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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할인마트, OK의 야망] ‘에브리데이 로우 프라이스’ 최저가 전략으로 시장 확장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OK 클럽 회원 400만 명, 압도적인 고객 충성도... 광고·홍보비 줄이고 영업이익률 높여

일본 슈퍼마켓 업계가 도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30년 가까이 매출 신장을 거듭해온 업체가 있다. 바로 ‘OK(오케이)’다. 그 ‘압도적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2월 말 처음으로 시작된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일본 정부와 업계가 손을 잡고 소비 진작을 위해 실시하는 캠페인으로 매월 마지막 금요일 퇴근 시간을 오후 3시로 앞당기는 게 핵심)’부터 다음날인 토요일 저녁까지 도쿄 도내 한 대형슈퍼에는 할인 상품을 바구니에 담는 고객으로 붐볐다. 이곳은 이온도, 세이부도 아닌 할인마트 ‘OK’다. 도쿄와 가나가와를 중심으로 96개 매장을 전개하며 급성장 중인 곳이다. 치열한 출점 경쟁과 장기간의 소비 침체로 많은 일본 슈퍼가 폐점하고 있는 가운데 OK는 1982년 이후 개업한 점포 중 한 군데도 폐점한 곳이 없다. 매출은 올해까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계 중에는 가구 판매점인 니토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수익성 또한 발군이다. 영업이익률은 4.6%로 슈퍼마켓 업계 평균인 1.6%의 약 3배에 달한다.

2021년 6조원 매출 목표


OK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고객 충성도다. 멤버십 서비스인 ‘OK 클럽(CLUB)’의 회원 수는 400만 명이 넘는다. 도쿄와 가나가와에 거주하는 사람 6명 중 1명이 가입한 셈이다. 이렇게 인기 있는 배경에는 OK만의 독창성이 있다. 대표적인 게 고객에게 불리한 정보를 굳이 전달하는 ‘어니스트(정직) 카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생산지의 날씨가 좋지 않아 시세가 3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이제 막 출하돼 당도가 부족하며 약간 산미가 있습니다’. 이런 정보로 고객의 주의를 끌고, 동시에 신뢰를 쌓았다.

물론 업계에서 보기 드문 고수익과 고성장을 거듭한 열쇠는 기본적으로 지역 최저가를 표방한 저렴한 가격이다. 이는 특가 판매일이나 타임 세일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에브리데이 로우프라이스(Everyday Low Price : EDLP)’. 언제, 몇 시에 가도 똑같이 저렴한 가격이라는 점이 포인트다. “경쟁 업체가 특가 판매를 실시하는 화요일이나 목요일은 손님이 조금 줄어들긴 하지만 적어도 OK에서는 ‘오늘은 전보다 비싸니까 다른 마트를 가자’는 이야기는 없다.”(카메이도점 점장)

지역 최저가를 매일 실현하기 위해 OK는 타사의 가격 동향을 꼼꼼하게 조사한다. 시장 조사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OK 마케팅리서치를 중심으로 바이어나 각 점포 담당자도 근처 매장의 전단지나 매장 가격을 조사한다. OK의 상품이 1엔이라도 비싸면 가격표에 ‘경쟁 업체에 맞춰 가격을 낮췄다’고 기입한 다음 더 싸게 판다. “가격은 기본적으로 본사 주도로 결정하지만 각 점포의 권한으로 당일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히가 시토츠카점 점장)

더불어 철저한 상품 선정을 통해 채산성을 확보한다. 예를 들어 튜브형 ‘오로시쇼가(다진 생강)’는 에비스식품과 하우스식품에서 모두 생산하지만 OK에서는 하우스식품의 상품만 판매한다. 가공 식품을 담당하는 혼다 아츠시 이사는 “그 상품을 라이벌 업체를 이길 수 있는 가격으로 내놓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품업체와의 신뢰 유지도 신경을 쓴다. 니노미야 료타로 사장은 “OK만 득을 보자는 생각으로는 오래 장사하지 못한다”며 “업체가 판매하고 싶어하는 상품을 팔아주는 것도 우리의 임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OK는 업체가 과잉 생산한 상품이나 포장 변경 후 판매가 곤란해진 구형 상품을 사들여 ‘특별 제공품’으로 싸게 판매해 주기도 한다. 업체 입장에서는 별 이득 없는 장사지만 매출 규모를 확보하고, 재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최근 저가격 전략으로 PB상품(유통업체가 직접 기획·개발하는 자체 브랜드)을 전개하는 슈퍼가 많지만 OK는 어디까지나 식품 업체의 내셔널브랜드(NB,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브랜드)에 주력한다. 그것이 고객이 가장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NB로 이상적인 가격을 실현할 수 없을 경우엔 PB로 전환할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PB 판매 비율을 몇 %로 하자는 식의 생각은 하지 않는다.”(니노미야 사장)

물론 저가격의 비밀이 싼 납품 가격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보통의 슈퍼는 신문 전단지에 특가 정보를 게재해 각 가정에 배부한다. 하지만 특가 판매를 하지 않는 OK는 신상품 정보를 매달 월요일 매장 혹은 인터넷에 게재하면 끝이다. 자연히 광고선전비가 절약된다. OK 클럽 회원은 상품 하나당 3% 할인을 받는데 회원 가입을 할 때 필요한 정보는 우편번호뿐이다. 애초에 마케팅 목적으로 고객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이한 점은 또 있다. 다른 슈퍼는 맥주나 주스 등 음료를 냉장고에 진열하지만 OK는 상온에서 판매한다. 차로 방문해 대량 구매를 하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편의점처럼 사서 바로 마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OK 측의 설명이다. 워낙 상품 가격이 낮으니 매출총이익은 적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효율성을 높여 판매관리비를 크게 줄였다. 높은 영업이익률이 가능한 이유다.

수도권 외 지역 출점 확대

1958년 창업한 OK는 현 회장인 이이다 스스무가 대주주인 오너 기업이다. 최근 OK는 그동안의 이익을 바탕으로 신규 매장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3월까지 매장 170개, 매출 6000억엔(약 5조9500억원)이 목표다. 이를 달성한다면 대형슈퍼인 라이프의 현재 매출에 필적한다. 물론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2011년 6%까지 올라갔던 영업이익률은 최근 1%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파트 타이머의 시급이 상승했다. 지금보다 인건비를 낮추기는 어렵다. 2018년 문을 여는 대형물류센터 두 곳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OK는 2016년 9월 오사카와 효고를 기반으로 한 중형 업체 간사이슈퍼마켓의 지분 8%를 취득했다. 니노미야 사장은 “제휴 내용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간토(도쿄 중심) 이외 지역 중 역시 간사이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으나 2013년 6월 싱가포르에 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지에 이이다 회장이 상주하고 있다.

“‘그 지역에는 이미 다른 슈퍼가 있으니까 출점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주 모델인 대형매장뿐만 아니라 평당 효율이 높은 소형매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OK의 성장이 기본이지만 점포 과잉 지역에서 사업 승계 문제 등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중소형 슈퍼가 많다. OK와 함께 난관을 극복해나갈 동업자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휴를 검토할 것이다.”(니노미야 사장)

급성장 중인 할인슈퍼 OK는 과연 수도권을 벗어나도 팬을 끌어 모을 수 있을까. 반세기의 역사를 가진 비상장기업의 동향을 유통업계가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고 있다.

1378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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