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멤버십

Focus

[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2) | 스트롱홀드 테크놀로지] 커피 로스팅 시장의 상식을 깨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사물인터넷 접목해 누구가 쉽게 다루는 로스터기 개발 … 올해 시장 1위 목표

▎3월 6일 서울 독산동의 스트롱홀드 본사에서 만난 우종욱 대표가 8kg 대용량 로스터기 에스트리니타9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경록 기자
그는 여느 대학생처럼 유명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했다. 안정된 직장에서 근무하며 돈도 많이 벌고 싶었다. 2003년 대학교 3학년 때 인도로 해외 자원봉사를 다녀와서 그의 꿈은 바뀌었다.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는 것을 절감했다. 사회를 바꾸는 일을 하고 싶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은 창업이라고 여겼다. 창업 관련 스터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모임에서 한국의 커피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커피 생두를 볶아서 원두로 만드는 로스팅은 여전히 수동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모든 게 자동화되는 시대인데, 왜 로스터기는 수동이 전부일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커피 관련 분야에 있던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수동 로스터기를 대체하는 자동 로스터기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젊은이는 달랐다. 커피숍에 가서 커피 대신 주스를 마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커피에 대해 문외한이었기에 당연하게 여겨진 커피 시장의 흐름에 의문을 가질 수 있었다. 로스팅 시장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겁 없이’ 도전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출신의 이 청년은 ‘세계 첫 스마트 로스터기’를 세상에 선보였다. 스트롱홀드 테크놀로지(이하 스트롱홀드) 우종욱(37) 대표 이야기다.

커피 문외한의 겁 없는 도전

2010년 5월 창업한 커피 분야의 생초보는 지금 한국 커피시장의 질서를 바꿔나가고 있다. 그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훌륭한 로스팅 머신을 만드는 게 아니다”면서 “커피숍 운영자들이 직접 원두를 볶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롱홀드는 2010년 8월 에스트리니타라는 제품을 시작으로 2012년 ‘에스트리니타7(S7)’을, 2016년 8kg 용량의 로스터기 ‘에스트리니타9(S9)’를 잇따라 내놨다. 우 대표는 “지금까지 5개의 모델이 나왔고, 계속 업그레이드했다”면서 “스트롱홀드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제품이 에스트리니타7”이라고 말했다. S7은 유럽 창의력발명혁신 전시회(2012년 은상),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iF Design Award(2016) 등에서 디자인과 성능을 인정받았다. S7은 2015년부터 세계커피로스팅챔피언십(WCRC)의 예선전 공식 로스터기로 사용되고 있다.

제품 가격은 S7이 1100만원, S9이 5800만원이다. 기존 로스터에 비해 비싸지만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S7은 600여 대가, S9은 30여 대가 판매됐다. 우 대표는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국내외 로스터 브랜드가 15개 정도 있는데, 우리가 5위 정도”라며 “올해 1위를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S7의 경우 올해 12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처음 창업할 때 로스팅을 직접 하는 로스터리숍은 한국에 300~400여 곳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는 6000~7000여 곳으로 늘었다”며 “이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롱홀드 제품의 장점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초보자도 쉽게 로스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터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들어가면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기기에는 ‘프로그램 모드’ ‘수동 로스팅 모드’ ‘유저프로파일 모드’ 등 3가지 메뉴가 있다. 프로그램 모드는 쉽게 말해 기기에 저장돼 있는 각종 로스팅 프로파일을 이용해 자동으로 로스팅을 할 수 있는 메뉴다. 초보자도 로스팅을 직접 할 수 있는 것이다. 수동 모드는 직접 대류열과 복사열 비율 같은 열을 조절해 원하는 맛을 생산하는 메뉴다. 전문가용 메뉴인 셈이다. 유저프로파일 모드는 한번 로스팅한 값을 저장해 자동 재현하는 메뉴다. 초보자와 전문가가 모두 기기에 만족하는 이유다. 로스팅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는 계획이 있다. 로스팅 프로파일을 팔 수 있는 장터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전문가들이나 생두 판매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로스팅 프로파일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면서 “독특한 로스팅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 기기를 이용해 프랜차이즈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스팅 프로파일을 공유하면 같은 맛을 내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파이낸셜 프로그램까지 완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스트리니타의 또 다른 장점은 전기 로스터기라는 점이다. 커피 생두는 습도와 온도 같은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백 도가 넘는 온도로 생두를 볶아야 하는데, 이를 전기 로스터기로 대체하는 것은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우 대표는 “그동안 전기 로스터기를 이용한 자동 로스터기를 만드는 도전은 있었지만 다들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우 대표는 전기 로스터기도 가스 로스터기만큼 강력한 온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허로 등록된 ‘수직형 드럼’이 해결의 열쇠였다. 우 대표는 “우리도 처음에는 수평형 드럼을 사용했는데, 열효율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끝에 수직형 드럼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아이디어를 내놓은 이는 서울대 응용생물학과 출신의 이덕규 기술이사였다. 우 대표는 “나를 포함해 5명이 창업 멤버인데, 3명은 로스터기를 만드는 경력이 있었다”며 “이덕규 이사도 이 분야와 상관이 없었기에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올해 중국 시장 본격적으로 공략

스트롱홀드가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벤처캐피털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소프트뱅크벤처스·미래에셋벤처투자 등에서 50억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창업 이후 총 7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그는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수출이다. 첫 시장은 중국이다. 4~5년 전부터 도전을 시작했고, 지사도 벌써 만들었다. 그는 “우리 임직원 2명이 오래 전부터 나가서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며 “올해 세일즈와 마케팅을 강화해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명으로 시작했던 스트롱홀드의 직원 수는 60여 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새로운 사옥으로 이사하면서 회사 규모도 키웠다. 그는 “올해 목표는 매출 100억원”이라며 “지난해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인원을 많이 뽑았고, 이를 통해 고객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자신했다. 회사 이름인 스트롱홀드는 요새(要塞), 혹은 사상의 근거지를 의미한다. 제품명인 에스트리니타의 ‘에스’는 스마트의 ‘S’에서 따왔고, ‘트리니타’는 ‘3’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 대표는 “위에서 우리 제품을 보면 원통 3개가 보이는데, 여기에서 ‘3’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왔다”고 설명했다.

/images/sph164x220.jpg
1376호 (2017.03.2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