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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직장인 적응장애 극복] 판단을 멈춰라, 석 달만 버티자, 무리하지 말라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적응장애는 성과주의가 낳은 현대인의 병... 낙천적 마음으로 해결에 집중해야

그는 입사한 지 20년 된 차장으로 퇴직까지는 10년이 남았다. 출판 업무를 위한 전문직으로 채용됐기 때문에 그간 같은 업무만 해 왔다. 그런데 작년 말 출판 업무의 아웃소싱이 결정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부서를 옮기게 되었다. 완전히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그래도 회사에서 보낸 시간이 20년이니 조금만 노력하면 적응할 수 있겠지 생각하며 마음을 다졌다.

직급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팀의 가장 선배이므로 그는 후배들을 도와주며 이끌어 가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여기저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새로 맡은 일은 정말 흥미도 없고 적성에 안 맞는다. 그러다 보니 실수도 잦다. 하루하루가 정말 당황스럽다.

그러나 어찌하랴. 업무 역량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따라서 다른 측면으로 팀에 기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다들 퇴근한 이후에 회사를 나선다. 종종 자비로 빵·음료 등 간식거리를 챙기고, 유머도 준비한다. 짐 옮기는 일이나 이웃돕기 행사 등 자질구레한 일에 솔선해 참여한다. 그래도 맘은 항상 불편하다.

그렇게 두 달을 지내보니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밤에는 잠을 못 이루고 낮에는 두통에 시달리며, 조금만 먹어도 더부룩하다. 점점 체력이 떨어지고 피로를 자주 느끼고, 매사 의욕이 없어진다. 그는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하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에 빠져있다.

우울·불안·불면·두통 증상 나타나

적응장애는 환경변화에 대해 부적응 반응을 보이는 상태다. 우울· 불안·공황 등의 정신증상과 불면·두통·소화불량 등의 신체증상이 동반된다. 증상은 충격 후 3개월 내에 나타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6개월 내에 좋아진다. 취업·결혼·이직·이별 등이 흔한 원인이고, 직장에선 이직·승진·부서 이동 등이 주된 이유다. 충격의 강도에 비해 지나치게 적응을 못 하는데,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이다. 정신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10~30%를 차지한다.

적응은 현대인의 숙명이다. 우리는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인공지능으로 향후 5년 안에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이제 세계화에서 로봇화로 진행되고 있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이 나를 바꾼다. 우리는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적응은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지구상 수많은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했다. 끝까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이 아니고, 변화에 적응한 종이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이 나를 버린다.”

적응장애는 현대인의 병이다. 우리는 경쟁 사회를 살고 있다. 세상은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하기를 원한다. 빠른 적응은 중요한 능력이다. 우리는 성과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 회사는 ‘더 많이, 더 열심히, 더 완벽하게’ 해주기를 원한다. 완벽한 적응은 중요한 실력이다. 적응장애는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능력에 대한 과신, 과도한 책임감, 철저한 완벽주의가 함정이다. 적응장애는 이 시대의 고유한 병이다.

우리는 ‘피로 사회’를 살고 있다. 과거는 규율과 억압이 강조되고, ‘하지 말라’로 이루어진 부정사회였다. 현재는 자율과 성과가 강조되고, ‘할 수 있다’가 최상의 가치인 긍정사회다. 긍정사회의 유일한 규율은 성공이다. 성공을 위해 ‘내가 바로 나의 경영자’라는 긍정성이 강조된다. 성과 지상주의가 자신을 채찍질한다. 긍정성의 과잉은 탈진과 소진으로 이어진다. 규율사회는 정신병과 범죄자를 낳고, 성과사회는 신경쇠약과 낙오자를 양산한다.

부적응 직장인을 위한 3가지 처방

적응을 쉽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긍정적이다. 마음을 밝게 먹으면 밝은 세상이 열린다. 매사 낙천적이다. 미래를 열어 놓고, 문제보다는 해결에 집중한다. 접근 동기로 살아간다. 좋은 걸 얻으려고 뭔가를 한다. 실패를 통해 성공을 만든다. 적응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부정적이다. 마음을 어둡게 먹으면 어두운 세상이 열린다. 매사 비관적이다. 과거에 매달리고, 해결보다는 문제에 집착한다. 회피 동기로 살아간다. 나쁜 걸 피하려고 뭔가를 한다. 실패해선 안되는 일은 안 한다. 자, 그에게로 돌아가자. 그를 위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판단을 중지하자. 능력이 없다고 하지 말자. 처음 해보는 일이다. 업무가 달라지면 누구나 힘든 법이다. 힘들 땐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쉽다. 관계가 어렵다고 하지 말자. 사람 하나만 바뀌어도 역학 구도가 달라진다. 어려울 땐 섣부른 판단을 하기 쉽다. 흥미가 없다고 하지 말자. 처음 닥치는 일이다. 계속 하다 보면 재미를 붙일 수도 있다. 의욕이 없을 땐 잘못된 결정을 하기 쉽다. 중용에 이런 말이 있다. “먼 곳에 가려면 가까운 데서 시작하고,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데서 출발해야 한다.”

둘째, 석 달만 버티자. 3의 법칙을 기억하자. 3주면 습관이 들어서고, 3달이면 습관이 굳어진다. 3달 정도 헤매는 건 정상이고, 3달이 지나면 모든 게 달라진다. 숫자를 세자. 90일을 하루씩 줄여나가자. 시간은 상대적이다. 빨리 가기를 원하면 천천히 가고, 천천히 가기를 원하면 빨리 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루하루 배우자. 묻고 또 묻고, 따라 하고 익히자. 교육 프로그램에도 등록하고, 동호회에도 가입하자. 기존 것을 존중하며 천천히 다가가자. 이런 말이 있다.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는 중에 깨닫게 된다.”

셋째, 무리하지 말자. 빨리 하려고 하지 말자. 아무도 안 알아준다. 생활리듬을 깨는 것은 역효과를 가져온다. 힘을 다 쓰면 건강을 해치고, 몸이 약해져서 일을 못하게 된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자. 일만 더 맡게 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불가능하다. 70% 정도만 해 내자. 여유를 가지면 마음이 편해져 일이 더 쉬워진다.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자. 헛고생만 한다. 열심히보다 제대로 해야 하고, 제대로보다 올바로 해야 한다. 올바로 하는 것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것이다. 도덕경엔 “힘을 다해 무거운 것을 들면 결국 쓸모가 없게 된다”는 말이 있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374호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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