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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메모리 누가, 왜 노리나] 누구든 인수하면 단숨에 삼성전자 위협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아사히신문, 브로드컴 vs 폭스콘 2파전 유력... 기술 유출 우려, 견제 이유로 한국·중국 기업 불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도시바발(發) 지각변동이 일어날까. 도시바는 미국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의 대규모 부실을 메우기 위해 반도체 부문을 뗀 후 ‘도시바메모리’를 만들어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다. 3월 29일 마감한 도시바메모리 1차 입찰에는 도시바와 제휴 관계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한국 SK하이닉스, 대만 폭스콘 등 10개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파트너스와 브로드컴은 2조 엔(약 20조원)을 인수가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애플·구글·아마존 같은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IT)기업도 입찰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입찰 과정에서의 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입찰 참여자가 누구인지조차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시바는 어느 기업이나 탐낼 만한 존재다. 도시바는 세계 2위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사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7.1%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도시바는 점유율 18.3%로 2위였다. 웨스턴디지털(17.7%)·마이크론(10.6%)·SK하이닉스(9.6%)가 그 뒤를 이었다.

낸드플래시·SSD 시장 성장 가능성 커


현재 삼성전자에 밀려 2위지만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선구자 격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세계 첫 상용화를 이뤘고, 셀 수명과 소모 전력 등을 개선한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기술도 가장 먼저 선보였다. 낸드플래시 시장 자체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D램 시장 규모는 연평균 7% 감소하고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연평균 7.3%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낸드플래시 기반의 저장장치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도 늘고 있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SSD는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보다 데이터 읽기·쓰기가 빠르고 전력 소모도 적다. 빅데이터·클라우드 서비스 확대로 대용량 데이터·콘텐트 소비가 늘면서 SSD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서버용 SSD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0% 수준에서 2020년 55%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글로벌 SSD 시장 규모는 170억 달러(약 19조2000억원)로 추산된다. 지난해 4분기 매출 기준 SSD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38.8%), 웨스턴디지털(16.1%), 인텔(13.3%), 도시바(8.5%) 순이었다.

이런 기술력과 점유율을 가진 도시바메모리는 누구 품에 안길까. 또 매각이 이뤄질 경우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세는 어떻게 바뀔까. 일단 확률은 낮지만 일본 정부와 재계의 기술 유출 우려로 해외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해외 기업, 특히 미국 기업으로 도시바메모리의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좀 더 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월 4일 도시바메모리 매각 1차 입찰에 일본 기업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일본 기업의 참여를 촉구했지만,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해마다 거액의 투자가 필요해 일본 기업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본 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하면 경쟁력 제고와 구조조정 촉진이라는 명분으로 일본정책투자은행과 산업혁신기구가 자금을 지원하기 쉬워진다. 그러나 일본 기업이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여 외국 자본과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수전에서 한국·중국 기업은 다소 불리하다. 일본 정부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 자본에 매각하는 선택지만은 피하기를 원한다. 한국은 다른 이유로 기피 대상이다. 경제산업성은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 미·일 연합이 도시바메모리 인수 후보로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이나 일본 정부계 금융회사의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도시바 측은 정부와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일본정책투자은행·산업혁신기구 등이 응찰기업과 연합하면 2차 응찰 참여를 인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푼이 아쉬운 도시바가 도시바메모리를 계획대로 판다면 세계 반도체 시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팀 유병두 선임은 “D램 분야에선 3강 체제가 확고하지만 낸드플래시에서는 도시바메모리 매각에 따라 지각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인수자가 되면 낸드플래시와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할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게 된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를 SSD로 만드는 데 필요한 컨트롤러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SK하이닉스가 SSD 분야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통신용 칩 등을 만드는 브로드컴은 메모리 반도체 쪽으로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거머쥐게 된다.

애플·구글·아마존도 반도체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 노무라증권의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과점체제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스마트 기기의 용량이 늘어나면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계속 올라 공급자 우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애플·구글·아마존은 과점 공급자의 ‘갑질’에서 벗어나는 한편 자체 수요를 충당하면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를 확보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애플은 삼성전자까지 견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과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 확대를 위해 서버용 낸드플래시 확보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아이폰·맥북·아이패드 등에 들어갈 낸드플래시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필요가 있다. 애플이 부품사업인 낸드플래시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보다는 하드웨어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이뤄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애플의 이탈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는 애플·베스트바이·도이치텔레콤·스프린트·버라이즌이었다. 이들에 대한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13%였다.

기술력 앞선 삼성은 공장 새로 지으며 대비


물론 애플이 도시바메모리를 굳이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반도체 시장 전문가인 마이크 하워드 전무는 4월 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애플·구글·아마존 등의 인수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그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의 점유율이 18% 정도이고, 애플이 그와 비슷한 양을 소비하고 있으므로 수치상으로는 좋은 매칭이 되지만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해) 자체 생산을 한다면 생산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과 달리 삼성전자는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유병두 선임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기술이 도시바보다 1~2세대 앞선 데다 평택에 대규모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을 짓고 있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도시바는 입찰 가격과 종업원 고용 유지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1차 후보를 가린 후 6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4월 7일 도시바메모리 매각 입찰이 대만 폭스콘과 미국 브로드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도시바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폭스콘이 3조엔에 이르는 인수 금액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블룸버그 역시 도시바메모리 인수 후보 기업이 당초 10여개에서 폭스콘·SK하이닉스 등으로 대폭 줄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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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0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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