다. 이는 곧 부드러운 타구감으로 이어진다. 이 아이언은 이전 모델보다 비거리가 4.5m 길어진 효과가 있다.

‘아이언의 명가’로 불리는 미즈노는 전통적으로 필링을 중시하지만 올해 출시한 JPX 900은 스틸 합금의 일체 성형 주조 공법으로 미즈노 아이언 역사상 2mm의 가장 얇은 페이스를 만들어냈다. 지난 출시된 젝시오의 포지드 아이언도 페이스의 씬 에리어(Thin Area)를 기존의 제품보다 20%나 확장해서 반발력을 높였다. 솔에는 텅스텐 니켈 웨이트를 넣어 무게중심을 역대 최대로 낮춰 볼을 잘 띄워주는 효과를 거뒀다.

캘러웨이는 효과가 입증된 히트상품 스틸헤드의 신모델로 랩어라운드 컵페이스를 내놨다. 그 결과 필요한 곳에 파워를 실어주는 클럽이 탄생했다. 롱과 미들아이언은 무게중심을 낮은 곳에 깊숙이 배치하면서 빗맞는 샷의 성능까지 개선했다. 탱탱한 페이스는 공인 클럽의 한계치에 가까운 스프링효과로 터보 추진체 역할을 한다.

코브라는 ‘필드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브라이언 드샴보의 아이디어를 채용한 클럽을 냈다. 모든 클럽 길이를 7번 아이언으로 통일한 원랭스(One Length) 킹F7 세트를 킹F7과 함께 출시한 점은 참신한 시도다.

퍼터에서의 새로운 시도


퍼터에서는 획기적인 기술 변화가 없다. 다만 핑골프에서 시그마G 퍼터 시리즈를 출시한 점이 주목된다. 원래 창업자 카스텐 솔하임이 퍼터 개발에서 출발해 핑앤서에서 정점을 찍으며 사세를 키웠다. 또한 용품사 중에서는 가장 먼저 피팅 시장에 눈을 돌렸다.

핑골프가 올해부터는 퍼터 모델까지 골퍼의 퍼팅 스타일에 따른 제품군으로 나누는 경지에 이르렀다. 당기는 스타일, 미는 스타일 골퍼에 따라 말렛과 블레이드 중에서 총 16가지의 모델을 선택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도록 한 것이다. 당기는 스트로크 구질일 경우에는 빨간색 스트롱 아크 타입이 좋고, 밀리는 구질이면 파란색 스트레이트 아크 타입, 중간일 경우에는 초록색 슬라이트 아크를 추천한다. 모델별 헤드의 무게 중심이 다르게 배분되어 구질 개선에 도움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밖에 퍼터 부문에서는 지명도가 높은 스코티카메론의 올해 제품엔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나이키와 계약했던 골퍼들이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귀환하듯 스코티카메론으로 돌아오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확실히 퍼터는 감이 중요하다. 인지도 높은 인기 브랜드가 주는 위력은 아직 강력하다.

1374호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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