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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택배업계 생존 위한 몸부림] 물량 폭증하는데 배달맨은 부족하고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매출 증가해도 이익 줄어 울상... 택배함 설치 등 소리 없는 전쟁 중

▎최근 일본 택배업계는 급격한 물량 증가로 인한 일손 부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2월 16일 일본 최대 사무용품 판매업체인 아스쿨(ASKUL)의 물류창고 ‘로지 파크(Logi PARK) 수도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는 물류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화재는 6일 후에나 진화됐다. 로봇을 도입한 최첨단 시설로 업계 관계자의 관심을 끌었던 창고는 이번 참사로 60% 이상 소실됐다. 화재로 인해 이곳에서 상품을 발송해왔던 인터넷 쇼핑몰 ‘로하코(LOHACO)’는 동일본 지역 주문 접수를 일시 정지했다. 지금도 취급 상품이 제한된 상태다.

이렇게 물류망은 한 곳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물류 업계를 위협하는 것은 사고나 화재만이 아니다. 인터넷 통신판매(EC)의 확대로 업무가 크게 늘어난 택배업계에서는 최근 배달원 부족이 심각하다. 무료 배송 등 지금까지 쌓아온 서비스 질 향상 노력이 족쇄가 돼 이익을 깎아 먹으면서도 서비스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산업을 지탱하는 대동맥인 간선 운송 부문에서는 트럭 운전사 부족과 심각한 고령화로 운송망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 화물을 운송할 수 없는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쿠로네코(검은 고양이, 야마토운수의 캐릭터)’가 마침내 폭발했다. 일본의 최대 택배업체인 야마토운수가 택배 수량에 상한선을 설정하며 총량 규제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채산이 맞지 않아도 수량 제한 없이 수용했으나 단가 하락과 일손 부족으로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야마토운수 노동조합은 춘계 노사협상에서 택배 취급 개수 억제를 회사 측에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2017년 택배 취급 물량이 2016년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이다. 올해 예상하는 택배 취급 물량은 18억7000개다. 이 수량이 향후에도 야마토의 마지노선이란 게 노조의 생각이다.

전자상거래 폭증에도 웃을 수 없는 택배업계


야마토를 자회사로 둔 야마토홀딩스 경영진은 입장이 난처하다. 아마존을 비롯한 인터넷 통신판매 시장은 2015년 13조8000억엔(약 140조원)으로 5년 만에 1.8배로 커졌다. 이에 따라 야마토가 배달하는 상품도 크게 늘어나 핵심 사업인 택배사업 매출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16년(야마토홀딩스의 결산은 3월)에도 전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2년 연속 감소다. 올 1~3월만 떼어놓고 보면 72억엔가량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것은 사회보험요율 인상 등 외부 요인도 있으나 인터넷 쇼핑몰 택배 물량이 꾸준히 늘어난 것이 핵심이다. 인터넷 쇼핑 이용자는 늘고 있지만 여기서 구매하는 상품은 대부분 소형이다. 야마토에 할당되는 운임이 매우 싸기 때문에 채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야마토는 대형 고객인 아마존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여기에 배달을 담당하는 택배 기사의 일손 부족이 연타를 가한다. 야마토의 한 수도권(도쿄도) 영업소에서는 최근 3년 동안 택배 물량이 20% 이상 증가했다. 물량 증가에 대응하고자 지난해부터 택배 기사를 4명, 파트타임 사원을 15명 증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물량 폭주를 소화하지 못했고, 결국 외부 운송업자에게 일부 배달을 위탁해 고비를 넘기는 수준이다. 히메노 료타 시티그룹 증권주식조사부 부사장은 “사원이나 파트타임 채용이 생각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것이 외부 위탁 증가로 이어져 야마토의 이익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야마토의 택배 사업 외부 위탁비용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1029억엔으로 전년동기 대비 140억엔이나 늘었다. 일손 부족 문제는 야마토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를 괴롭히고 있다. 이 때문에 타사와 택배 기사 쟁탈전이 벌어져 외부 위탁 시 단가는 점점 오르고 있다. 인터넷 통신 판매의 악영향은 단가뿐만이 아니다.

재배달률 낮추기 위해 안간힘


‘딩동’. 평일 아침 9시가 조금 지난 시간, 상품을 끌어안은 야마토의 배달원이 벨을 눌렀다. 잠시 후 다시 한번 벨을 누른다. 5초 정도 기다렸으나 집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할 수 없이 부재 연락을 적은 메모를 남기고 다음 배달할 곳으로 향한다. 고객이 직접 상품을 수령할 확률이 높은 것은 오전 이른 시간대와 저녁 시간대다. 오전은 11시가 지나면 외출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정오 전 3시간 이내에 얼마나 배달할 수 있는가가 승부라는 게 배달원들의 얘기다.

“이 집은 항상 사람이 있어요.” 경력 4년차인 야마토의 여성 파트타이머 배달원은 웃는 얼굴로 인터폰을 눌렀다. 역시 사람이 있었다.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 중에는 낮에 집을 비우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이날의 부재률은 19%였다. 이 배달원은 “‘고토우비(五十日, 한달 중 5와 10으로 끝나는 날로 일본의 각종 결재일 및 급여일이 몰려 교통체증이 심하고 은행 등 관공서가 혼잡한 날)’라서 평소보다 집을 비운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야마토에게 부재 대응은 이제 사활을 건 문제가 됐다. 이 회사는 과거 ‘고객의 손에 직접 물건이 도착할 때까지 몇 번이고 배달하는 것이 야마토의 가치’라고 거리낌없이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인터넷 통신판매의 증가로 택배 물량은 야마토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재배달을 줄이기 위해 야마토는 회원제인 ‘쿠로네코 멤버스’ 서비스 이용자를 늘리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등록하면 메일로 배달 예정일에 미리 연락을 주거나, 인터넷으로 수령 날짜를 변경할 수 있다. 최근 회원 수가 1500만 명을 넘었는데 이용률이 높아질수록 야마토는 재배달률을 낮출 수 있다.

또 하나의 대책은 고객이 다양한 수령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기대하는 건 비대면으로 24시간 수령할 수 있는 택배함의 활용이다. 야마토는 지난해 7월 프랑스와 미국·호주 등에서 택배함을 판매하는 네오포스트와 합작 회사인 팩시티 재팬(Packcity Japan)을 설립했다. 야마토가 49%를 출자했다. 이를 통해 도쿄나 오사카 등 도시를 중심으로 택배함 ‘푸도(PUDO)’ 설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PUDO의 가장 큰 특징은 사가와큐빈이나 일본우편 등 타사의 화물도 함께 받는 오픈형이라는 점이다. 아베 타마키 팩시티 재팬 부사장은 “각 사가 제각각 독자적으로 택배함를 만들면 결과적으로 보급이 늦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PUDO의 설치 장소는 야마토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부재율이 높고, 배달 효율이 떨어지는 지역 중에서 고른다. PUDO의 이용 현황을 보면 오후 9시부터 자정 사이가 44%로 가장 많다. 야마토 택배 기사가 배달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 8시에서 오후 9시다. 정확히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엔 고급 오피스텔에 설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야마토는 2022년까지 5000여 곳에 택배함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정부도 2017년부터 5년에 걸쳐 PUDO와 같은 오픈형 택배함 설치 비용의 절반을 보조하기로 해 보급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어쨌든 당장 재배달률을 크게 낮추긴 어렵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본 택배업계의 재배달 상품 개수는 전체 물량의 20%에 달한다. 여기에 소비되는 노동력만 연간 9만명 규모다. 추가 운임을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재배달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비용은 불어나게 된다.

고객 이탈 우려로 운임 인상 어려워


이런 상황을 개선할 방법은 있다. 운임 인상이다. 일본의 택배 운임은 매우 낮은 편이다. 야마토는 2014년 적정 요금이란 명목으로 운임을 전년보다 3.7% 올렸다. 가격 인상에 반발한 고객(배송을 맡기는 업체) 때문에 2014년 택배 물량이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크게 좋아졌다. 지난 1월 말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야마우치 마사키 야마토홀딩스 사장은 “가격 인상에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임하겠다”고 선언했다. 설명회 참석자 중 한 명은 “지난해 말 야마우치 사장과 이야기했을 때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며 “성수기인 12월의 실적 악화를 보고 경악한 듯하다”고 말했다. 역시나 열쇠는 대형 고객인 아마존이 쥐고 있다. 야마토의 매출에서 아마존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상이다. “이것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임할 필요가 있지만 실제로 잃게 되면 이번에는 일손이 남아돌아 적자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야마토 임원 A씨)

라이벌의 동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 우편사업을 관장하는 ‘일본우편(닛폰유빈)’은 최근 택배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우편은 6월부터 엽서 등 우편요금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독점시장인 우편 가격을 인상하고, 여기서 나온 이익을 바탕으로 택배사업인 ‘유팩’ 가격을 인하해 점유율 확대를 도모하려는 움직임으로 본다. 야마토의 한 임원은 “일본우편에는 우수한 사원이 많다”며 “고도의 전략으로 점유율을 단숨에 따라잡을지도 모른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적과의 동침을 노린다. 효율성 때문이다.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에 있는 야마토 물류거점인 넥스트 딜리버리 스퀘어 안에는 야마토 화물 외에 사가와큐빈이나 일본우편이라고 적힌 손수레가 놓여 있다. 인근엔 약 370세대가 거주하고 있는데 단독주택 외에 복지시설이나 교육시설, 상업시설이 입주해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야마토는 자사 택배 외에 8개 회사의 화물을 일괄 배송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현재 아마존은 전국 각지 배달을 위해 야마토의 배달망에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야마토가 이를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어 각 지역 택배업체에게도 의뢰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심부를 중심으로 야마토 이외의 중소업체를 활용하는 경우가 눈에 띄면서 야마토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세가와 코지 SMBC닛코증권 애널리스트는 “야마토 경영진은 2014년 우격다짐으로 가격 인상을 시행하는 바람에 고객이 단숨에 떠난 것을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며 “큰 폭의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손 부족으로 향후 인건비가 오를 것이란 예상까지 감안하면 어중간한 가격 인상은 금세 효과를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야마토는 ‘총량 규제’라는 무리한 선택지를 고를 수 밖에 없었다. 아마존 등 대형 고객의 입장에선 야마토의 가격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상품 배송이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있다. 물류망을 틀어쥐려는 소리 없는 전쟁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직 아마존의 화물은 야마토 운송이나 일본우편이 운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물류업체가 배송하는 일이 적지 않다. 바로 아마존이 ‘배송 서비스 제공업체’라고 칭하는 택배업체다. 아마존 홈페이지에는 SBS소쿠하이 서포트, 화이즈(PHYS), 재팬퀵서비스, 삿포코통운 등 4개 회사의 이름이 올라있다. 이들은 택배보다 기업 간 운송을 주로 해온 물류회사다.

2월 도쿄도 내에 있는 한 배송센터를 방문했다. 외관은 딱히 다를 것 없는 보통의 창고지만 대기 중인 1000여 대의 경차 트렁크에는 익숙한 아마존의 상품 박스가 가득 차 있다. 다른 회사의 상품은 없다. 이곳은 SBS소쿠하이 서포트가 운영하는 아마존 전용 물류센터다. 사진 촬영은 금지라고 했다. 아마존에서 주문한 상품을 모아 SBS가 고객에게 배달한다. SBS는 4곳에서 이런 아마존 전용 센터를 운영하며 도쿄도 내 미나토구 등 6개구에 배송을 한다.

아마존 등에 업고 택배 빅3에 도전하는 중소업체들


아침 7시부터 물류센터에서는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빼곡히 늘어선 배송차량에 빨간 점퍼를 입은 배달원들이 재빨리 짐을 싣는다. 1987년에 설립 당시부터 줄곧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해온 것이 SBS의 최대 강점이다. 오전에 위탁 받은 물건을 저녁까지 배달한다. 오후에 받은 물건은 다음 날 아침 중에 배달하도록 하루 2교대 체제로 운영한다. 오랫동안 혼재 화물(같은 지역에 배달할 여러 고객의 상품을 한데 모아 배달하는 것으로 비용이 싸지만 배송코스에 따라 상품을 쌓는 기술이 필요) 시스템을 적용해왔기 때문에 택배업무에도 익숙하다. 전세 화물(특정 운송수단으로 단독 고객의 물건을 운송하는 것으로 안전하지만 배송비가 비쌈)에 비해 요금도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사원과 외부 배달원이 도쿄와 외곽인 가나가와·사이타마·치바 등 1도 3현의 배달을 처리할 수 있어 배송 범위도 넓은 편이다.

이러한 능력에 아마존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가마타 마사히코 SBS홀딩스 사장은 “아마존으로부터 자사 전용 택배망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다”며 “도내 중심부라면 가능하다고 여겨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제안을 받아들인 SBS는 기존 거래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아마존 관련 물류센터를 따로 설치하고, 배달원도 대부분 외부에 위탁했다. “야마토운수와 사가와큐빈, 일본우편 이 틀을 깨고 4강 구도를 만들고 싶다.” 아마존의 배송을 담당하는 한 물류회사 임원은 고객인 아마존 담당자로부터 곧잘 이런 말을 듣는다고 한다. 야마토나 일본우편에 의존하지 않는 체제를 구축하고 싶다는 의미다. 아마존은 자사 물류망 구축을 위해 배송업체를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질적인 면에서는 발군이라는 야마토운수지만 아마존의 파워를 감안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여러 면에서 거센 압박에 처한 택배업계다.

1376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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