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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포퓰리즘 시험대에 선 네덜란드] 反이민·反이슬람 외치는 빌더르스(자유당 당수) 총리 1순위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3월 15일 네덜란드 총선에 전세계 이목 쏠려 … 극우 자유당 집권하면 연정 구성 난항 겪을 듯

▎3월 15일 열리는 네덜란드 선거에서 제1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극우정당 자유당의 당수 헤이르트 빌더르스.
3월15일 열리는 네덜란드 총선은 여러모로 전 세계의 관심을 끈다. 첫째, 지난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통과와 11월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선 등 한바탕 포퓰리즘의 홍역을 치른 뒤 올해 들어 처음 열리는 주요 서구국가의 선거이기 때문이다. 둘째,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에 이어 올해는 네덜란드에서 넥시트(Nexit·네덜란드의 EU 탈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서구에서 본격적인 포퓰리즘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실험대가 될 수 있다. 기성 정치 세력이 얼마나 무너지느냐도 관심 대상이다. 지난해 영국과 미국의 선거는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유권자의 염증을 드러낸다는 분석도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당 150석 중 31~37석 차지할 전망


▎1월 21일 독일 코블렌츠에서 열린 유럽 극우 정당 대표 회의에 참석한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오른쪽 세 번째)와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왼쪽 세 번째).
네덜란드에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제1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정당은 반이민 정서의 극우정당인 자유당(PVV)이다. 막말로 유명한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은 하원 150석 중 31~37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 극우정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별다른 힘을 얻지 못했다. 자유당은 2010년 24석을 차지하며 제3당이 됐지만 2012년 선거에선 15석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트럼프 당선 이후 새롭게 힘을 받고 있다.

마크 뤼터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자유민주국민당(VVD)은 지난 2012년 총선에서 41석을 차지하며 대승을 거두면서 집권당이 됐지만 이번 선거에선 23석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정 파트너인 중도 좌파 노동당(PvdA)은 의석이 반토막 나 10석 정도를 차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성 정당의 퇴조와 극우의 부상이라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극우 자유당의 빌더르스 대표는 반이슬람주의·반이민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네덜란드 내의 모든 모스크(이슬람사원)의 폐쇄와 코란(이슬람경전) 판매 금지, 국경 봉쇄 등을 공약했다. 빌더르스는 ‘이민공황증’을 부추긴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민자를 ‘쓰레기’라고 비난할 정도다. 그는 반이슬람주의로 좌충우돌해왔다. “이슬람 이민자들이 네덜란드 문화를 파괴하고 자유를 끝낼 것”이라고 주장해온 그는 2008년 이슬람이 테러를 조장한다는 주장을 담은 17분짜리 반이슬람 영화 ‘피트나’를 만든 뒤 영국 입국이 거부되기도 했다. 이 영화 제작 때문에 증오범죄 혐의로 법정에 섰다. 증오·인종차별 발언으로 여러 차례 소송을 당했다. 트럼프의 대선 유세 기간 중 지지를 위해 미국을 방문해 “유럽은 매일 지하드의 테러공격이 일어나고 있다”며 “더 많은 이슬람교도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지난 2월 유세 초반 “네덜란드 거리에서 모로코인 쓰레기를 치우겠다”는 인종차별적인 막말로 물의를 일으켰다. 네덜란드에 있는 유럽 최대 무역항 로테르담의 시장인 중도 좌파 사회당 소속 정치인 아메드 아부탈레브가 15세 때 모로코에서 네덜란드로 이민온 인물임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아부탈레브는 네덜란드에서 주요 도시의 시장에 오른 이민자 1호이자 무슬림 1호다. 따라서 아부탈레브는 네덜란드에서 다문화주의, 이민자, 무슬림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네덜란드의 관용과 개방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인물이기도 하다. 빌더르스는 이런 인물을 대놓고 쓰레기로 몰아 일부 유권자의 반이민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빌더르스는 이런 식으로 막말과 증오의 정치를 지향해왔다. 그는 “네덜란드 국민의 절반은 나를 사랑하고 절반은 증오한다. 그 중간은 없다”는 말로 자신이 증오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1963년생인 빌더르스는 중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스라엘에서 2년간 협동농장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반 이슬람 성향을 띠게 됐다. 1998년 중도 우파 자유민주국민당(VVD) 소속 국회위원에 당선해 반이슬람주의 정치인으로 악명을 떨쳤다. 자유민주국민당이 이슬람국가인 터키의 EU 가입을 지지하자 탈당하고 2006년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인 자유당(PVV)을 설립했다. 그의 선거공약은 반이슬람에 반EU를 뒤섞은 형태다.

빌더르스는 대표적인 유럽회의주의자다. EU의 구성과 운영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탈퇴를 공공연하게 외쳐왔다. 빌더르스는 이미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넥시트 여부를 붇는 국민투표 추진 법안을 발의했다가 하원에서 부결 당했다. 그는 이번 총선이 끝나면 넥시트 국민투표를 할 두 번째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가 집권하면 네덜란드도 영국처럼 E U탈퇴를 위한 국민투표를 치르며 나라가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줘 EU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국내외 난민이나 이민자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정책은 연정 파트너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변경되거나 순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빌더르스는 타협의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반기성세대 정서를 강조해온 그가 기존 정당과 협상하고 타협해 연정 구성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그는 선구 유세를 하면서 금발의 하얀 피부를 가진 헹크와 잉그리드라는 남녀 캐릭터를 전형적인 네덜란드인으로 내세워 왔다. 이런 백인들이 네덜란드 사회의 근간을 이룬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일년에 한 차례씩 휴가를 즐기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 남녀를 뜻하는 ‘미스터와 미시즈 평균’이라는 주장이다. 과거 빌더르스의 멘토였던 프리츠 볼케슈타인이라는 인물은 “그들은 실업자이고 그들의 딸은 마약을 하고 그들의 아들은 가출을 했다”는 말로 네덜란드 사회의 원주민인 백인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학력일수록 극우정당 지지

그렇다면 왜 네덜란드에서 극우정당이 득세하고 있을까. 단순히 영국와 미국의 영향이라고만 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학자들은 유럽 극우정당의 득세 이유를 흔히 난민과 이민에서 찾아왔다. 극우정당이 가장 선전에 열을 올리는 것이 바로 난민과 이민 문제이기 때문이다. 극우 정치인들은 몰려드는 난민과 이민이 원주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복지 혜택을 도둑질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는 난민이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이민자들이 두뇌층을 형성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만 이들은 이런 진실을 애써 외면한다. 극우정치인들은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득표를 하려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렇다면 과연 유권자들은 극우 정치인들의 의도대로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분노와 증오 때문에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현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다양한 정책과 관련해 기성 정당과 정치 세력의 정책이 국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극우정당을 지지한다는 분석이다. 유권자들은 극우정당이 외치고 있는 반이슬람·반이민 정책이 마음에 들어서 그들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금껏 정권을 잡아보지 못했다는 신선함과 함게 기존 정당과 다른 정책에 눈길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조사 결과 이민에 대한 반응은 농촌 지역과 도시 지역이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지역에서는 이민자의 비율이 많을 수록 자유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으나 도시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자유당은 전통적으로 노동자 계층이 많은 로테르담 같은 도시에서 든든한 지지기반을 보유하고 있지만 똑같이 노동자 계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암스테르담에서는 그리 지지율이 높지 않다. 거대한 이민자 집단이 거주하기는 두 도시가 마찬가지인데도 극우정당 지지 정도는 달랐다.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경우 이민자가 적을수록 EU 탈퇴를 더 선호했다.

FT는 중요한 변수가 교육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자유당 지지는 교육 수준에서 갈라졌다. 학위 없이 교육을 마쳤거나 실업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자유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다. 대학교육을 마친 사람은 자유당의 포퓰리즘적인 어젠더에 낮은 선호도를 나타냈다. 저학력자들은 자유당이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글로벌화와 이민자들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여기에 반대하는 빌데르스 대표가 극우 자유당을 창당했을 때부터 그를 지지해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빌데르스는 자신의 출신지이자 지역구인 림부르그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이민자와 저학력자가 많은 지역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어왔다.

유럽연합 탈퇴 도미노의 분수령 될 수도


▎네덜란드는 종교와 인종, 정치 이념에 따라 철저히 나뉘어져 융합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병존하는 사회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또한 미국 대선과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는 고령자일수록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다. 하지만 내덜란드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당은 연금 수령 연령을 내리겠다는 공약을 했음에도 65세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오히려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의 65세 이상 그룹은 자유당에 대한 지지 가능성이 가장 낮은 연령층으로 조사됐다. 대신 젊은 층에서 자유당 지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지지자들을 비롯한 유럽의 포퓰리즘 정당 지지자들과 다른 점이다. 투표 성향은 젊었을 때 결정되는데 유권자들의 메뉴판에 새로운 정당이 등장하면 젊은층이 가장 먼저 지지층을 형성한다는 설명이다.

네덜란드 총선의 셋째 관심사는 ‘자유당이 연정을 구성할 수 있느냐’이다. 네덜란드는 사실상 지역구 의원이 없고 전국적인 비례대표로 의원들을 뽑는다. 여론조사 비율이 거의 정확하게 의석 수로 반영돼 왔다. 네덜란드는 항상 연정을 해왔다. 네덜란드 사회 자체가 개신교도와 가톨릭신자사, 회주의자와 보수주의자, 자유주의자로 나뉘어져 서로 융합되지 않는 병립의 사회를 이뤄왔다. 이들은 집단에 따라 정당·신문·방송·대학·은행·유스클럽·스포츠클럽, 심지어 구호단체까지 서로 별도다. 노동조합과 경영자 단체까지 각기 존재할 정도다. 나치 점령기간 중 레지스탕스도 따로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국민이 서로 분열돼 있으니 과반수를 획득하는 거대 정당이 나타날 수가 없다. 네덜란드인들은 함께 나라를 유지하고 살기 위해 관용 원칙에 따라 종교와 이념, 종족 집단끼리 서로 분리해 따로 병존하면서 정부 차원에서만 접촉하는 묘한 전통이 있다. 하지만 서로 융합하지 않음을 탓하지 않고 서로 싸우지 않음을 자랑으로 삼는다. 이렇게 서로 인정하며 차이 속에 공존하기 위해선 사회적 관용과 정치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 협력이 바로 연립정부 구성이다. 네덜란드 역사에는 하나의 정당이 단독으로 정권을 차지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선 서로 협상과 타협을 통해 정책을 조율할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적은 의석으로 제1당이 되는 게 다반사다. 현 집권당인 자유민주국민당은 150석 중 41석만 차지하고도 총리를 배출했다. 문제는 자유당이 이번 선거에서 제1당이 돼도 연립정부를 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네덜란드 정당들은 연립정부를 구성할 때 협상을 통해 정책적인 타협을 하는데 지금까지 타협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유당의 반이민·반이슬람·반EU 정책에 합의해줄 정당은 없다. 뤼터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국민당은 기존 주요 정당 중 가장 우파에 해당하지만 자유당과는 연립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소정당들이 별도로 연합해 자유당을 배제한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 선거법은 굳이 제1당이 연정을 주도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정당기리든 연립해서 전체의석의 50% 이상만 얻으면 되기 때문이다. 총리 선출도 마찬가지다. 최다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총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정을 구성한 정당 중에서 최다 의석을 가진 쪽에서 총리를 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유당이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유권자도 생기고 있다.

1980년 이후 네덜란드 의회는 자유민주국민당·노동당·사회당 등 3개의 주요 정당이 이끌어왔다. 1986년 3대 주요 정당이 전체 의석의 89%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 비율은 2012년 총선 이후 60%로 떨어졌다. 이제 3월15일 선거를 치르고 나면 그 비율은 42%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기존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신생 군소장당이 난무하는 것도 네덜란드 정치의 새로운 특징이다. 이번 선거에는 모두 28개의 정당이 등장한다. 더욱 문제는 그 중 메이저 정당이 따로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네덜란드 선거는 철저한 파편화 경향을 보일 전망이다.

또 다른 주목거리는 부동층의 향배와 투표 참가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미국 대선에서는 이 부동층이 반기성정치인의 편에 섰다. 네덜란드의 경우를 보면 자유당은 지지자들이 실제로 투표하는 비율은 비교적 적어 실제 투표에서는 지지율보다 낮은 비율을 득표해 왔다. 다만, 중도연합, 좌우대연정, 비극우 연정 등 다양한 연정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총선 이후 연정 구성가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네덜란드는 1977년 연립까지 208일이 걸렸다. 2010년 벨기에가 이 기록을 깰 때까지 33년간 유럽 최장의 기록을 보유했다. 올해는 당시보다 연정을 이루는 것이 더욱 힘들 전망이다. 중도우파 자유민주국민당의 뤼테 총리는 극우 자유당과 연정을 이루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한 데 이어 좌파 사회당은 자유민주국민당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네덜란드처럼 의원내각제는 아니지만 5당 체제로 다당제 정치를 운영하는 한국이 앞으로 이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다.

1375호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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