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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거래 종목 투자 주의보] 자본금 100억원 미만 중소형주 조심하라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자금 조달 필요한 한계 기업에서 주로 발생... 과장된 중국 관련 테마주 부정 거래 소지 많아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검찰 등에 통보한 불공정 거래 혐의 종목을 분석해 ‘불공정 거래 혐의 발생 가능성이 큰 기업’을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3월 초 발표했다. / 사진:중앙포토
A씨는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돈으로 통신장비 업체인 B사의 주식을 산 뒤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면세점 사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고, 언론을 통해 호재성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A씨는 동시에 시세 조종 전문가인 C씨와 공모해 매수 호가를 높게 부르고, 종가에 관여하는 등 주가를 400% 이상 끌어올렸다. 이런 다음 보유했던 주식을 비싼 가격에 팔아 100억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챙겼다. 그런데 결산 관련 감사 자료를 감사인에게 제출하지 않았다. 감사 범위 제한에 따라 감사인은 ‘의견 거절’의 감사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상장 폐지를 우려한 A씨는 미리 주식을 팔아 약 60억원의 손실을 회피했다.

경영권 변동 빈번한 주식 피해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지난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검찰 등에 통보한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 혐의 사례다. 시장 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공정 거래 혐의 통보 건수는 177건으로 2015년(130건)에 비해 36%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미공개 정보 이용이 88건으로 절반 가까이(49.7%) 차지했다. 시세 조종(57건), 부정 거래(22건), 보고 의무 위반(5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경영권 변동과 중국 관련 테마에 편승한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가 2015년보다 대폭 늘어났다. 미공개 정보 중 경영권 변동을 미리 알게 된 경우가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자금 조달과 사업 확대(19건), 실적 개선·악화(13건), 감사 의견 거절(7건), 횡령(2건), 회생절차 개시신청(2건) 등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 경영권 변동 등 호재성 정보를 활용한 경우도 48건이었지만 감사의견 거절과 실적 악화 등 악재성 정보를 이용한 경우도 29건에 달했다. 53개 회사는 과거에도 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었고, 16개 회사는 3회 이상 반복적으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불공정 거래 사례를 토대로 3월 초 ‘불공정 거래 혐의 발생 가능성이 큰 기업’을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첫째, 시세 조종은 자본금 100억원 미만으로 상장 주식 수가 적은 중소형주에서 많이 이뤄졌다. 특히 주가와 거래량 변동률이 각각 200% 이상이거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기업을 유의해야 한다. 둘째, 미공개 정보 이용은 경영권 변동이 빈번하거나 자금 조달이 필요한 한계 기업에서 주로 발생했다. 셋째, 부정 거래는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10% 미만이거나 부채가 100억원 이상이면서 영업손실과 당기 순손실이 발생한 부실 기업에서 자주 이뤄졌다. 이 중에서 경영권 변동이 일어나거나 자금 압박을 받는 한계 기업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주식 양도 계약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최대 주주가 D투자조합으로 바뀐 곳이 대표적이다. D투자조합의 최다 출자자 E씨는 조합을 앞세워 고가 매수 주문과 시가·종가 관여를 통해 주가 하락을 방어했다. 그러나 본인이 취득한 지분은 비싼 가격에 팔아 부당 이득을 90억원 가까이 챙겼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F기업에서는 시세 조종과 부정 거래가 동시에 이뤄졌다. G씨는 자신의 돈을 하나도 들이지 않은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통해 F기업의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 300개 계좌를 동원해 고가매수 호가와 허수성 호가를 냈고, 타인과 사전에 서로 짜고(통정) 주식을 거래해 주가를 상승시켰다. 특히 장외 매도에 따른 지분 변동을 신고할 때 보유 목적을 누락했다. ‘매출 1000% 상승’과 같은 과장된 보도자료를 뿌리며 주가를 높여 20억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얻었다.

중국 관련 테마 주식도 조심해야 한다. H사는 최근 3년간 재무 구조가 매우 나빠진 상황에서 글로벌 사업 진출을 위해 중국과 국내의 여러 기업과 사업 제휴, 투자 유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동시에 중국 국적의 I씨가 주식양수도 및 제3배정 유상증자(400억원 규모)를 통해 최대 주주가 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중국 특정 지역에서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여러 기업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중국 관련 사업이 ‘독점 운영 계약’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과장된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이렇게 주가를 단기간에 급등시킨 뒤 최대 주주의 지인과 전환사채 장외 매수자 등은 비싼 가격에 주식을 팔아 58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이처럼 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는 회사의 말로는 어떨까. 관리 종목에 지정된 뒤 상장 폐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서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는 사유는 11가지가 있다. 매출액 미달(50억원 미만), 자본 잠식(자본금의 50% 이상 잠식),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감사 의견 한정, 반기 검토 의견 거절, 보고서(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분기보고서) 미제출, 보통주 주가 수준 미달(액면가 20% 미만 30일 계속), 보통주 시가총액 미달(50억원 미만 30일 계속), 회생절차 개시신청, 공시 의무 위반 등이다.

관리 종목 중 절반 가까이 상장 폐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2~16년) 코스피에서 관리 종목으로 편입된 곳은 52개 종목이었다. 그런데 관리 종목 지정 이후 상장 폐지가 된 곳은 21개 종목으로 나타났다. 관리종목에 편입 뒤 상장 폐지까지 소요된 시간은 평균 275일. 이 중에서 회생절차 개시신청으로 관리 종목에 편입된 경우가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자본 잠식(자본금의 50% 이상 잠식)의 경우도 15건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관리 종목에 편입된 종목에도 무리하게 투자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리 종목으로 신규 편입된 52개 종목 중 지정 이후 주가가 내린 종목은 36개 종목으로 분석됐다. 반면 16개 종목은 주가가 상승하거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상장 폐지된 21개 종목의 주가를 살펴봐도 4개 종목의 주가는 관리 종목 지정 이후에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광선 한국거래소 팀장은 “관리 종목으로 상장 폐지가 우려되는 종목의 경우 큰 폭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1376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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